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단과대학 편제 개편 놓고 내홍 지속

[흔들리는 인천대①] 사회과학대 교수, 총장실 점거 등 경고

등록 2014.10.05 17:49수정 2014.10.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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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분쟁 사학에서 시립대학교를 거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가 흔들리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가지고 출범했지만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 최성을 초대 총장의 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다. 이에 3회에 걸쳐 인천대를 진단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인천대학교의 35년 역사는 다른 대학교에 비해 긴 역사라 할 수 없다.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처럼 설립 이후 짧은 기간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인천대는 국립대학법인 전환에 앞서 분쟁 사학에서 시립대로 바뀌었다. 사립대 시절, 군 출신의 설립자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여러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노력과 지역사회, 정치권, 시민들의 도움으로 1994년 시립대로 거듭났다.

시립대 시절, 대학교의 위상 제고와 체제 전환, 규모 확대, 송도캠퍼스 이전 등의 변화를 거쳤다. 2011년 12월,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1월 국립대학법인 설립 등기를 마쳤다. 1980~90년 분쟁에 휘말렸던 일부 사학들이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립대학법인 출범 이후에도 혼란과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요즘 인천대는 단과대학 편제 개편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학교당국은 국립대 전환에 따른 대학 발전 기반 구축과 교육부의 대학 구조 조정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2018년 이후 대입 정원이 수험생 수를 상회하는 등, 대학 입학 지원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교육부의 대학 구조 조정이 예정돼있다. 또한 소규모 학과와 단과대학의 증가로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인천대는 '융합, 특성화, 국제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지난해 11월부터 편제 개편(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회의를 20여 차례 열어 방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T/F팀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은 새로운 안이 제시돼, 사회과학대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취재 결과 T/F팀은 여러 논의를 거쳐 올해 7월 최종적으로 개편안 3개를 만들었다. 첫째 안은 단과대학 12개를 현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 안은 10개로 줄이는 것이다. 셋째 안은 정원 300명 기준과 단과대학 책임경영을 전제로 7개로 줄이는 것이다.

<시사인천>이 입수한 단과대학 편제 개편 최종보고서를 보면, 둘째 안은 입학 정원이 150명 미만인 단과대학만 조정한다는 것이고, 셋째 안은 입학 정원을 300명으로 정하고 이 기준에 미달하는 단과대학들을 중심으로 편제하는 걸 검토하겠단 것.


인천대 교육연구위원회는 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도 사회과학·경영·동북아경제통상대학을 통합하는 안이 안건으로 제출됐다. 그런데 휴회 10분 후 갑자기 지금껏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는 안이 제시됐다. 이날 회의에 들어간 복수의 참석자들은 "학교측 한 관계자가 '인문·사회과학대학 통합, 경영·동북아경제통상대학 통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새롭게 제시된 안은 그동안 학교 당국이 내세운 편제 개편 원칙인 입학정원 300명 기준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우선 동북아경제통상대학(3개 학과)은 통합을 한다고 해도 입학 정원이 195명이고, 도시과학대학(3개 학과)도 250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 입학 정원이 160명인 사회과학대와 사전에 통합 논의대상으로 거론되지도 않은 인문대를 통합하겠다고 판단한 것은 형평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날 학교당국은 최근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초학문 육성을 내세워 인문·사회과학대학 통합으로 문사철(문학·역사철학) 학과(입학 정원 30명)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회과학대학 교수들 반발 "원칙·철학 없는 편제"

이와 관련,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은 "편제 개편의 취지와 학문적 추세를 무시하고 통합의 실제적 피해자인 사회과학대학의 주체성과 성과 등은 무시하고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과학대학은 학생취업률, 교수 연구업적 교내 단과대학 평가에서 1위를 했으며, <중앙일보>의 학과 평가에서도 소속 학과 2개가 우수 등급을 받는 등,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내외적으로 받고 있다.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은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학교 집행부의 편제 개편(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최성을 총장에게 항의성 성명서를 전달했다. 총장이 6일까지 편제 개편(안)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총장실 점거를 시작으로 집행부를 상대로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게 이들의 의사다.

또한 학장과 각 학과장은 보직을 사퇴하고, 입시와 관련한 일체의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행정·교육대학원, 최고위과정 학생 모집과 운영에 협조하지 않고, 대학 안팎 일체의 평가를 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래발전을 지향하는 원리 원칙과 철학에 입각해 신중하게 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뜻"이라며 "단과대학 이기주의가 아니라 학교의 위상을 지키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정호 사회과학대학 학장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편제 개편은 말 그대로 밀실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원칙이나 철학도 없이 단과대학을 무조건 8개로 줄이기 위해 학문적 기준이나 유사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꿰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권 학장은 지난 총장선거 때 최성을 현 총장을 지지한 인사로, 최 총장과 호흡을 맞춰 교무처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권 학장마저도 학교당국의 구조조정이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편제개편위원장 "수개월 노력, 전혀 반영 안 돼"

학교당국이 당초 마련한 셋째 안은 인문대학과 사범대학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 안이 교육부의 기본방침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나왔다는 데 있다. 교육부 방침을 보면, 사범대학은 통합이 불가능하다.

또한 학교당국은 그동안 여러 단과대학을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면서 편제 개편을 논의했는데, 단과대학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번번이 안을 번복해 구성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김정규 편제개편위원장도 학교당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안식년에도 불구, 집행부의 요청으로 수개월 동안 편제 개편(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허탈감에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가 편제 개편의 명분과 이익 등을 교수들에게 제시하지 못하면,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대 관계자는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대학교 #단과대학 구조조정 #사회과학대 #분쟁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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