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보다 못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지"

고양이들의 놀라운 질서의식을 보며...

등록 2014.09.04 10:26수정 2014.09.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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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을 들어 친근감을 표하는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 ⓒ 이수훈


다가구 주택(빌라) 1층인 우리 집의 거실문을 열면 건물 구조상 우리 집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길쭉한 자투리 공간이 나온다. 그곳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금붕어를 키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금붕어 숫자가 하나 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때론 상처를 입은 채로 죽어서 떠오르기도 하였다.


왜 그럴까 궁금하여 유심히 관찰한 결과 그 범인은 바로 길고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괘씸한 고양이를 어떻게 혼내주나 궁리하고 있을 즈음, 지난 6월 어느 날, 밤새도록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일찍 깨서 거실 바깥으로 나가보니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뜰에 새끼 다섯 마리를 낳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측은지심에 그때부터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먹이를 주면서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새끼들이 어미 젖을 떼고 독립적으로 먹이를 먹게 되었을 때부터 어미는 새끼들보다 결코 먼저 먹이를 먹는 경우가 없었다. 다만 먹이 종류가 바뀌게 되면 먼저 와서 맛을 보고 이상 유무를 확인한 다음 멀찍이 뒤로 물러 앉아 새끼들이 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새끼를 만지려고 하면 얼른 와서 '캬악'하는 소리를 내면서 앞발로 내 손을 할퀴며 위협하였다.

신기하게도 새끼들은 먹이를 두고 서로 다투지 않고 다섯 마리가 매회 일정한 순번을 정하여 순서대로 밥을 먹었다. 한 마리가 먹이를 먹는 동안 다른 네 마리는 배가 고파도 꾹 참고 얌전히 웅크리고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먹이는 조금 모자라게 주었는데 먼저 먹는 놈들은 배를 다 채우지 않고 적당량을 먹으면 스스로 물러나서 다음 순번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이 다 먹고 난 뒤 남은 것이 있으면 마지막 순서로 밥 그릇을 핥아 먹었다.


뭔가 조그마한 이권이라도 있으면 서로 먼저 가지려고 박이 터지도록 싸우는 것이 우리 인간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직장생활에서도 서로 먼저 위로 올라서기 위해 암투가 벌어지고 중상모략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은가?

고양이들의 놀라운 질서의식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질서있게 밥을 먹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다짐하였다.

"고양이보다 못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지!" 

엉켜 뒹굴며 장난치다가 서로 기대어 잠자는 새끼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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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고양이의 인솔로 먹이를 먹으러 다가 오는 모습. ⓒ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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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문 앞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 ⓒ 이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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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번에 따라 먹이를 먹는 모습. ⓒ 이수훈


#고양이 #들고양이 #먹이 #순서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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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을 위해 애쓰는 경남교육청 소속 공무원이었으며, 지금은 경남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댄스스포츠를 국민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무도예술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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