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이 마냥 좋은 것만 아니다"
세월호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수사결과 발표] 선사-해경-해수부 총체적 비리 사슬

등록 2014.08.06 17:55수정 2014.08.06 18:23
4
원고료로 응원
[기사 보강: 6일 오후 6시 23분]

a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국해운조합 모습. ⓒ 연합뉴스


총체적인 비리 사슬. 검찰의 해운업계 비리 수사 결과 발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공단(아래 KST) 간부들은 리베이트 등 사익 추구에 열을 올렸고, 이를 감시해야 할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유착돼 있는 상황에서 복원력을 상실한 세월호의 출항은 막을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해운업계 비리 수사를 벌여온 인천지방검찰청 해운비리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은 총 43명을 입건(구속 18명, 불구속 25명)한 수사 결과를 6일 오후 발표했다. 주요 비리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착 통로로 활용된 해경 치안감 출신

세모그룹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드러나기도 했던 이용욱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지난 4월 해경 광역수사대의 해운조합 압수수색 계획을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에게 미리 알려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일 불구속기소됐다.

김상철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은 운항관리자들이 과승·과적 등을 묵인하도록 지시하고, 각종 납품 알선 대가로 1000여만 원을 받고 출장비 명목으로 1200만 원을 횡령한 혐의 등(배임수재, 부정처사후수뢰, 알선수재, 업무상횡령 등)으로 지난달 8일 구속기소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 안전본부장은 지난 1월경 운항관리자들에게 "여객선사와는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 원칙대로만 일 하면 어떻게 하느냐, FM이 마냥 좋은 것만 아니다, 사업자들이 너희들 월급도 주고 너희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데 조금 융통성 있게 일을 하지 왜 그렇게 말썽만 피우느냐, 사람 10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앉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안전본부장은 전직 해경 치안감 출신으로 2012년부터 안전본부장을 맡았다. 해운조합은 지난 2005년 안전본부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해경 고위 간부 출신자를 임명, 해경과의 유착 통로로 활용해 온 것이다.

'살살 몰겠다'는 말에 조타기 고장난 여객선도 운항 허용

장지명 해경 경정은 지난 6월 5일 구속기소됐다. 인천해경 해상안전과장 재직 당시 부하 해경과 운항관리자가 운항정지명령을 내린 선박에 대해 출항을 허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과승선박을 적발하고도 적발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다. 장 경정은 지난 2013년 2월 운항관리자가 조타기가 고장 난 여객선을 운항정지 시켰음에도 선사가 '살살 운행하겠다'고 하자 운항을 허용하라고 지시, 이 여객선은 조타기가 고장난 채 운행했던 걸로 검찰은 파악했다.

KST와 해양수산부 간의 유착관계도 드러났다.

해양수산부 감사담당관실 사무관은 감독대상인 KST에 150만 원 상당의 금품 상납을 요구하고 검찰의 KST 내사착수 사실을 알려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사무관은 지난달 23일 뇌물수수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수사로 한국해운조합과 KST에서 각각 20명이 기소됐다. 상당수가 거래업체 선정 대가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거나 조합·공단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다. 여러 명의 KST 선박공무감독들은 선박검사업체로부터 각각 수천만 원을 받고 부실검사를 눈감아 주기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관리·감독 대상에게 안전점검 맡긴 게 구조적 원인"

운항관리자들의 과승·과적 묵인과 허위 보고서 작성 등에 대해 인천지검은 "선사들로 구성된 해운조합 회장단, 대의원회가 선박 안전점검업무 총책임자인 안전본부장뿐만 아니라 운항관리자들에 대한 인사를 장악하고 있어 운항관리자들이 엄격하게 안전점검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해가 상충되는 관리·감독 대상 선사단체에게 안전점검을 맡겼던 게 구조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검은 해운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돼 7일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는 박상은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관련된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송인택 1차장은 박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행중이라면서 "선주협회 관련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해운비리 #인천지검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