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1년 전을 되돌아보려는 이유

다시 보는 2013년 한국정치史 ①

등록 2014.07.14 18:47수정 2014.07.14 19:11
0
원고료로 응원
a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2012년 8월 2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후보자 선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제시하며 선거인단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정권 집권 1년 반, 국민은 피곤하다

박근혜 정권 집권 이후 '비정상의 정치'가 일상화됐다. 집권 1년 반이 지난 이 정권은 지금까지 한 일이 없다.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자기네만이 할 수 있을 것처럼 떠벌리더니 취임 첫해에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막고자 2차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공개 등 각종 무리수를 거듭하였고, 올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 이후에는 아예 '유병언 잡기놀이'만 하고 있다.

학생들이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대통령부터 시작해 새누리당 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이 정권 인사들은 유족의 울부짖음, 국민의 요구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능하고 위기대처능력이 없는 것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두뇌' 역할을 하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1939년생으로 고령(高齡)이니 백번 양보해 그래도 참아줄 수 있겠는데, 인간으로서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는 점은 분노를 넘어 참담하기까지 했다. 이런 자들이 권력을 전단하고 있다니.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지금껏 이 정권은 책임 있는 조처를 한 것이 없다. 참사 3개월째인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 있는 사실 그리고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사실이 이 점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지방선거 앞두고 대통령이 눈물 흘리는 '쇼'한 게 끝이다. 오히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목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감시하는 데만 열을 올렸을 따름이다.

오죽하면 참사 당시 한 고3 학생이 '목숨을 걸고' 청와대 게시판에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글을 올렸겠는가? 그 학생이 바른 말하면서 '목숨을 걸도록'했던 이 정권과 언론 등 이 사회의 권력집단들은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그동안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도록 했단 말인가? 힘 있는 자에게는 바른 말도 못하고 꾹 누르고 복종하며 살아야 하나? 그리고 힘 있는 자에게는 책임도 못 묻나? 또 힘 있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나?

어디 그뿐인가? 국정운영 그 자체인 인사(人事)는 매번 '대참사'로 귀결되었다. 어떻게 골라도 이런 인사들만 골라내는지. 이건 도덕불감증 수준을 넘어 아예 인사에 대한 감각과 인식이 없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부도덕해도 유능하면 된다'는 논리라도 내세웠지만, 이 정권은 아예 그런 논리도 내세울 수 없는 지경이다. 하기야 물러나겠다고 한 총리를 적당한 사람없다며 다시 기용하는, 동서고금을 막론해 유례없는 희극을 저지르는 정권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리고 자기 명예가 훼손되었다며(실제로는 자신이 온 국민을 모독해놓고) 방방 뛰며 버티는 총리 후보자를 물러나게 하려고 국가보훈처와 <조선일보>를 동원해 독립유공자 후손 조작까지 해대니 이게 무슨 국가이고, 이게 무슨 정부인가?

그뿐만이 아니다. 진보정당이자 원내 제3당이던 통합진보당을 정계에서 축출한 막강한 여당이 6·4지방선거에 직면해 내놓은 대책이 겨우 '박근혜 대통령 지켜주세요'라니. 지금이 무슨 근왕의식이 지배하던 봉건왕조시대인가? 지금까지 대대로 역사를 망쳐온 자들은 머리 좋고 교육 잘 받고 출세해서 권력 쥔 자들이었다. 가난하고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는 고달픈 민중이 아니었다.

과연 이런 정권이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된 사회적 과제의 해결은커녕, 현재 일본의 군국주의화로 인해 요동치고 있는 동북아시아 국제무대에서 앞으로 국가의 주권을 제대로 지켜낼 수나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하기야 대선 당시 이들이 떠벌렸던 경제민주화는 이미 골방으로 밀려나 잊혀진지 오래다.

지금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선 이 정권의 행태를 관전하기가 참 민망하다. 또 괴롭고 짜증나고 피곤하다. 일각에선 왜 촛불집회가 더 확대되지 않는지, 또 세월호 학살사건이 잊히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러워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유아적 수준의 이 정권에 대해 아예 저항할 가치조차 못 느끼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세월호 비극의 반복을 막고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일

이 정권은 벌써부터 레임덕 운운되고 있다. 5년 단임제에서 취임 초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정권을 잡고 있는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터이겠지만, 앞으로 남은 임기 3년 반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사회의 미래에 어떤 암운을 드리울지 참으로 걱정스러운 형편이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글쓴이는 2013년에 주목해보려 한다. 2013년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저질렀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의미를 곱씹어보고, 이 정권이 어떤 성격을 지닌 정권인지 알아보려 하는 것이다.

사실 2013년은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본색이 잘 드러난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세월호 대참사에서도 이점은 잘 드러났다고 볼 수 있지만, 이제 아무도 언론도, 야당도, 시민사회도, 관권부정선거와 그 이후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죽었나? 이런 식으로 집권층의 잘못을 잊어가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 기억해야 한다. 기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역사를 두려워할 줄 모르는 권력자들에게 그들의 반역사적인 무지막지한 행태들이 역사에 어떻게 길이길이 남을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역사를 두려워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성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작업이 앞으로 이 정권의 행보를 예측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정권 집권 이후 우리는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목도해왔다.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이 사안마다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 정권, 아직 3년 반이나 남았다.

앞으로 이 정권이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 혹은 위기에 직면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 한마디로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향후 3년 반 내에 어떻게 반복 재현될 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예측 가능케 해서 대비하려면, 우선 이 정권의 성격과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것이 그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2013년이라는 시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박근혜 정권의 성격을 둘러싼 학문적 논의들 역시 2013년 한국정치 전반의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의 토대 위에서 전개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많다. 예컨대 2013년 끝 무렵, 몇몇 사회과학자들은 이 정권의 성격을 파시즘과 연관해 설명했다.

구조적 파시즘이라 말하기도 하고, 사회적 파시즘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파시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논의들은 편의적으로 제기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진정한 파쇼정권이라면 집권 2년차에 레임덕 운운하는 상황 자체가 설명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3년의 수많은 사실관계를 관통하기 위해선 일관된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글쓴이는 '긴(long) 18대 대선'이라는 관점을 도입하고자 한다(관련기사 : '폭주'하는 박근혜정권, 정치보다 '선거운동'). '긴 18대 대선'이란, 2013년 한국정치를 관류한 주요 문제들이 대부분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연원한 점에서 착안한 관점이다.

기본적으로 2013년 정국의 주요 사태들은 이명박 정권의 정권재창출 야욕과 박근혜 후보·새누리당의 집권욕에 의해 여러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18대 대선에 개입했던 진상이 밝혀지는 것과 비례하며 전개되었고, 이에 대해 박근혜 정권이 사죄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서 야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18대 대선 당시에 새누리당 측에서 짜놓은 계획과 구도 설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주장, 통합진보당을 향한 종북공세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넓게 보아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도 그것이 18대 대선의 핵심의제였다는 점에서, 18대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긴 18대 대선'이라는 관점으로 2013년 한국정치사를 조망할 경우, 일관된 관점으로서 전체를 통관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와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은, 정당성 결여라는 결함을 정치적 공세로 방어해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향후 새누리당의 집권을 영속케 할 계기로 반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즉 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정치행태는 2013년 후반기로 갈수록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을 위한 '선거운동' 혹은 '선거전'의 차원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도 '긴 18대 대선'이라는 관점은 2013년 한국정치사 전반을 관통하는 데 효과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을 견지하며 이제 1년 전으로 다시 들어가 보자.
덧붙이는 글 저는 앞으로 매주 2회 혹은 3회에 걸쳐 1년 전인 2013년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행태를 기록, 정리하고 이를 통해 이 정권이 어떤 성격을 지닌 정권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2013년 한국정치사 #세월호 참사 #지방선거 #긴 18대 대선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5. 5 '최저 횡보' 윤 대통령 지지율, 지지층에서 벌어진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