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조국 교수와 호통 총리
박근혜 대통령, 어디까지 갈 건가

[게릴라칼럼] 사라진 표현의 자유... 의견 게재 주저하게 되는 요즘

등록 2014.11.06 14:57수정 2014.11.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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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사례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고발을 당했다. '살인 교사' 혐의다. '보수논객'을 자처하는 심상근씨가 고발자다. 고발장엔 '시해교사'란 단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지난 9월 <경향신문>에 게재된 '박근혜 대통령, 메멘토 모리'란 제목의 칼럼을 문제 삼았다. 조국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렇게 한탄했다.

"제가 '박근혜 살인교사범'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답니다. 지금까지 고발당한 죄목 중 최고 압권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즉,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겸손에 관한 문구를 '살인교사'로 '오역' 혹은 '오버'한 셈이다. 공학박사인 심씨는 송영승 경향신문사 대표이사 역시 함께 고발했다고 한다. 5일 현재 혐의에 대해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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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지난 10월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 권우성


[사례②]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최근 박근혜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SBS와 인터뷰한 그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지난 6월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했다고 한다. 활동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대북 정책 기조는 지금과 달랐고 이념적으로 나와 맞지 않았지만, 인권을 침해하고 그런 제재는 없었다."

허나 이명박 정부 때는 현장에서 활동을 제지 당하곤 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경찰이 집 앞에서 차를 막아 현장에 나가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고 한다. 탈북자인 그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의 전단은 북한 사람들의 반감을 사게 마련이고, 바람의 방향도 보지 않고 삐라를 날리는 (일부 보수단체의) 행위는 사기극이라고도 했다.

[사례③]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 박근혜 대통령 풍자 전단이 뿌려졌다. 지난달 20일 이하 작가가 뿌린 것과 같은 그림이 담겼다. '수배중'(WANTED)란 문구와 함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 캐릭터를 패러디 해, 머리에 꽃을 꽂고 한복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을 묘사한 것이다.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예술가가 대통령의 얼굴을, 이거 어떻게 보면 제대로 엿 먹인 거거든요, 엿 먹어라 이러고 뿌린 건데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 같아요. 이것은 이 시대가 형편없어졌다는 거예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사이버 사찰' 논란 때문에 지인들이 소액 후원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이하 작가는 전단을 뿌린 뒤 건조물무단침입 혐의로 경찰에서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사례④] 지난 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교육센터에서 방송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노골적인 '심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를 심의하는 것에 대해 인권위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권과 방송심의의 관련성이 모호하다"고 반문했고,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가 인권위의 업무 범위"라 맞받아쳤다고 한다.

고생 많은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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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5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후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표현의 자유가 대한민국에서 고생이 많다. 아니,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대수술을 그대로 이어 받은 박근혜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요동치고 있다. 여기저기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여당과 정부 당국자들의 겁박이 늘고 있으며, 자연스레 자기 검열이 작동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아버지의 시대"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받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단, 여러 보수단체가 고발하면 검경이 수사한다. 신속하게, 그리고 널리 알려지게. 언론들도 한 몫 한다. 고소나 고발 사실을 부각시킨다. 조국 교수의 경우처럼, 개인은 물론 언론사나 기자 개인을 겁박하는 일도 다반사다. 조국 교수가 대통령 살인교사범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이러한 겁박은 국회의원들이 앞장을 서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 대한 격렬한 반응이 그랬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SNS를 통해 영화를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를 흔들고자 했고, 지난 10월 중순 국감장에서 역시 일반 개봉을 두고 여야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이 비판하고, 보수 언론이 보도하면, 보수 단체가 돌아가며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이 삼위일체의 커넥션 속에서 표현의 자유가 과연 쉬이 살아 숨 쉴 수 있을까. 조국 교수와 같은 오피니언 리더마저 뒤흔드는 마당이니 일반 국민들은 SNS와 블로그, 게시판을 통해 실명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는가.

대북전단은 되고, 박근혜 풍자 전단은 안 된다?

물론, 표현의 자유엔 좌우가 없다. 그걸 빌미로 정부 여당은 '일베'(일간베스트)의 '패악질'은 모르쇠로 일관한 채 청년보수라 치켜세웠다. 표현의 자유가 고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비극적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대북 삐라와 '박근혜 풍자 전단' 사이의 간극이다. 10년 동안 활동해온 전문가 이민복 단장도 최근 벌어진 대북 삐라 논란의 한 축은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평화'에 도움도 되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전단을 살포하는 건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일 게다.

그 퍼포먼스를 두고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북한을 비방하는 퍼포먼스는 되고, 이하 작가의 전단은 신속하게 체포하고 수사하는 박근혜 정부. 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국민도, 그 표현의 내용도 선별하는가 보다.   

그런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방통심의위의가 지나치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두고 '권고'를 하겠다고 나선 일은 환영할 만하다. 자의적이고 '친정부'에 가까운 방통심의위의 활약(?)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그 기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당당해졌다. 우리는 이미 종편 탄생 이후 MBC의 몰락과 KBS의 지지부진을 목격했다.

방송사의 자기검열로 빚어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국민의 알권리인지 방송사의 알권리인지 모를 연성보도들이 넘쳐 나는 지금,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현안들은 묻히고 있다. 앞으로 나올 인권위의 권고가 표현의 자유를 부지런히 훼손 중인 방통심의위에 실질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의 환기 차원에선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주목할 만한 조치다.

박근혜 대통령, 표현의 자유 고민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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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작가 이하씨가 지난 10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옥상에 살포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 '삐라'가 비에 젖은 채 바닥에 떨어져 있다. ⓒ 이희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통 정부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5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우리나라의 표현의 자유가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자리에서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한 "박근혜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더 심해졌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는 과연 정 총리의 인식대로 "너무 지나친" 호사를 누리고 있는 걸까. 민주주의의 기본 중에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그리도 애정해마지 않는 미국만큼 잘 누리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정 총리의 바람과는 달리, 굳이 미국의 수정헌법 1조(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등을 막는 법 제정을 금지한 수정안)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나라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는 안녕하지 않은 것 같다.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5월 내놓은 '2014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68위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네 계단 추락한 결과다. 10월 21일 발표된 국경 없는 기자회의 '2014 세계 언론자유 지수' 리포트에서도 일곱 계단 떨어진 57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180개 국 중에서다. 각각 '언론 자유국'과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 '눈에 띄게 문제가 있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끝을 모르고 추락 중인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의 일면이다.

외신들 역시 이러한 추락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특히나 검찰이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은 결정타였다. 외신번역전문 사이트 <뉴스프로>에 따르면,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달 15일 '한국에서 감시 받는 언론'이란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한국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광주비엔날레에서 있었던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전시 거부 논란을 기사화하며, "박근혜 아래에서 이 나라는 그 아버지의 시대에 있었던 오래된 관행,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관행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홍 화백의 말을 싣기도 했다. 이 기사에는 '닭근혜'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그리고 우리는 "'표현의 자유' 모독이 도를 넘은" 시대를 감내하며 살고 있다. 카카오톡 논란에 이은 텔레그램 망명 사태는 대표적인 이 시대의 '비극적 희극'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 끝없는 추락엔 날개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사실 궁금하기도 하다. '유신 시대'에 퍼스트레이디를 지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말의 고민이 존재하기는 할까.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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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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