한국의 대북 강경 정책 고집, 더 이상 안 된다

[주장] 한중 정상회담 속에 명백해진 동북아의 지각 변동

등록 2014.07.05 15:17수정 2014.07.0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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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지형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모습이 외톨이처럼 왜소해지고 있다.

북한과 미·중·일 등 관련 국가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냉전시대이래 고착됐던 구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만이 미국의 대북 정책인 북 핵 폐기 우선을 추종, 고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3, 4일 동안 북·일간 관계 증진 조치가 숨 가쁘게 현실화된 것은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과 찰떡 공조를 유지해 온 한국의 동북아 정책이 벽에 부딪힌 것을 상징한다.

동북아의 지각 변동은 ▲중국의 경제 및 군사 강국화와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이 경제난 심화로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 ▲ 미국의 아시아 군사 전략을 대행하는 일본의 대중 군사적 압박 강화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향후 10년 전후해서 미국을 재끼고 세계 최강 국가 G-1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 속에 동북아에서의 주도권 장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방문해 북한에 대해서도 과거의 혈맹의 관계가 무작정 지속되는 것은 아니며 중국은 새로운 환경에 중국식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신호를 강하게 보냈다.

중국은 이와 함께 한미일 군사 동맹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집중 공략하는 정책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은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 관계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지만 안보 차원에서는 미국과 동맹관계라는 2중적 구도 속에서 중국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경제력을 앞세워 동북아의 경제적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족을 시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에 한국의 참가를 공식 요구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이 2차 대전이래 누리고 있는 경제적 패권에 도전한다는 의사 표시이고 한국의 선택을 요구하는 공개적 도전이다.


중국은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북핵 문제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와 협상으로 달성 한다'는 기존의 정책을 거듭 확인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함께 미국의 남한에 대한 핵우산 제공도 반대하지만 남한이나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중국은 올 들어 북한에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의 무조건 재개를 북한과 함께 주장하면서 북한을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여러 군데서 드러냈다. 우선 두 나라 공동성명에서 '북한 핵 우선 폐기'를 포함시키지 못하자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북 핵이 동북아 불행의 근원'이라는 식의 맹공을 퍼부어 미국을 안심시키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 등의 강연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지지 등의 목소리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중국을 배려했다.

한국은 또한 일본의 우경화, 고노담화 검증문제와 집단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등에 대한 비판을 공동성명에서는 넣지 않고 비공식 정상접촉에서 언급해 언론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한미일 3각 안보체계를 의식한 태도로 보인다.

중국은 한반도의 관리와 함께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대행하는 추세가 심화되는 것을 강력 경계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첨단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러시아와 대대적인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미일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은 일본의 전쟁 범죄 행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 향후 비판 공세를 강화할 것을 한국 측에 제의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과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당국간 협상 개시 사실을 미국이나 중국 등에게 비밀로 하고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의 접근은 냉전시대와 동일하지 않은, 공동의 이익 추구가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작용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일본은 납치 문제를 고리로 아베 총리의 방북과 북일 수교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일본에 대해 미국은 '한미일 안보 공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투명하게 하라'는 식의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게 동북아에서의 중국 견제 역할을 대행토록 요구한 상황에서 대북 관계 증진으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일본의 입장을 일단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파격적인 모습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한미 두 나라의 강력한 압박과 중국의 견제 강화에 대처하려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 핵 문제로 거리가 벌어지자 러시아와 경제, 관광 분야에서 적극 합작 사업 추진 등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 중국, 미국 등이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 태동에 적극적인 자세인데 비해 한국은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6자회담이 가능하다. 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천안함 사고에 대한 북의 사과 등이 나와야 5.24 조치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 속에 갇혀 있는 꼴이다.

특히 남북이 7.4공동선언이나 6.15공동성명 등으로 화해 협력의 이정표를 세계 무대에서 확인받은 상황이지만 현 정권은 이를 외면한 채 북한의 급변 사태를 고대하는 식의 군사력 대응력 강화를 주로 시도하고 있다. 6자회담이 표류하는 것에 북한 책임론이 주로 거론되지만 다른 5개 국가들이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무시한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의 경우 북한 소행이라고 제시된 증거들에 대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을 살필 때 박근혜 정권은 지금과 같은 대북 정책을 고집하면서 북한을 제외한 동북아 주변국의 눈치나 살필 경우 닥칠 미래가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영원한 동지나 적이란 없는 법이다. 주도하지 않으면 결국 종속 변수가 될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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