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폭식투쟁', 사람된 도리 아니다"

[인터뷰①]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록 2014.09.22 13:38수정 2014.09.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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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종 방한 준비위원장이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제주교구 주교는 <오마이뉴스>가 22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데일리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교종 방한 후일담과 세월호 특별법, 그리고 한국 사회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밝혔다. 기사에는 팟캐스트 방송 분량상 생략된 내용 전문을 게재한다.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인 장윤선 기자가 진행하는 <장윤선의 팟짱>은 '정보가 있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으로 매주 평일 낮시간대에 청취자들을 찾아간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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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선의 팟짱>,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인터뷰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 준비위원장이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제주교구 주교는 <오마이뉴스>가 22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데일리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교종 방한 후일담과 세월호 특별법, 그리고 한국 사회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밝혔다. ⓒ 김윤상


"추석날, 세월호 단식농성장에서 피자 100판 먹는 퍼포먼스는 한 마디로 슬픕니다. 사람의 고통을 그렇게 희화화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죠. 위로는 못해줄망정 그렇게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22일로 세월호 참사 160일째다. 참사의 진실이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가운데 세월호 유족들은 광화문 광장 단식 농성장에서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피자 100판 먹기, 햄버거 먹기 등.

강우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은 이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사람 된 도리가 아니라고. 강 주교는 22일 방송된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현대 문화가 너무 물질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흐르다 보니 다른 이웃이나 형제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 영혼의 소통 능력이 아주 극도로 약화되었다"며 "감각적인 문화에만 익숙하다 보니 영혼 밑바닥에서 소용돌이치는 희로애락의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짊어지는 능력이 다 시들어 버리고 말라 비틀어져버린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젊은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 문화가 자꾸 말초신경을 자극해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공감의 능력이 떨어져 그런(폭식투쟁) 사례도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이 인터뷰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준비위원장으로서의 후일담도 털어놓았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우리에게 남기고 가신 메시지의 무게와 비중을 아직 우리 사회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여 우리 삶에 연결시키려 한다면 기존의 삶의 패턴과 행동에서 어떤 갈등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의지가 동원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절대로 쉬운 말씀을 주신 게 아니라서 마음속으로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경제적 가치"라며 "신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해 세계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그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만 끊임없이 채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 주교는 "부가 축적되는 것만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며 "(위정자들은) 낙수효과를 강조하지만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아직도 낙수 효과를 믿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하실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은 정말 한계에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종께서는 자신이 가진 부를 그저 없는 사람들에게 돈 몇푼 쥐어주는 걸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또 가난한 사람들도 인간으로서 품위있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셨다"며 "우리나라 지도층이 가장 아프게 알아들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아이튠즈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오마이TV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주류 사회가 추구하는 길, 인생의 성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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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선의 팟짱>, 강우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인터뷰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 준비위원장이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제주교구 주교는 <오마이뉴스>가 22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데일리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해 교종 방한 후일담과 세월호 특별법, 그리고 한국 사회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밝혔다. ⓒ 김윤상


- 지난달 18일 출국하신 프란치스코 교종은 한국사회에 정말 큰 울림을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들어라,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 경제모델을 거부하라, 등등의 말씀을 주셨는데요. 교종이 떠나신 뒤, 우리 사회가 이 분의 가르침을 얼마나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분의 메시지 내용과 무게, 또 그것이 가져올 비중 이런 것들을 아마 많은 분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여서 우리 삶에 연결 시키려고 하면, 기존에 우리가 살아오던 삶의 패턴과 행동에서 어떤 갈등이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정말 상당한 시간과 의지, 이런 게 동원이 돼야 실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대로 쉬운 말씀을 해주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으로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 그간 한국사회 그 어떤 종교지도자도 프란치스코 교종처럼 센 말씀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적확하게 보시고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셨는데, 이건 교종께서 준비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한국 가톨릭 교계에서 당부한 것입니까.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탁드립니다.
"교종께서 어느 나라를 가시든 그 나라 사정에 대해 잘 모르시지요. 따라서 그 지역의 의견이나 자문을 구하게 되는 건 당연한데요. 그래서 교종께서도 저희에게 한국 상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셨고, 교종이 뭘 좀 말하기를 원하는가 사전 교감이 상당히 깊이 있게 이뤄졌습니다. 저희는 교종께 한국 현대사의 개략을 설명하면서 지금의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 또 우리 교회 사목자들이 제일 관심 갖고 있는 부분들이 어떤 부분들인가 그런 것을 되도록 다양하게 알려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교종께서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한국 사회에 던지고 떠나셨는데요. 한국의 위정자들, 권력자들이 가장 아파해야 할 대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경제적 가치입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고 달성하는가, 가장 기본적 방법론으로, 결국 장사를 많이 해서 기업을 활성화 시키고 돈을 벌어야 나라가 부유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신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해 세계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그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만 끊임없이 채택하고 있거든요.

부가 축적되는 것만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고, 또 그로 인한 낙수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교종께서 방한 이전에 발표하신 <복음의 기쁨>이라는 서한에서 '아직도 낙수효과를 믿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하실 정도로, 이미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은 정말 한계에 왔다고 하셨습니다. 또 당신이 오랫동안 사셨던 아르헨티나가 신자유주의로 희생된 대표적인 나라여서 그 폐단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한국 사회도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안고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셨습니다.

교종께서 처음 도착하시던 날, 제가 한국 주교단을 대표해서 환영 인사를 드릴 때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에 대한 폐단을 말씀드렸지요. 그러면서 저희가 '당신께 어떤 칭찬이나 포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굉장히 많이 앓고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나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교종께서 개별적으로 저한테 오셔서 그 얘기(신자유주의 문제점)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교종의 인식 안에는 '경제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회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셨는데, 그 가운데 저희 사목자들에게는 가난에 대해서 정말 많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하는 사회에서 가난은 정말 배격의 대상인데, 오히려 가난이 갖는 가치를 강조해 주셨지요. 또 평신도 지도자들을 향해서는 '우리가 가진 부를, 그저 없는 사람들에게 돈 몇푼 쥐어주는 걸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가난한 사람들도 인간으로서 품위있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부분이 정말 우리나라 지도층이 가장 아프게 알아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돈만 많으면 된다는 인식, 끝없는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 심각한 양극화와 인간성 상실. 열패감에 젖어 스스로 목숨 끊게 되는, 그래서 한국사회 자살률이 높아지는 심각한 극단의 상황에 놓였는데요. 교종께서는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준비가 됐느냐, '아 유 레디?' 하셨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가 그런 문제점들과 싸울 준비가 됐을까요?
"우리의 현실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주류사회의 삶이 결코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소수이지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일류기업 생활을 접고 시골에 가서 농사 일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 말입니다.

최근 제주에도 인구가 지난 3년 사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도시에선 그야말로 온갖 피눈물 나는 노력을 다 해도 아주 각박한 삶밖에 안 되는데, 제주에서는 조금만 노력을 해도 어떤 의미로 훨씬 인간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흐름을 보면 젊은이들이 '이 시대 주류 사회가 추구하는 길이 인생의 성공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로마로 돌아가신 뒤 한국 사회에 대한 인상을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별도의 전화나 이메일, 문자 메시지 같은 것이 있었나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웃음) 다만, 한국사회 한국 신자 또 국민 전체가 당신을 아주 기쁘고 또 따뜻하게, 열광적으로 환영해 주신 데 대해 만족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시기 전부터 한국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마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교종과 동행한 교황청의 다른 추기경님들도 실제 한국 사회의 에너지, 열정, 역동성, 그러면서도 또 조용히 해야 할 때는 또 조용히 하는 데 대해 놀라워했습니다. 한국 백성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가능성에 굉장히 놀라는 눈치를 보이시더군요."

- 이번 교종 방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재밌는 장면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첫날 도착하시자마자 청와대에 잠시 들렀다가 한국 주교들과의 만남을 가지러 오셨을 때, 한 사람 한 사람 주교들이 뵙고 인사드렸습니다. 인사가 모두 끝난 뒤 기념으로 큰 마분지 같은 종이를 드리고 사인을 부탁했어요. 저흰 그 큰 종이에 아주 크고 멋지게 하실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그것도 아주 작은 글씨로, 돋보기를 써야 보일 정도로 아주 작게 서명을 하신 거예요. 저는 처음에 '이 양반 장난하시나' 그랬어요. (웃음) 서명을 하신 뒤에 절 딱 보시는데 그 표정이 '요거 봤지?' 그런 표정이에요. 아, 이분이 우리에게 일부러 깨달으라고 하시는구나, 느꼈습니다.

다른 주교님들께도 그 종이를 보여드렸는데 다들 "와" 하고 웃으셨습니다. 어딜 가시든 서명하실 때마다 아주 깨알 같은 글씨를 쓰시는 걸 보고 많이 느꼈지요. 프란치스코 성인이라는 분이, 자신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가 하면 사람들이 자기를 보잘 것 없는 인간으로 취급할 때 하느님 앞에서 가장 행복하다, 이렇게 가르쳤던 성인입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희화화 하는 작업을 하시는구나, 느꼈지요.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교종께서는 늘 우리를 웃겨 주셨다고 하셨는데요. 그밖에 다른 일은 없으셨나요?
"방문 첫날 주교모임 때 주교님들 한 분 한 분 소개를 드렸는데 광주의 보좌 주교님이 가장 젊은 분이셨습니다. 이분이 자기소개를 하니까, 교종께서 그분을 빤히 보시더니, '너 초등학교는 나왔어?' 하시는 거예요. 너무 젊고 애기 같으니까, 손자 보듯이 하셨는데 그것도 참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김영오씨 만난 장면, 가장 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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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를 하던 교황은 김영오씨 등 세월호 유족을 보자 일부러 자동차를 멈추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김씨는 교황에게 "세월호를 잊지말아달라"며 직접 쓴 편지를 건넸다. 교황은 그를 위로한 뒤 김씨의 편지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 교황방한위원회


- 교종이 떠난 뒤 마지막 브리핑에서 강 주교님께서는 "교종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갑자기 뭔가 저지른다는 거였다, 정말 예측불허의 일들이 수시로 일어났다"고 하셨는데요. 가장 예측불허의 행동이라면 무엇을 꼽으실 수 있으십니까.
"세월호 가족 앞에 차를 세우시고 직접 내리셨을 때입니다. 저는 그 분이 진짜 차에서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정말 각본 바깥의 일이었지요. 고 김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와 만나던 장면인데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는 진즉 로마에 말씀도 드리고 연락도 주고받곤 했지만, 그날은 무려 20만 명이나 모인 현장이었고, 거기서 움직이시는 동선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전부 다 사전에 예정이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차에서 내리실 줄은 정말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 광경을 보곤, 나중에 참 너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저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그냥 거기에 머물러 주신 것, 그것이 참 무엇보다도 저희에게는 정말 예측 바깥의 행동을 취해주신 것입니다. 그밖에 자꾸 가시다가 도로 돌아오시기도 하고 그런 적이 있었지만, 가장 진했던 때는 그날이었습니다."

- 저희도 놀랐습니다. 아마 당일 그 영상을 보신 분들은 다들 감동했을 것 같은데요. 교종께서는 어떻게 그 수많은 군중 가운데 김영오씨를 구분해내시고 차를 세우셨을까 싶었습니다. 어떻게 직접 구분하셨을까요?
"교종이 직접 김영오씨와 세월호 가족들을 구분해 내지는 않으셨다고 생각되고요. 통역으로 수행한 정재천 신부님이 저분이 김영오씨 맞다고 말씀해 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 신부님이 통역하시면서 바싹 마르신 저 분이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다, 하니까 교종께서 차에서 내려 손을 잡아주신 거군요. 주교님께서는 이 얘기를 어디에 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처음 공개하는 것입니다."

- 지난달 22일 단식 40일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그날 오후 광화문 단식농성장에 염수정 추기경께서 오셨는데요. 누군가 마이크를 쥐고 '잠시 뒤 이 광화문 광장에 염 추기경께서 오신다. 여러분께서는 야유하지 마시고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러 오는 것인 만큼 그냥 지켜봐달라'고 멘트를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과 달리 우리 추기경에 대한 존경심이 이렇게 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아, 글쎄요... 옛날 우리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기억이 너무 크게 남아서 우리 주교들에 대한 어떤 기대가 너무 크다 보니까 좀... 어... 실망도 드릴 수 있고, 아 그래서 뭐, 그러나 염 추기경님도 유가족들 많이 생각하시고 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나가기를 바라시고 계시지요. 너무 오해 안 하시면 좋겠습니다."

- 염 추기경께서는 당일 현장에서 유족들과 항상 같은 마음이고 또 함께 하시겠다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주 화요일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 열고 양보론을 설파하셨습니다. 이런 양보론에 대해 주교님께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거나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음... 그냥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 추석날, 세월호 특별법으로 단식농성 하는 장소에 우익 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나타나 피자 100판을 먹는 '조롱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 마디로 슬픕니다. 사람의 고통을 그렇게 희화화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죠. 위로는 못해줄망정 그렇게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 우리사회가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 정서적 양극화로 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식하는 사람들의 숭고한 마음을 이렇게 조롱하는 데 대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요. 그냥 저러다 말까요?
"네,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겠죠. 오늘날 현대 문화가 너무 물질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흐르다 보니까 사람의 다른 이웃, 형제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혼의 소통능력이 아주 극도로 약화되고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 감각적인 문화에만 익숙하다 보니까 사람의 영혼 밑바닥에서 소용돌이치는 희로애락의 경험들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 함께 짊어지는 능력들이 다 시들어버리고 말라 비틀어져 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모든 젊은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 문화가 자꾸 말초신경을 자극해서 거기서 어떤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공감의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사례도 나오는 게 아닌가 저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 어디서부터 그런 걸 바로잡아야 할까요?
"결국은 평소 학교에서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경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물질적인 생활 속에 파묻혀 있다 보니까 우리 감성이 다 말라 비틀어져 버린 것이지요. 가정에서 부모들이 선생들이 아이들 교육하는 과정에서 국영수 점수 따는 데만 몰아세우지 말고 인간의 기본적인 공감능력, 어려운 이들과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의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그런 것을 양성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②] 강우일 주교 "눈물 흘리던 박 대통령, 초심으로" 기사로 이어집니다.)
#강우일 주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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