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반교육적"

국회, 25일 긴급토론회 열고 한국사 국정화 반대 한 목소리

등록 2014.08.26 12:17수정 2014.08.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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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25일 오후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 이창열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의 문제점을 긴급 진단하는 토론회가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역사정의실천연대와 김태년·도종환·안민석·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진후 정의당 의원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했다.

조선총독부의 교과서도 '검인정'이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이 '유신체제와 국정교과서-지배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된 교과서'를 주제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작년에 무산된 '교학사 발행 교과서 채택율 0%'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교과서로 쓰기에는 부실한 잡서라는 것이 학계와 교육계의 평가였고, 대다수의 국민도 이러한 평가에 동의한 셈"이라며 "그러자 박근혜 정권은 시대에 뒤떨어진, 역사 교육의 국가 통제라는 헛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제는 아예 한국사 교과서를 유신 체제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정제로 바꿀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1974년 이전만 해도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발행은 검정제였다"며 "심지어 일제식민지 시절에 조선을 통치했던 조선총독부도 국정이 아닌 검정제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유신체제에서 국정 교과서는 1974년과 1979년 두 차례 발간됐다. 이 위원장은 "당시 교과서를 보면,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의 대한민국에는 박정희 1인 또는 박정희 정권만이 존재할 뿐이다"며 "결국 이러한 정권 찬양 역사 서술이 의도하는 바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유신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함으로써 유신 독재에 대한 영원한 충성을 담보하는 데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교사 97%가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역사교육연구소는 지난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7일 동안 역사교사 8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97.0%(828명)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전환 시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3.0%(26명)에 불과했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에 관한 설문에는 '검인정제'가 68.8%(589명)로 가장 많았다. '자유발행제'(28.6%, 245명)와 '국정제'(2.6%, 22명)이 뒤를 이었다.

국정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교육부가 편수관을 두어 편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91.7%(774명)는 '필요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는 여당과 교육부의 한국사 국정전환 시도에 현장교사들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한경 회장은 "정답은 분명하다"며 "문제의 해결책은 국정제 전환도, 편수관 제도의 부활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회장은 이어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검정제도를 취지에 맞게 착실히 운영하는 것, 국가의 통제를 최소화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보급될 수 있는 발행제도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제는 획일성 그 자체, "반교육적이다"

진영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적이지 않다"고 단언했다. 국정제는 획일성 그 자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반교육적이다는 지적이다. 국적교과서 제도는 사상과 이념을 떠나 교육원리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다.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국정교과서는 말 그대로 국가 교육과정에 대한 유일한 해석을 전제로 단 한 종의 교과서를 개발해 활용하는 체제로 교육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제도"라며 "한국사 국정화 시도는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지속돼 온 뉴라이트류의 교과서, 교육내용의 이데올로기 장악의 최신판이며 역사교과서에 끝나지 않고 국어와 도덕, 사회교과서 등으로 확대돼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손영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변호사는 교과서 국정제에 대해 법률적으로 검토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2년 교과서 검·인정제는 물론 국정제까지 합헌이라고 판단했었다. 이와 관련, 오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는 학생 입장에서 인간의 존엄 존중에 상응하는 알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 교사 입장에서는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교육의 관점에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침해할 수 있어 위헌적이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1992년 판결에 법적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만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행정소송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영실 변호사도 오 교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손 변호사는 "1992년 헌재의 판결 논리는 교과서 발행에 국가의 개입이 정당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진 결정이다"라면서도 "하지만 금번 교과서 국정제의 위헌성 입증에는 현행의 교과서 검정제로 충분히 헌재가 밝힌 교육의 공공성과 교육이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기본권 제한이 큰 교과서 국정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결과는 비관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또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 학생과 교사들이 일차적 기본권 침해 피해를 입을 것이고 이들이 원고인단이 될 수 있다"며 "교육부 장관의 국정화 역시 무효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함께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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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입니다.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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