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울부짖음에 도움을"
교황, 100만명 앞에서 시복식 강론

[프란치스코 방한] '낮은 곳으로 다가가는 삶' 강조... 17일 세월호 유족 직접 세례

등록 2014.08.16 12:44수정 2014.08.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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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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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막대한 부요(부유함)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16일 오전 10시 7분 서울 광화문 광장, 복건을 쓴 아기예수와 비녀를 꽂은 성모 마리아의 모자상 옆 제대에 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 번 '낮은 곳'으로 다가가는 삶을 강조했다. 천주교 신자 17여만 명 등 광화문 일대에 모인 시민 약 100만 명은 숨을 죽인 채 그의 강론에 집중했다.

그는 이날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윤지충 바오로 등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을 직접 집전했다. '시복'은 천주교를 위해 순교했거나 덕행이 뛰어났던 사람을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福子)'로 추대하는 것이며 새로 복자에 오른 124명은 한국 천주교 초기 순교자다. 이 가운데 1791년 12월 8일 참수당한 윤지충 바오로는 한국 최초의 순교자다.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앞으로 복자라 부르고 법으로 정한 장소와 방식에 따라 해마다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시복선언이 끝나자 천주교 신자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환호했다. 몇몇 신자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시복식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세 번째로 열린 행사였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79위)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직후인 1968년(24위)에 열린 시복식은 모두 로마에서 열렸다. 이때 복자품에 오른 순교자 103위는 1984년 성인으로 추대됐다.

"순교자들, 형제들에게 관심... 어려운 형제자매에게 손길 뻗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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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과 인사나누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전 카퍼레이드를 하며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강론 때 순교자들이 남긴 신앙의 유산을 잘 보존하고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순교자들의 모범은 교회 안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교황은 "(신앙생활은) 그들을 당대의 엄격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형제적 삶을 이루도록 인도했다"며 "그들은 형제들의 필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교황은 그런 모습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방한 내내 매일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또 한 번 그들을 위로했다.

미사 전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그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47)씨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차를 멈췄다. 김씨에게 다가간 교황은 그의 손을 꼭 잡아줬고, "세월호를 잊지말아 달라"며 김씨가 건넨 편지를 직접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관련 기사 : 교황, 단식 '유민 아빠' 직접 위로 "세월호 잊지 말아달라" 편지 받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장애아동과 수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충청북도 음성군 꽃동네로 떠났다. 그는 17일에는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또한 이날 공식 일정 전, 단원고 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56)씨에게 직접 세례를 줄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방한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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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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