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자식 잃은 엄마들 눈 똑바로 볼 수 있나?"

[현장] 14개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 국회·새정치연합 당사 오가며 '밀실 합의' 반대

등록 2014.08.11 19:10수정 2014.08.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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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국회 정문 앞, '엄마의 노란손수건''82쿡 엄마당''판교맘 세월호 모임''참교육 학부모회' 등 14개 엄마 커뮤니티 회원 100여 명과 아이들이 두 손에 노란 우산과 피켓을 들고 몰려들었다.

그 앞으로 100여 명의 경찰이 이들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대열을 만들고 섰다. 이들은 원래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이 출입을 불허하는 바람에 국회 정문 앞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엄마들이 나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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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내 자식이 아닌, 미래의 아이들 위한 법입니다" 11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단원고 고 김동혁 군의 가족과 함께 참여해 세월호 특별법 밀실합의 파기와 수사권 기소권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밀실 합의' 파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지난 7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한 것에 대해 합의 당사자 중 한 명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국민공감혁신위원회 위원장)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 박희정씨는 "여아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국민들의 뜻과는 다르게 (세월호 특별법) 밀실합의를 해,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찢어 놓고 있다"며 "엄마들이 세월호 특별법 여야 밀실합의를 파기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정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분향소에 있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우리 엄마아빠를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 잘못된 세월호 특별법으로 유가족을 죽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정여혜 '세대행동' 대표는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하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지금 이 모습(세월호 특별법 밀실합의)이 제대로 보여주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박영선 의원은 자신 없으면 정계를 떠나라"고 비판했다.


또 정 대표는 "이번 세월호 특별법의 밀실합의에 반대한 46명의 국회의원 이외의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을 지켜보겠다"며 "이들이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낙선운동은 물론, 새정치연합 해체운동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마녀' 소속 한 회원도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회 위원장이 무엇을 공감하겠다는 것이냐"라며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엄마들 눈을 똑바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박영선 대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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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유가족 응원하는 '대한민국 엄마들' 11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단원고 고 김동혁 군의 가족과 함께 참여해 세월호 특별법 밀실합의 파기와 수사권 기소권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 ⓒ 이희훈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은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농성에 대해 막말을 한 여당의 의원들을 비판하며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혜란 '엄마의 노란손수건' 대표는 "자식을 위해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한 여당 의원이 '제대로 단식했다면 벌써 쓰러졌어야 한다'라는 막말을 했다"라며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엄마들이 나서겠다"라고 선언했다.

오 대표는 이어 "(세월호 유가족인) 건호 엄마가 '평범한 국민을 투사로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이 최고다'라고 한 말에 동의한다"며 "우리도 투사가 되어 다시는 그 어떤 부모도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피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난 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엄마들의 힘을 전하러 가자"며 국회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제지에 막혀 국회로 진입하지 못했다. "우리 엄마들이 세월호 엄마들을 보게 해달라"고 외치는 회원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의 실랑이는 20여 분 가량 계속 됐다.

그러자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 10여 명이 정문 앞까지 이들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문 앞에 모습을 나타내자, 회원들은 "우리 엄마들이 세월호 유가족들 힘내라고 왔다"며 "세월호 엄마들, (세월호 참사 유족인) 예은이 엄마, 힘내요"라고 외쳤다.

이들은 또 "우리가 세월호 특별법 꼭 제대로 통과 시키겠다"며 "유가족들, 조금만 더 힘내라"고 지지를 전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 계속해서 국회에서 싸우겠다"라고 대답했다.

"박영선 나와라", "새눌연합당은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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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응원 '함께 흘리는 눈물' 11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엄마들'이 단원고 고 김동혁 군의 가족과 함께 참여해 세월호 특별법 밀실합의 파기와 수사권 기소권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은 국회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새정치연합 당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던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옆에는 "세월호 특별법입니까? 평생 노후보장 특별법입니까?"라고 적힌 대형 피켓이 세워져 있었다.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은 새정치연합 당사로 가던 도중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우연히 마주쳤다. 이들은 시위를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엄마들은 세월호를 아직 잊지 못한다"며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답하고, 새누리당은 각성하라"며 유가족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새정치연합 당사에 도착한 회원들은 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용혜인씨와 10여명의 대학생들을 응원했다. 대학생들이 "경찰들이 모기망도 못 치게 하고, 그늘막도 못 치게 한다"고 하소연 하자, 회원들은 "(단식을 진행해고 있는) 학생들은 태양볕에 내몰고, 경찰은 그늘에 숨어 있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또 어린 학생들이 너무 수고 한다"며 "엄마들이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엄마 커뮤니티 회원들은 새정치연합 당사 앞에서 교대로 연좌농성을 진행했다. 이들은 새정치연합 당사 안으로의 진입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박영선 나와라", "새눌연합당(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의 합성어)은 해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당사 앞에서 2시간 여를 더 농성을 한 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덧붙이는 글 이겨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엄마활동가 #노란손수건 #세월호 #유가족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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