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하는 성추행... 권위주의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

[주장] 교수마저 성추행하는 한국사회... 누가 누구를 가르치나

등록 2014.12.04 17:26수정 2014.12.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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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K교수 성범죄 진상조사 촉구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가 지난 10년동안 20여 명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범죄 피해자모임 '피해자X' 기자회견이 지난 11월 27일 오후 서울대 본부앞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를 대신한 한유미 변호사와 서울대총학생회장 직무대행 연석회의 의장 김해미루씨가 발언자로 나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교수협의회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 권우성


요즘, 뉴스의 사회 카테고리에는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일이 급격히 많아졌다. 몇 달 전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라는 유명 베스트셀러를 낸 출판사에서 한 상무가 '정규직'을 빌미로 수습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보도됐다. 이 사건 이후 상무는 사직하고, 수습직원 역시 퇴사했으나, 피해자의 고소를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성추행 피해자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는다. 결국 이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성추행 가해자가 다시 복직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이를 비난했다. 여론이 들끓자 지난 9월 18일, 간부는 스스로 사직했다. 이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면서 참 기가 막혔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챙겨지는 모습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며칠 전에는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2004년부터 10년에 걸쳐서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대학교'가 어떤 학교인가? 우리나라의 많은 수험생이 꿈꾸는 이상적인 대학교가 아닌가? 내가 고등학교에 다녔던 시절에는 학교의 소풍을 서울대학교로 갔을 정도였다. 서울대학교의 의견은 사회에서도 크게 반영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런데 그 대학교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성추행,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하며 깜짝 놀랄 사실은 아니다. 권위주의 문화가 강하게 작용하는 한국 사회이기에,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정치권에서도 성추행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정치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권위주의에 물든 교단이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갑과 을의 관계로 나누어지고, 권위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부패가 발생하기 쉽다. 많은 사람이 그런 부패를 막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는지 한국 사회의 부패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부패, 그런 부패가 드러나도 힘을 가진 그들은 이를 덮어버리기 일쑤다.


앞에서 언급한 어느 출판사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건은 대한민국을 국제적으로 망신시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아닐까 싶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그 사건을 계기로 경질이 됐지만, 사건 자체는 흐지부지 끝이 나버렸다. "역시 가진 자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명제를 재확인해줬다.

우리나라는 가해자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으면 쉽게 처벌을 받지 않는다. 더욱이 그들은 갑과 을의 관계를 이용해서 을의 처지에 있는 약자들을 정말 악랄하게 이용한다.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여성 인턴(계약직)에게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하는 등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많다. 연예인 기획사 사장이 15살 여중생을 임신하게 한 일마저 있지 않나.

이 정도의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도 처벌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우리나라다.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권위주의에 물든 세력이 높은 직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이 갑의 위치를 장악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와 사건의 은폐·축소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성추행'과 '성폭행' 등의 사건은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 미국 등에서는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해자의 신상은 보호하면서 피해자의 신상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경우마저 종종 발생한다.

물론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가 사과를 받을 수 있으려면 피해자를 우선으로 배려해줄 수 있는 제도의 안착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존중 받는 세상... 언제 올까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피해자가 소송을 이어갈까.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를 상대로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성추행이 이루어지는 집단 내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피해자들은 갑의 위치에 있는 가해자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명예 실추'로 근무하던 곳에서 해직을 당하고, 남겨진 상처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명 '밀양집단성폭행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4년 12월 경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집단성폭력사건의 처리 방식에 대해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 후유증으로 피해자는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 장애를 겪게 되어 정신과 폐쇄 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 후 자실 시도도 빈번하게 하였다. 서울로 이사해 전학을 시도했지만 성폭행 피해자라는 이유로 거부 당하는 바람에 10여 곳의 학교를 돌아다닌 뒤에야 간신히 전학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끄러나 학교에 겨우 마음을 붙이고 있을 무렵 한 가해자 부모가 아들의 처벌 완화를 위한 탄원서를 써달라며 교실로 무작정 찾아오는 바람에 성폭행 피해자란 사실이 알려져 그 학교마저 그만두고 말았다. 피해자는 아직도 지속적인 자살충동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속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밀양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단성폭력사건을 처리할 때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가해자들에게 대한 엄벌만으로는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83쪽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성 경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부터 성추행을 하는데,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말인가? 그런 위치에 있으면 마땅히 그 본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은 건 시정잡배나 다름없다.

성범죄 가해자들의 처벌 수위와 기사를 보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는 노골적으로 형량을 비웃는 댓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일이 한 순간의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건 옳지 않다.

'권위'는 약자 앞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강자 앞에서 움츠리지 않고 자신의 정의를 바르게 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는 그런 것을 군자의 자세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기득권에서 갑 행세를 하는 교수, 여러 사장과 정규 직원은 군자가 아니라 소인이 많다. 그런 소인의 손에 무거운 무게의 힘이 있으니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말, 언제쯤 우리나라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존중받을 수 있게 될까.
덧붙이는 글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교수 성추행 #성추행 #연예인 지망생 #사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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