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노조가 데모나 한다"고요? 무슨 소리!

[주장] 안성 두원정공 노조 투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등록 2014.09.06 18:48수정 2014.09.06 18:48
0
원고료로 응원
a

이용섭 지회장 지금 전국금속노조 안성지부 이용섭 회장이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 송상호


일부 안성 사람들이 말한다. "배부른 귀족노조가 만날 데모나 하는 겨." 그래서 물었다. 두원정공 노조원 중 하나에게 대체 연봉을 얼마나 받느냐고. 연봉 6000만 원 정도란다. 계산해봤다. 월 임금 500만 원이다. 아하! 이래서 사람들이 그러는 구나. 솔직히 내 나이 오십이 다 되어도 평생 막노동부터 영어학습지원장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받아 본 월급이 200만 원을 넘겨본 적이 없다. 사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수준이 이 수준에서 대동소이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들의 연봉하나만 봐도 '귀족노조'라고 라벨을 붙여줄 만하다.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느냐고? 두원정공이 요즘 심상치 않다. 두원정공 노조는 지난 8월 25일부터 일부 노동시간 중 파업했고, 회사는 폐업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에 단체협약 100여 개 조항 중 45개 항목의 수정, 3년 간의 임단협 위임을 요구안으로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때문에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아가려는 것이라고 한다. 노조는 폐업이라는 카드로 노조를 없애려 한다고 주장한다. 팽팽히 맞선 노사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안성시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 중 큰 이유가 "두원정공 노조는 귀족노조"이며, "일련의 노조활동과 작금의 사태는 배부른 귀족노조들의 투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보느냐. 한마디로 일부 안성 시민들의 그런 시각은 뭔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고, 편협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우리나라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은 OECD 회원국 28개 국 중 19위(2012년 발표)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연평균 임금이 3만3221달러(한화 약 3400만 원)이며, 이는 OECD회원국 평균(4만 3933달러, 한화 약 4500만원)의 75% 수준이다. 유난히 비정규직이 많은 우리나라는 상용근로자 축에도 못 끼는 근로자가 많아 더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그리고 갈수록 OECD 회원국 평균수준에서 더 떨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평균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위(2014년 발표)다. 1위는 멕시코(2237시간)이며, 우리나라는 2163시간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1770시간이며, 최저 근로시간은 네덜란드(1380시간)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1위 자리를 멕시코에게 뺏긴(?) 셈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그렇다. 한마디로 '열악한 환경, 최악의 임금', 이것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환경이다. 왜 요즘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할까. 대답은 분명하다. 일은 고되고, 월급은 적으니까. 노동자가 대접 받기는커녕 천시당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될까. 공무원 평균 연봉 5394만 원(월 447만원)이라고 2014년 안전행정부 관보에 보고 됐다.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감안하면 공무원 임금은 체감온도가 상당히 높다. 이래서 사람들이 '철밥통'이라 부르는가 보다.


물론 여기서 "공무원 임금이 많으니 내려라"는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공무원 수준이 2014년 현재 OECD 회원국 노동자 평균 임금에 가깝다. 공무원들은 나름 정당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몸으로 일하는 우리나라의 상용근로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a

출정식 8월 22일, 두원정공에서는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1,100여명이 참석한 거운데 두원정공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현장탄아 분쇄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 송상호


그런 면에서 오늘의 주인공 두원정공 노조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건 말 그대로 '정당'하다. '분에 넘치는'이라거나 '귀족노조'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들의 임금수준은 지금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국가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수준이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이 무얼까. "젠장, 나는 뼈 빠지게 일해도 한 달에 200만 원 겨우 받는데, 저 X들은 만날 데모나 하며 500만 원이나 받아가네"라고 시기 질투할 게 아니다. 두원정공 노조가 20년 넘게 노조활동을 꾸준하게 해왔기에 가능한 임금구조라는 걸 놓쳐선 안 된다. 거기다가 두원정공의 현재 노동자 연령이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50대다.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50대가 받는 500만 원(월 임금)이 많아서 귀족노조라 부른다면 그건 우리사회가 뭔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증거다.

평생 200만원도 못 받아 본 나지만, "저들이 저렇게 선구자적인 길을 가는 건 우리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거다. 모델이 있어야 어떻게 고칠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겠다. 두원정공이 그동안 거두어온 승리는 노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돌려주려면 '더 많은 노조, 더 왕성한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이다.

그나저나 '귀족노조'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대기업 노조 위원장이 누리는 엄청난 특혜와 이권이 드러나면서 생겨난 신조어'라 되어 있다. 에이 뭐야. 애당초 두원정공 노조(그 외 대다수 노조)는 해당사항도 없었던 거네.
#두원정공 #두원정공 노조 #귀족노조 #노사분쟁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