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8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하철 출퇴근 속으로 7화] 지하철이 없다면

등록 2014.11.09 17:11수정 2014.11.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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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3개의 노선을 1시간 동안 타는 20대 후반의 직장녀입니다. 지하철 출퇴근 시 특별한 일이 있을까 했는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사람들을 마주하니 지하철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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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78 서울도시철도 BI ⓒ “5678 서울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서울에서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면 어김없이 승강장에서 나오는 멘트.

"5678 서울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바쁜 출퇴근길 이 멘트에 집중하는 사람은 몇 이나 될까? 혹여 집중하더라도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광고 문구라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

나는 지하철 3개 노선을 갈아 타서 그런지 출퇴근 시, 이전보다 지하철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다.

얼마 전 가장 큰 지하철 사고로는 2호선이 앞선 열차와 간격 조정을 못해서 사고가 났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뉴스를 검색해 보니 1호선 오류동역에서 투신 사고로 열차가 지연 되고, 2호선 고장으로 방배역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나 또한 올해에만 지하철 연착으로 3번이나 회사에 정시 출근을 하지 못했다.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그때마다 회사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우리집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깝다면 아니면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었다면 지하철 사고는 나와는 별 상관 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이런 크고 작은 지하철 사고가 나면 우린 지하철에 대한 고마움을 한 순간에 잊어 버린다. 매일 우리를 회사까지 데려다 주는 고마운 지하철을.

"5678 서울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하철이 고마워 해야 하는 건가?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지하철이 있기에 내가 지금 다니고 싶은 회사를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하철이 없다면 난 어디서 일하고 있었을까?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하철이 없던 우리 어머니 세대 때는 어떠했을까? 내가 사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직장을 다녔기에 내 삶터가 곧 일터로서 이웃 간의 정이 있었다. 그러하기에 우리 지역의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였다. 윗 동네 박씨네 문고리가 고장 났는데 아래 동네 이씨가 고쳐주었고 마을에 이장을 중심으로 닭 한 마리 푹 고와 마을 축제도 하고... 지금은 삶터와 일터가 분리 되다 보니 옆 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찜통 더위인 여름에도 현관문을 꼭꼭 닫고 산다. 

옛날 지하철이 없던 우리 어머니 세대는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일하다 결혼 하였을 텐데, 요즘은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집과의 거리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 연봉 등 다양한 조건에 부합하였을 경우 거리가 좀 멀더라도 선택한다.

이에 발 맞춰 지하철도 변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만 다니는 급행열차가 생겨 사람들이 드문 지하철역은 지나친다. 그러기에 급행열차는 다른 열차보다 빠르다는 장점과 함께 사람들이 더 많이 타서 두 배로 힘들다.

비단 직장인들에게만 지하철이 고마운 존재는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대학을 다닐 때도 지하철이 없으면 못 다녔을 것이다. 그럼 기숙사, 자취 등 거주지를 옮겼을 것이다. 나 또한 집과 거리가 꽤 먼 곳으로 대학을 다녔는데 4년 내내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지하철에서 그 날 배운 전공 과목을 바로 바로 복습하니 시험 기간이라고 해서 밤을 새지 않았고 공부도 열심히 안 하는 거 같은데 항상 과 TOP3에 드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신기해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내겐 지하철은 좀 특별하게 다가온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1칸 짜리 안락한 나만의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뒤로 맨 가방을 앞으로 매서, 책을 읽기도 하고 거울을 보기도 하고 오늘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정리하기도 하고... 지금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지하철로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내일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에 오를 것이다.
#지하철 #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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