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써서 욕 먹는 정치인?... 흙 속에도 진주는 있다

[정치인의 책①] 이용섭·민형배 편

등록 2014.11.10 15:49수정 2014.11.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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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전 의원이 펴낸 <성장과 행복의 동행> 그리고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이 펴낸 <자치가 진보다> ⓒ 책 표지


책을 써서 욕을 먹는 경우는 정치인이 유일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내는 목적이 일반의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저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감성을 독자들과 나눌 목적으로 책을 펴낸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여기에 한 가지 목적을 더 추가한다. 출판기념회를 열어서 정치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바른사회 시민회의'가 발표한 19대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 개최 횟수는 이를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국회의원 300명 중 올해 7월까지 출판기념회를 1회 이상 개최한 의원은 192명. 이들이 개최한 출판기념회를 모두 합치면 279회니까 19대 국회의원의 약 64%가 평균 1.4건의 출판기념회를 연 셈이다. 이 가운데 2회 개최한 의원은 54명, 3회는 13명이고 무려 6회를 개최한 의원도 있었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인들이 내는 책은 읽히기도 전에 평가절하 당하기 일쑤다. '정치자금 만들려고 이런저런 글들 짜깁기나 한 책인데 읽을 게 뭐가 있겠어?'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진흙 속에 연꽃이 핀다고 그런 무수한 평가절하 속에서 살아남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 가운데 오늘은 이용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쓴 <성장과 행복의 동행>과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이 쓴 <자치가 진보다>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풍부한 통계자료 돋보이는 이용섭의 <성장과 행복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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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확대한 정부의 개편안과 관련해서 <오마이TV>와 대담하고 있는 이용섭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용섭 전 의원은 '장관이 직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관료로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장, 청와대 혁신수석,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그리고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의원에 당선해 의정 활동을 하다가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전 의원이 쓴 <성장과 행복의 동행>은 그가 '직업이 장관'일 수 있었던 까닭과 '토론 맞수가 없는 국회 정책통'이라는 세간의 평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풍부한 통계 자료를 그래프와 그림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87종의 국내·외 통계 자료를 한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게으른 독자로선 매우 행복한 일이다.


그는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통계 자료들을 최대한 풍부하게 배치했다"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리고 기자에게 "이 책에 모은 각종 통계 자료만 공부해도 국정감사 때 할 일이 많다"라고 스치듯 이야기했다.

이 책은 "왜 한국이라는 나라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데 국민은 행복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는 "사회 양극화라는 국민 불행의 주범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있다"고 단언한다. 성장지상주의와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 약화, 무분별한 개방정책과 재벌대기업의 횡포가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지수와 경쟁력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소득재분배와 복지를 통한 양극화 완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는 사후적·2차적 분배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구조가 생산 등 시장에서의 경제활동 참여 과정에서부터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2차적 분배의 필요성이 작아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이 1차적 분배구조를 공정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 <성장과 행복의 동행> 107쪽~108쪽 중에서

그리고 그 답은 "한국형 복지에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에 있고, 특히 보편 복지는 성장정책이고 일자리 정책이며 사회통합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용의 문제"라고 규정한다. 사회적 갈등 비용을 큰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차별과 특권을 없애고 어려운 계층에게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아울러 그는 "재정은 대한민국의 생명줄"이라며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대외충격을 흡수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이 전 의원은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너무 낮다"라며 "새로운 세금 도입이나 급격한 세율 인상은 신중히 하고, 소득세 비중은 높이고 법인과세는 정상화하며, 조세 감면은 축소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 경제의 틀을 바꿔야 산다"며 "국민행복이 경제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일들을 가능케 하려면 결국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해 온 신자유주의 폐해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 정부가 시장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모든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행복의 지름길이며 성장의 원동력이다. 물론 정부의 정부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비효율과 부패를 청산하는 정부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 <성장과 행복의 동행> 324쪽~325쪽 중에서  

혁신 사례와 자치에 대한 성찰 돋보이는 민형배의 <자치가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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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복지 벤치마킹'을 위해 광주 광산구청을 찾은 대구 남구의회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민형배 광산구청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용섭 전 의원의 책이 '국민행복'을 이야기했다면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의 책 <자치가 진보다>는 '지역과 주민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 구청장은 기자출신으로 시민사회 운동을 하다가 노무현 대통령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뒤 광산구청장에 당선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는 전국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민 구청장은 "무엇이 진보인가?"를 물으며 이 책을 시작한다. 그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자치는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주민들의 활발한 생활정치 참여로 높은 수준의 자치를 구현하는 것, 거기에 우리 삶의 진보가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치가 진보'인 사례들. 전국 최초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민 구청장은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한다. 그는 '공무원'을 '공무노동자'로 칭하며 비정규직 공무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의 의미를 세 가지로 꼽는다.

우선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확보함으로써 기초적인 수준에서나마 공무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과 인격이 보장되고, 공무노동의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정규직 전환 등의 조치를 통해 국가 구성원들의 파편화, 개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최고의 능률은 정의에서 나온다"라고!

89쪽에 이르면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했던 체 게바라의 문장이 길을 튼다. 그리고 이어지는 '꿈'같은 사례들.

어르신들이 복지 소비자에서 복지 생산자가 되어 '협동조합을 만들어낸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의 사례, 전국 최초의 민·관 협력 복지네트워킹인 '투게더광산 나눔문화공동체'의 도전, 자치구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간지원센터인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의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실례들.

"가깝게 사는 이웃사촌들과 함께 좋은 일을 도모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 지방자치라고 할 때의 '자치'이다. 우리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면 그것이 '진보'이다. 함께 풍요로운 삶을 일구는, 곧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최소단위가 자치공간이고 그 풍요가 실현되는 곳 또한 자치공간이다...(중략)... 자치가 활발할 때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자치가 진보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 <자치가 진보다> 147쪽~148쪽 중에서

그리고 그는 다시 혁신 사례들을 제시한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정책지도, '구청 계도지'가 아닌 고급 문화잡지로 새롭게 태어난 <광산구보>, 전국 최초로 탄생한 '공무노동자 협동조합' 등등.

"표 떨어지더라도 공익이 더 중요하다"는 민 구청장은 "우리에게 지방자치는 존재하는가?"라고 돌직구를 던진다. '지방자치'라는 용어보다는 '지역자치'가 더 적확하다는 것이다. 요새 유행어처럼 '(사회적) 존엄'이 즐겨 인용되고 있다. 철학자 피터 비에리((Peter Bieri)는 '존엄'한 삶의 형태를 세 가지로 생각한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피터 비에리의 질문을 바꿔본다. "지역은 중앙 혹은 국가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지역은 중앙 혹은 국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역은 지역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민 구청장의 격정토로가 그 답이 될 듯싶다.

"지방이라고 호칭하면 반드시 중앙, 국가가 있게 된다. 지역이라고 부르면 대등한 다른 지역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자치와 진보에 대한 가치가 같이 들어있다. 자치는 주변적인 존재나 주변의 한 부분으로 존재할 수 없다. 주변 존재인 경우, 개인의 자유주의 차원에서 자치는 있을 수 있지만, 커뮤니티로서 자치는 존재하기 어렵다. 단체자치냐 주민자치냐 하는 구분은 자치의 본질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현실의 반영이라고 본다. 둘의 경계를 무너뜨리거나 그런 개념으로부터 벗어나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 <자치가 진보다> 226쪽 중에서
#이용섭 #민형배 #행복 #자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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