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자사고 과감히 일반고로 전환해야

[자사고 진단 칼럼2] 등록금 3배 비쌌지만 내용은 변화 없어

등록 2014.08.06 14:24수정 2014.08.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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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는 탄생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절차적인 하자라고 볼 수 있다. 자사고는 도입 당시부터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2010년 6월 30일은 실체적 진실규명이 필요한 날이다. 7월 1일 새로운 교육감이 취임하기 하루 전날, 부교육감 권한대행 상태의 교육청이 교육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한 날이다.

보통 학교들은 자사고로 승인받기 위해 두꺼운 서류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하나고'는 단 하루 만에 자사고 승인을 받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0년 2월에 '자립형 사립고' 사업이 종료되어 버렸기 때문에 2010년 3월 2일 개교한 하나고는 자립형 사립고였던 적이 단 하루도 없다.

그럼에도 2010년 6월 30일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받을 때는 '기존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예외 조항'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린다. 교육 관료들의 무책임한 행정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올해 6·4 지방 선거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었고 7월 1일 자로 취임하였다. 어제까지 자사고를 비호하던 관료들이 새 교육감 들어섰다고 갑자기 자사고 폐지 목소리를 내려면 본인 스스로 얼마나 모순이고 정체성에 혼란이 올까?

조희연 교육감도 조직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조직 혁신과 기풍 진작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바뀌면 총리와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과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교육혁신 마인드가 있는 사람을 발굴하여 중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사고 재단, 학부모, 동창회 등 학교 구성원들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았으면 좋겠다.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핀란드와 독일 등 유럽의 교육선진국들이 어떻게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었고 운영하고 있는가를 한 번쯤 살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1년이면 300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스스로 꽃다운 목숨을 끊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통스러운 교육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는, 교양과 품위를 저버린 집단행동은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해경 해체하듯 일시에 자사고 모두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엄격한 평가와 심사를 통해 서서히 점진적으로 축소,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가 되었든 특목고가 되었든 설립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 변질된 학교들은 과감하게 일반고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당초 목적에서 변질되었다는 것은 본인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과연 변질된 빵을 자녀에게 먹으라고 주는 부모가 있겠는가? 부산으로 가겠다고 해놓고 광주로 간 운전기사를 칭찬할 수 있겠는가?

일부 자사고는 법률상 수령이 금지된 인건비와 교육활동비를 불법으로 취득하였고, 중학교 건물로 등록해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자사고 건물로 사용하는 등 위법한 재정 지원 사례 등이 있었다.

이렇듯 일부 자사고는 임금체납과 교육청 지원금의 불법전용까지 불러오는 재정압박, 그리고 입학생 미달 사태, 교사들의 구조조정 위협 등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학교 체면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우려되어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어야...

4대강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끝난 것처럼 자사고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등이 휠 정도인데, 천만 원이 넘는 비싼 학비를 내고도 '성적 좋은 아이들끼리 모여 더 심한 경쟁을 하는 분위기' 외에는 자사고 재단 측이 주는 것은 거의 없다.

솔직히 경쟁도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성적향상 효과도 거의 없다. 선발효과 외에는 교육효과로 인한 자사고 학업성취도 향상은 미미하다. 이 정도면 자사고 재단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을 꾀해야 하고, 학부모들도 오히려 자발적으로 자사고 지정 철회하라고 목소리 내야 하지 않은가?

조희연 교육감께서는 기득권층의 말도 안 되는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뚜벅뚜벅 공약 이행을 위해 발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사고에 25억여 원 불법지원금을 속히 환수 조치해야 한다. 서울지역 자사고가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정부로부터 25억여 원의 불법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교육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자사고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앞세웠던 논리에 따르면 이 지원금은 당연히 일반고에게 지원되었어야 할 예산이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사고 재단은 잘못을 인정하고 즉시 '환수조치'를 서두르기는커녕, '시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 지원은 가능하다'는 식의 자사고의 법적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핑계를 대며 발뺌하고 있다.

또한 부실평가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문용린 전 교육감 임기 동안 진행된 평가는 시작 전부터 '학교가 의지가 있다면 재지정하겠다'는 전제 속에서 진행된 전형적인 '봐주기 평가'였기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신뢰할 수 없다.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회계부정, 학사운영 파행이 있었던 학교들조차 걸러낼 수 없는 솜방망이 평가였다. 게다가 평가과정에서 자사고 구성원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중복응시, 비번 유출 등의 파행이 들통 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런 엉터리 평가 결과를 폐기하고, 추후 평가 과정을 검증해서 점수 부풀리기에 가담한 책임자들을 철저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관료들의 이런 잘못된 행태들을 바로 잡고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양심을 되돌리는 것 또한 조희연 교육감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교육 때문에 교육주체들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모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왜 우리는 모두 힘들어하는 교육체제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소금쟁이처럼 전근대를 맴돌 것인가?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배제하고 교육논리로 접근하면 답이 보인다. 교육계의 적폐를 일신하라고 우리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을 대거 선택했다고 본다. 이제는 우리 모두 정말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이 아니라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 한 번 발 벗고 나설 때이다.
덧붙이는 글 김형태 시민기자는 전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국민TV 등의 매체에도 보냈습니다.
#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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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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