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간섭은 자유를 보장한다는 당연한 이치

[주장] 사마천의 <사기> 중 '한비열전'을 통해 바라본 군주의 도리

등록 2014.10.07 13:58수정 2014.10.0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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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한글화가 진행될 정도로 텔레그램의 유저수가 증가했다 ⓒ DEVCONCERT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후에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꾸린 조치는 카카오톡(SNS) 대체수단인 텔레그램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줬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차단하겠다는 발언뿐만 아니라 국민끼리의 소통도 차단하려는 의도일까.

기본적으로 치자(治者)와 피치자의 소통이 없는 국가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통치자가 국민을 위하지 않고 높은 이름만을 얻고자 한다면, 피치자를 위한 정치를 하시라고 설득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중 '한비열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대체로 유세의 어려움은 내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내 말솜씨로 뜻을 분명히 밝히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모두하기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군주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파악하여 내 주장을 그 마음에 들어맞게 하는데 있다. 상대방이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식견이 낮은 속된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며 멀리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상대방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높은 이름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이치에 어둡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께서는 본인을 향한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것이 본인 개인의 문제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허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본인이 군주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얘기가 다르다.

흔히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이라 표현하는데, 생각해보시라. 개인 관계에서도 너와 내가 하나가 되기 위해선 끊임없는 소통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부부는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갑과 을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대화한다. 대통령께서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화를 이루고 싶으시다면, 통치에 대한 끊임없는 간섭을 이겨내셔야 한다. 만일 그것에 관심이 없다고 하신다면 당연히 국민들은 대통령께서 하나 됨에 의지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필자는 그래서 걱정이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발언이 국민과의 하나 됨을 실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들려 그 첫째가 고민이오. 그것이 나아가 유세자가 군주를 설득하려해도 국민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의 높은 이름만을 얻고자하는 것이라, 대통령께서는 이미 국민과의 하나 됨을 원하는 유세자를 식견이 낮은 속된 사람이라 가볍게 여기며 상식이 없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하여 멀리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둘째가 고민이다.


고종석 작가의 말을 조금만 바꿔서 이야기해보자. 북한도, IS도,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사상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김일성 광장에서 '김정은 장군 만세'를 외쳐도 아무도 신경 안 쓰며, IS기지 앞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쳐도 죽지 않는다. 일부사상에 대한 자유만으로는 그 사회가 넉넉히 자유로운 사회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

끝으로 미국 법률가 올리버 홈스의 말을 인용한다.

"자유를 보장한다는 게 무엇인가. 공동체 주류가 증오하는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대통령 #박근혜 #사이버망명 #대통령자격 #대통령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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