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파견... 만만한 게 '군바리' 공공병원인가

[주장] 에볼라 지원 역시 아프리카에 대한 서방의 정치·군사적 지배 위한 것

등록 2014.11.04 19:53수정 2014.11.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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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경력 간호사와 의사를 대상으로 에볼라 대응 방호복 착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국립중앙의료원 제공


누구를 위한 의료진 파견인가?

미국은 10월 15일(현지시간)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정부에 에볼라 사태에 관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케리 국무장관이 딱 찍어놓고 일본과 한국에 전화해서 요청한 듯하다. 한국 정부는 자금지원에 이어 의료진 파견도 하겠다고 발벗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16일 갑자기 "에볼라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인력을 파견"한다고 선언했다. 군의관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이제 군의관과 간호장교는 목숨을 걸어야 하나. 자원으로 바뀌어 경쟁률이 4:1이라고 하는데 진짜 가고 싶어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더 큰 문제는 그 중 한 명이라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다. 얼마 전 국립의료원 간호사 4명이 사표를 냈다. 지난 10월 8일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서 입국한 에볼라 감염 의심 환자를 돌보다 발생한 일이다. 17개월 남자 아이는 38.3도의 고열이었다. 피나 분비물은 물론 기침을 통한 감염까지 가능한 에볼라의 공포는 무시무시했다.

지난 9월 21일 아프리카 가나에서 귀국한 부산 사람이 에볼라 의심 증상을 보였다. 그는 119를 통해 부산대병원으로 향했다. 부산대병원은 질병관리본부 국가지정병원으로 가라며 환자를 거부했다. 울산대병원에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알고 보니 울산대병원은 국가지정병원이었다. 어디가 국가지정병원인지 아무도 몰랐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17개 국가지정병원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장비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가장 높은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 BL 4) 실험실에서만 다뤄야 한다. 아직 국내엔 BL4 실험실이 없다. 격리 병상을 운영할만한 병원도 거의 드물다. 공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C등급 보호구는 이제 보급중이다.

의사 대신 군대를 보내는 미국


에볼라의 유령이 지금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공포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빌빌대던 애볼라 백신 시장은 이제 1조원의 로또다. 미국 정부는 에볼라 치료제 개발사와 10억 달러(약 1조) 규모의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10년 전 캐나다와 미국 연구진은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당시 만든 백신은 'VSV-EBOV'. 인체임상실험 2년을 거친 후 2010년 시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개발은 중단되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백신을 살 돈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은 많은 돈을 WHO(세계보건기구)에 지원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그 기부는 다국적 제약회사로 돌아가고, 거대 제약회사는 돈이 되는 치료약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존슨앤존슨' 등 미국 제약사들은 에볼라 백신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에볼라에 대한 첫 대응으로 서아프리카에 의사가 아닌 군대를 파견했다. 전쟁터처럼 황폐해진 현지 마을에 야전병원을 설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미국은 아프리카 사령부 소속 미군 550명을 라이베이라로 파견했다. 앞으로 총 4000명을 파병할 예정이다. 과연 이들이 목숨을 걸고 에볼라 치료에 나설까.

오바마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의 '신속대응군' 창설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억 1000만(약 1천1백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매년 아프리카 학생 500명에게 미국 유학기회를 제공하는 '워싱턴 펠로십'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20여년 만에 군사협력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에볼라 지원 역시 사실상 아프리카에 대한 정치·군사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그들이 준 재앙, 에볼라

시에라리온은 1961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독립 이후 내전이 발생했고, 정부군과 반군은 유일한 자원인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 서방 자본들은 그 사이에서 빨대를 꽂고 무기와 자원을 빨아먹었다.

라이베리아는 1822년 미국의 해방 노예들이 이주해 건국한 나라다. 미국 노예들은 라이베리아 땅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내쫓고 나라를 건설했다. 그들로부터 온 분쟁의 씨앗은 쿠데타와 내전으로 이어졌다.

오랜 내전과 분쟁의 원인을 부족 간의 갈등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덕분에 최빈국이 된 서아프리카는 의료시설은 물론 먹을 것도 없다. 결국 배고파 헤매던 주민들은 깊은 숲속의 과일박쥐를 잡아먹다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에볼라 인력을 파견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처럼 에볼라 바이러스 완치 환자와 포옹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아니면 1억 원이 넘는 헬스기구와 특급 연예인 트레이너로 건강해지신 대통령께서 솔선수범해서 서아프리카로 가보는 건 어떠신지.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서울특별시 동부병원 약제팀 약사입니다.
#에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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