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조전혁' 선생, 차원이 다르다

[주장] 전교조 명단 공개 관련 3전3패에도... 손배금 납부 당당하게 임하라

등록 2014.08.08 15:42수정 2014.08.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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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7월 13일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한 뒤 기자회견을 하려하자, 전교조 관계자들이 '참교육' 로고를 가리며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전교 조전혁'. 한 지인이 조전혁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붙여준 별호다. 예나 지금이나 조 전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교 조전혁'은 조 전 의원의 바로 그런 태도를 꼬집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이름이었으리라.

조 전 의원의 전교조 사랑(?)은 정말 남다른 데가 있다. 지난 2010년 그는 교육부로부터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받았다. 계속 거부하던 교육부로부터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고서였다.

놀랍게도 그는 명단을 공개해 버렸다.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다. 명단 공개가 공공적 가치라고까지 했다.

전교조는 법원을 통해 조 전 의원에게 명단 공개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법원은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명단 공개를 금지했다. 공개 금지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간접강제금을 부과해 달라는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였다. 물경 하루에 3000만 원씩이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엄청난 금액이다. 소신에 투철하고 통이 큰 조 전 의원은 따르지 않았다.

조전혁 전 의원, 전교조 명단 공개 관련 손해배상 3전3패

전교조는 더 강하게 압박했다. 법원에 조 전 의원으로부터 간접강제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재산 압류 신청을 했다. 받아들여졌다. 조 전 의원을 상대로 정식 소송도 제기했다. 조 전 의원이 교사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공개했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의 소송이었다. 결과는 3전 3패. 1심부터 3심 재판부는 한결같이 전교조 손을 들어주었다. 조 전 의원으로서는 치명적인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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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7월 13일 전교조 명단 공개로 법원의 강제이행금 납부 명령을 받은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을 방문해 강제이행금의 일부를 납부하자 전교조 직원이 세어보고 있다. ⓒ 남소연


조 전 의원이 전교조에 내야 할 돈은 만만찮다. 이자와 강제금 등이 덧붙어 12억 원을 훨씬 넘는다. 처음 그는 손해배상금 납부에 적극적(?)이었다. 몇백만 원을 동전으로 준비해 전교조 본부에 직접 납부하는 '정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자신의 명단 공개가 정당했다는 상징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결코 '반성'하지 않았다. 그는 6·4 교육감선거에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공보물에 '전교조 명단 공개한 조전혁'이라고 새겨 넣었다고 한다. 유권자들 앞에 자신의 불법 행위를 당당하게 드러낸 것이다. '타도 전교조'를 향한 그의 소신에는 정말 무언가 대단하고 특별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전교조를 향한 그의 지난한 법정 싸움은 지난 7월 24일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완전히 패하고 말았다. 조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다.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기자들 앞으로 보낸 글 때문이다.

조 전 의원은 "더 이상 법적 심판에 대한 제 개인의 회한이나 불만을 얘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판결에 대한 '회한'과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교조를 향해 법을 지키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원의 법외노조 결정에 따라 전임자 복귀 명령 등을 따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다. 대놓고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그로서는 내놓기 힘든 말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조 전 의원의 명단 공개를 금지 시켰다. '불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법을 따를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진심으로 법을 따르겠다면 빚을 내서라도 손배금을 내야 하지 않았나. 완벽하게 패소했으니 사과라도 한 마디 해야 하지 않나.

조 전 의원은 법원의 공개 금지 명령을 어기고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법을 지킬 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이유다. 명단 공개가 '불법'임이 대법원 확정판결로 나왔는데도 그의 가슴 한 자락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 차 있는 듯하다. 법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자칭 '지식인'이라는 조 전 의원이 비겁해 보이는 이유

법과 법적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싸워보는 게 양심에 맞는 일이다. 자칭 '지식인'이라고 했으니 더욱 그렇다. 모름지기 지식인은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 아닌가. 불만의 근원인 법률적 근거를 뒤져 개폐 투쟁이라도 해야 옳다. 교원노조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그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교조처럼 말이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겁하게 보이는 이유다.

조 전 의원이 비겁하게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겸허함'이 진심이라면 최소한 전교조에 사과 한 마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사과는 못할망정 뒤통수 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교조 저격수'라는 '전교 조전혁' 선생은 달랐다. 지난달 31일 자유경제원에서 <조전혁, 전교조를 말하다> 토론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조 전 의원은 전교조를 "가장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투쟁집단"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전교조가 창설된 후 대한민국은 교육에 있어서 '내전(內戰)' 상황에 있다"고도 말했다.

그에게 전교조는 급진좌파가 교육계를 장악하기 위해 만든 전초기지이자 시위를 주도하는 폭력적인 정치투쟁집단이다. '전초기지', '정치투쟁집단', '세력 투쟁', '조직 투쟁', '급진좌파적 정치성' 등 날선 말들이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의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조 전 의원이 법의 심판을 받은 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런데 그에 대한 전교조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한켠에는 그의 교수 월급까지 압류한 것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도 있는 모양이다. 전교조가 6·4 교육감선거에 출마한 조 전 의원의 선거보전비용 중 12억 9000만 원을 압류하려 하자 나오는 반응들이다.

전교조는 조 전 의원의 국회의원 세비를 일부 압류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급여에 대해서까지 압류한 사실은 없다. 조 전 의원 자신은 물론이고 대다수 언론이 월급 압류에 관한 '팩트'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지난해 11월 한 보수신문의 칼럼에 나온 '월급 50% 압류' 관련 내용을 토대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노컷뉴스> 7월 18일자 기사 '전교조는 왜 조전혁 선거보전비용까지 압류할까?'에서 알 수 있다.

선거보전비용에 대한 압류 문제는 조금 다르다. 전교조가 선거보전비용을 처음부터 압류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전교조 이현 정책실장은 법원의 명단 공개금지 결정이 나왔을 때 "조 전 의원이 이를 내리고 사과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전 의원은 손배금을 내라는 법원 판결 후에도 납부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면서 조 전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불법 행위를 업적인 양 내세웠다. 선거 공보물과 유세를 통해 전교조 명단 공개를 공공연히 자랑했다. 전교조야말로 조 전 의원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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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4 선거에서 경기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조전혁 후보의 공보물.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는 사실이 자랑처럼 적혀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원시적인'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게 일반적인 세평이다. 그렇다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게 아닌가. 꺼리거나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이 전교조 교사임을 밝힐 수도 있겠다.

맞다.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그런 개인정보의 공개 여부는 당사자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사항이 아닌가. 전교조 교사 중에는 공개 자체를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이가 그 사실을 임의로 공개해 버리는 것이다.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생각해 보라. 자신이 가입해 있는 동아리나 스포츠클럽, 계 모임 등은 전혀 거리낄 게 없는 것들이다. 개중에는 다른 이에게 특별히 내세우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알게 된 다른 사람이 일방적으로 공개한다. 그를 가만히 놔둘 수 있겠는가.

전교조 대 조 전 의원간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정 공방은 끝났을지 몰라도 '돈'으로 얽힌 문제가 미해결 상태다. 많은 사람이 투자한 조 전 의원의 선거펀드가 이번 사건에 얽혀들면서 이해 당사자도 크게 늘었다. 전교조에 막대한 돈을 물어내야 하는 조 전 의원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전교조 조합원'이다. 전교조에 대한 '전교 조전혁' 선생의 행태는 아무리 양보해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전교조 본부가 조 전 의원이 내야 할 손배금을 끝까지 받아냈으면 좋겠다. 손배·가압류 폭탄에 내몰린 노조와 수많은 노조원들은 지금 삶의 벼랑 끝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가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그런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이번 손배금 납부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조전혁 전 의원 #전교조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거보전비용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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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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