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눈치 보는 상사... 국방감독관 때문에 가능"

[병영에 햇빛을⑧-1] 독일 국방감독관 헬무트 쾨니히스하우스 인터뷰

등록 2014.09.03 11:28수정 2014.09.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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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은 군 입대 후 112일 만에 부모 한 번 못 만나보고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을 계기로 육군이 단 18일간 조사한 결과 3919건의 군내 가혹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이제 군에만 맡기지 말고 외부에서 본격적으로 감시하고 개입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병영에 햇빛을' 기획 연재기사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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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방감독관 독일 연방의회 국방감독관(국방옴부즈맨) 헬무트 쾨니히스하우스가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방옴부즈맨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야지마츠카사


"모든 장병은 저기 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격 존중과 표현의 자유, 자신의 삶과 가족을 불안정한 상태로부터 보호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따라서 독일 군인들은 명령과 복종의 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 명령이 합리적인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할 권리가 있죠. 이런 기본권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것이 국방감독관의 역할입니다."

독일 연방국회의 국방감독관(국방옴부즈맨) 헬무트 쾨니히스하우스(Hellmut Königshaus)는 지난달 27일 독일 베를린 국방감독관청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방감독관은 독일 군대가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쾨니히스하우스 국방감독관은 자유민주당(FDP)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연방의회의 비밀투표를 통해 제 11대 국방감독관으로 임명됐다. 법관 출신인 그는 1986년 베를린 시의원으로 그의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독일 우파 계열의 정당인 자민당(FDP) 소속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독일 연방의회 국회의원이었으며, 그 중 2년간 연방의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군대 의무 복무 2년과 국회 국방위원회 활동을 제외하면 군 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이 자리를 거쳐 간 다른 국방감독관도 법조, 교육,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정치인이 많다. 독일 국방감독관은 1990년부터 법 개정이 되면서 군 경력이 아예 없는 사람도 선발이 가능해졌고, 1995년 처음으로 여성 국방감독관이 임명되기도 했다. 독일 국방감독관은 임기가 5년으로, 4년마다 바뀌는 연방국회와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쾨니히스하우스 국방감독관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일문일답.

- 독일의 국방감독관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독일에서 이런 제도가 생겨난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나의 국가기관으로서 독일 국방감독관은 특별한 탄생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 헌법에도 나와 있듯이,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더 이상 군대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고 독일 연방군을 재창설하는 과정에서 독일 내부에서 격렬한 저항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군대는 전통적인 이전의 군대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민간이 지도하고 감독하는, 즉 의회에 의해 통제되는 군대가 돼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습니다.

독일 연방군은 방어의 목적으로만 기능하고, EU와 나토 시스템과 함께 움직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민간에 의해 지휘됩니다. 즉, 최고 지휘권은 군인이 아니라 평시에는 국방부장관, 전시에는 총리가 가지고 있습니다. 무기 구입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회의 최종 결의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걸로도 불충분하다, 모든 개별 국회의원이 군대나 해외 파병지를 방문하고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위임하는 게 필요하고 해서 생겨난 것이 이 국방감독관입니다.


국방감독관 서류 공개 거부할 수 있는 건 장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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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독일 베를린 국방감독관청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독일 국방감독관 헬무트 쾨니히스하우스 ⓒ 야지마츠카사


- 독일 국방감독관의 임무는 무엇입니까?
"독일 군인들은 상관의 명령과 복종 관계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명령이 합리적인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권 내에서, 모든 군인들은 저기 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권존중, 표현의 자유, 개인과 가족을 불안정한 상태로부터 보호하는 것 등이요. 이런 것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것이 국방감독관의 역할입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군 복무와 가정의 양립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있는 해외 파병 군인들이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고충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이 때문에 파병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인터넷과 스카이프 등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독일 국내에서 근무하는 군인들도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원하지만 군인들은 항상 임무에 투입되거나 군대에 있어야 하니까요. 가능한 한 가족이나 고향에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멀리 떨어져야 할 경우에는 가족에게 더욱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합니다.

병영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처럼 20∼30명이 한 막사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이고 위생적인 설비를 갖춘 합리적이고 현대적인 건물을 제공하도록 합니다. 시설 설비 등에 대한 민원은 보통 군부대 방문 시에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대의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즉, 상관 권위의 불합리한 사용, 남용으로 후임들을 수치스럽게 하는 경우는 없는지, 이들의 지휘태도를 감시하는 것입니다."

- 국방감독관의 활동에는 구속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까.
"저도 방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국방감독관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군인들은 국방감독관에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청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은 법입니다. 또한 국방감독관은 언제나, 어디로나 사전 통보 없이 군대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통보 없이 가서 어떤 군인과도 이야기 할 수 있으며, 모든 서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국방감독관은 자신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 이후 문제가 있다,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면 상관을 불러서 확인하고 통보 할 수 있습니다. 개별적인 조사를 하거나, 조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 한국 군대는 '보안'을 이유로 군문서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는 없습니까.
"거부할 수 없습니다. 국방감독관은 서류 접근권 있고, 사정이나 정보를 요구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거부)가능성이 있는데, 국방부 장관이 직접 거부할 수 있습니다. 안보 등을 이유로 국방감독관에게 서류를 제출할 수 없을 경우에는 다음 국회에서 그 근거를 대고 해명해야 합니다. 제가 활동한 이래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의 계획과 의지에 반해서 행해지거나, 활동이 중단된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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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방감독관청의 민원 접수파일 독일 국방감독관청(독일옴부즈맨)에는 매년 5000여건의 민원이 들어온다. ⓒ 야지마츠카사


- 군대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집니까.
"우리는 개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군대 조직을 먼저 존중합니다. 국방감독관청에서 50∼60명의 직원들이 있는데 지난해 민원이 5000여건이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관련된 군사 기관에 먼저 위임을 해서 조사를 하도록 합니다. 이후 당사자들이 조사 결과에 대해 만족하느냐, 불만족한 경우에는 다시 우리에게 사건이 되돌아옵니다. 그러면 우리가 다시 검토하고 조사를 진행합니다. 국방감독관이 의회와 장관을 통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직접적으로 군대에 통보하면 거기서 먼저 대응을 합니다. 내적 구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민간보다는 통계가 적긴 하지만 독일 연방군에도 자살 사고 등 있습니다. 군인들이 다치거나, 내적지휘에 반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사건을 받으면 헌법 위반, 인권침해 발생 여부를 검토하고 군대 내 수사기관을 통해 처벌 등 조치가 이뤄집니다. 군내 외부의 일반적인 절차와 같이 처리됩니다. 특히 자살 사건을 주의 깊게 보는데 공사 구별이 특히 어렵습니다. 근거가 과도한 업무로 인한 것인지 사적인 문제인지 분리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전역 군인, 가족, 일반 시민 모두 민원 접수 가능

- 최근 해외파병 군인들의 심리적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해외파병자들의 심리, 트라우마 문제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미국이나 영국군보다는 비율이 낮습니다. 제 생각에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국방감독관이 이미 그것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짧은 파병기간을 유지하도록 하고 근무 경감, 가족과 소통을 유지하는 등 예방대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독일 군대는 해외파병의 역사가 아직은 오래되지 않았고, 격렬한 전투 지역이 아니라서 다른 지역보다는 심리적 문제가 적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보고 있고 (장병의 파병 기간을)짧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파병기간이 1년 이상 되면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매우 큰 부담이 됩니다." 

- 군인들에게서 민원 접수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안이 군인들로부터 나오는 건가요.
"일반 군인은 물론 전역군인이나 군인 가족들, 일반 시민까지 모든 이가 군대 관련 불만과 희망사항 등에 대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방감독관 사용권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군인들의 권리를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직접 부대 방문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인지한 내용을 접수하기도 합니다."

- 독일은 2011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뀌면서 접수 사건이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군인 1000명 당 약 27건이 접수됐는데, 국방감독관이 생긴 이래 가장 청원 건수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군대 개혁, 구조조정에는 항상 불만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왜 동료는 진급이 됐는데 나는 안 됐나 이런 불만이 많아졌습니다. 해외파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들로부터의 민원이 늘어났고요. 임금문제나 질병에 대한 보험처리 문제, 베테랑 군인이 병에 걸렸을 때 과거 업무와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것에 대한 고충 등이 많습니다. 지금 동서독 군대가 합쳐지면서 과거 동독 출신들의 군인의 청원이 많은 편입니다. 접수 사건의 종류나 출처 등은 모두 연례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국의 군에도 고충 처리를 하는 곳이 있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 때문에 쉽게 이용을 하지 못합니다. 독일 군인들이 국방감독관을 이용할 때 심리적 압박 등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국방감독관을 이용한 군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법이 제정돼있습니다. 상사가 불이익을 줬다고 하면 해임 등의 처벌을 할 수 있고, 심할 경우에는 감옥까지 가는 등 법이 강합니다. 국방감독관에는 접수 리스트가 있고 이를 항상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상사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가능한 피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측면으로 억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방감독관에 완전 무기명으로 접수를 하면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실명으로 신청을 하면서 익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군대 건물마다 걸려 있는 국방감독관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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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방감독관 헬무트 쾨니히스하우스 ⓒ 야지마츠카사


- 국방감독관 공식 홈페이지에는 '군인들의 변호사'라는 점이 강조돼 있습니다. 국방감독관 사용 권리에 대한 홍보나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독일연방군이 신입 장병 교육 때 이 국방감독관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군대 건물마다 입구마다 국방감독관의 연락처가 있습니다. 군인들과의 핫라인인 셈입니다. 군인들이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민원을 접수하면 이틀 뒤에 접수 확인 여부와 담당자를 알려줍니다. 누가 당신의 담당자인지, 어디로 연락할 수 있는지, 접수 처리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려줍니다."

- 독일 국방감독관 제도에 대한 외부 관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내일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가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방문을 했고,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 한국 군대는 안보를 이유로 민간 통제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는데요.
"물론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군대가 민간 사회와 연결되지 않는 건 양면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독일 헌법에는 여전히 규정된 것이 있습니다. 시민들은 안보에 관한 군 사안들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통역 문기덕 (m.kiduk@gmail.com)
사진 야지마츠카사 (photo521@hotmail.com)
#독일 국방감독관 #독일 국방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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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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