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 떠오르는 열무냉면, 여름에 최고네

우물에 매달아 두었던 열무김치의 아련함도 떠올라

등록 2014.08.06 10:16수정 2014.08.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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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열무냉면 한 그릇으로 이 여름 무더위를 싹 날려버리자. ⓒ 조찬현


먹는 음식도 영혼을 위로해 줄 수 있다. 그것은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다. 고향의 그리움이 듬뿍 담긴 음식에도 영혼이 담겨있다. 우리가 여름철에 유난히 열무냉면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위로를 받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열무냉면을 먹을 때면 추억과 그리움이 보름달처럼 떠오른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며 가족들을 챙기셨던 어머님이 문득 그리워진다. 목화밭 사이에서 솎아낸 열무를 확독에 갈아낸 양념에 버무려 담아 우물에 매달아두었던 열무김치의 아련함도 담겨있다.

열무냉면을 먹을 때면 늘 소박한 집밥이 떠오른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단출한 상차림이었지만 부족함이 없었다. 이곳의 열무냉면이 그렇다. 냉면 한 그릇에 열무김치 한 보시기만 달랑 올려놨는데도 오히려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단란하고 행복했던 유년 시절의 풋풋한 에너지가 가득하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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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는 바닷가, 바닷물도 뭍으로 치닫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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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시간인데도 냉면집에는 숱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 조찬현


문득 그리움에 무작정 달려간 이곳은 화양면 나진리 토박이국밥집이다. 어둠이 내리는 바닷가, 바닷물도 뭍으로 치닫고 있다. 이심전심일까, 늦은 저녁시간인데도 숱한 사람들이 열무냉면집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다.

함께 간 지인은 열무막국수를, 맛돌이는 열무냉면을 주문했다. 시원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은 때깔도 곱다. 참 먹음직하다. 더위 먹은 가슴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시원한 살얼음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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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숙성된 열무의 새콤함에 부드러운 면발이 잘 어우러진 열무막국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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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냉면 면발위에 열무김치와 오이채 등을 고명으로 올리고 참깨를 듬뿍 뿌려낸 열무냉면이다. ⓒ 조찬현


열무냉면은 쫄깃한 냉면 면발위에 열무김치와 오이채 등을 고명으로 올리고 참깨를 듬뿍 뿌렸다. 달걀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잘 숙성된 열무의 새콤함이 별미다. 후덕한 인심에 맛도 제대로 살아있다.


무더위에 입맛 살려주는 열무는 효능도 다양하다. 열무에는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과 혈압을 조절해주는 칼륨이 풍부하다. 비타민 A, B, C도 많이 들어있어 시력 개선과 노화방지는 물론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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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막국수와 열무냉면의 단출한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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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열무김치다. ⓒ 조찬현


맛도 좋고 우리 몸에도 좋은 열무김치를 어떻게 관리할까. 그 맛의 비결에 대해서 이곳 주인장에게 잠깐 알아봤다.

"매일 매일 열무김치를 담습니다. 상온에서 48시간 숙성해 자연발효 시킨 것입니다. 신맛을 내기위해 인위적으로 식초 등을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자연발효 시킨 열무김치는 자연에서 온 맛이다. 순수한데다 삭힘의 미학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냉면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열무김치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열무냉면 한 그릇으로 이 여름 무더위를 싹 날려버리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열무냉면 #열무막국수 #토박이국밥 #맛돌이 #열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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