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중남미 좌파 휘몰이'? 알고나 기사 써라

[주장] 보수 언론의 '중남미 좌파 퇴조' 기사... 섣부른 판단

등록 2014.11.05 18:06수정 2014.11.0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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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 정권 현황 및 2014 중남미 대선 정리 현재 중남미에는 12개 좌파 정권이 있으며(남미 10개국) 올해 2014년 치러진 선거에서 중미의 코스타리카와 엘살바도르가 추가적으로 좌파정권에 합류하였다. 콜롬비아의 경우 결선투표에서 중도우파 현 산토스 대통령이 극우파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 안준모


지난 10월 26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과 노동자당(Partido dos Trabalhadores, PT)의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짓지 못해 2차 투표 전까지 사회민주당(Partido da Social Democracia Brasileira, PSDB)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와 접전을 펼쳤다. 간신히 얻은 신승(辛勝)이었다.

국내외 언론은 호세프의 집권으로 브라질의 경제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같은 날 1차 투표가 치러진 우루과이 대선 소식도 전했다. 우루과이에서 처음으로 좌파정부를 탄생시킨 확대전선(Frente Amplio)의 대선 후보 타바레 바스케스가 42.2%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과반 달성에는 실패해 결선투표까지 가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한 적색당 후보 루이스 라카예포우와의 지지율(34.7%)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지난 15년간 이어져온 핑크 타이드(Pink Tide : 기존의 혁명을 통한 체제전복을 꿈꾸던 좌파가 아니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온건사회주의 운동) 혹은 '좌파 휘몰이'는 이대로 무너지는 것일까. 보수 언론의 지적처럼, 이들의 퇴조는 뚜렷한 것일까.

중남미 좌파의 위기? 섣부른 판단이다

단기적 현상에 주목하면 좌파에게 작금의 중남미 정세는 분명 위기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의 긴 호흡에서 살펴보면 지금은 전열을 가다듬는 시기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먼저 '중남미 좌파 휘몰이'는 이념의 추구라기보다는 현실적 판단에 의한 것이다.

1492년부터 시작된 중남미 수탈의 역사는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수탈의 주체만 바뀌어 왔을 뿐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학대는 대를 이어 전해졌다. 개별국가 단위로는 외부세력에 제대로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공통의 역사적 기억과 문화를 보유한 역내국가가 통합할 경우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을 신호탄으로 현재 중남미 18개국 중 12개 국가(남미 10개국 중 8개 국가)가 좌파정권대열을 이루고 있다.


속된 말로 '대세'가 좌파인 가운데 외로이 우파 국가로 남는 것은 고민해 볼 일이다. 현실적으로 중남미 현 우파국가들도 좌파국가들과의 협력을 위해서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6월 치러진 콜롬비아 대선에서 베네수엘라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극우파 후보가 현 산토스 대통령에게 패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주변 좌파 국가들과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비록 우파정권이 계속되고 있지만 콜롬비아 국민들도 주변국과의 대립보다는 협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남미의 민중은 외골수 반미(反美)나 무조건 친중(親中)이 아닌 실용적 좌파에 표를 줬다.

우리는 흔히 '좌파'를 '반미'와 같이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을 중남미에 기계적으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절연하거나 반미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남미 국가들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미국이 중남미 대륙에 개입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이런 개입의 역사가 중남미와 미국 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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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 당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유세 모습. 그의 뒤를 이어 중남미 강경좌파가 득세했지만, 이는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 선택이었다. ⓒ 연합뉴스/EPA


비록 최근 15년간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하고는 있지만 중남미가 공공연히 반미를 주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차베스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강경좌파에 속하는 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등은 미국을 향해 수위 높은 발언을 한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수사에 그칠 뿐이며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 배척이라기보다는 미국 정부, 특히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대다수였다. 남미 각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을 살펴보면 좌파 휘몰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이다. 결국 중남미 외교노선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외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빈곤층 지속적 감소... 구체적 정책 대안 마련이 과제

더불어 좌파 정부의 양극화 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빈곤층이 존재하는 현실은 좌파 정권의 연임을 가능케 했다.

CEPAL(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은 지난 2010년 발표한 자료를 통해 2000년대부터 중남미의 사회적 불균형이 감소하고 빈곤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의 불균형과 빈곤이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과거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제일 큰 피해를 본 계층은 빈곤층이었다. 그런 와중에 끊임없이 빈곤층은 재생산됐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어려움 속에서 정부를 장악하고 있던 세력은 신자유주의에 영합한 우파였다. 앞으로 빈곤층을 줄이고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민중은 어느 세력에게 투표하게 될까? 이건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상식적인 판단이다.

남미 각 국별 교역 현황 ⓒ KOTRA. KITA


경제적, 사회적 혼란 앞에서 우파 정부와 좌파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살펴보면 왜 좌파정부의 승리가 이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남미 전역은 외채 위기로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중남미 정부들은 경제혼란에 책임 있게 대응하기 보다는 수많은 경제적 약자를 발생 시켰다. 오히려 체질개선의 명목으로 부유층에게 더 많은 부를 이전했다.

반면 좌파 휘몰이를 통해 집권한 정부들은 빈곤층을 줄이려 일관되게 노력하였으며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성장을 일구었다. 물론 당시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은 중국의 기록적인 성장에 기댄 원자재 수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안정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중남미 좌파 정권은 이제 민중 에너지의 단순한 합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요구 받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충실한 대안을 펼쳐나간다면 중남미 좌파 정권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우파세력에게 다시 정권을 내주게 될 것이다. 결과는 냉혹하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그리고 현재까지 중남미 민중들의 대다수가 택한 답은 '좌파'다.
#중남미 #좌파 #대선 #좌파 휘몰이 #핑크 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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