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 불편해한 정윤회의 당당함, 이런 이유 있었나

[분석] 검찰 조사중인 사안 성급한 규정... 이해 안 되는 세 가지

등록 2014.12.12 11:12수정 2014.12.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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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세력' 마치 다 안다는 듯...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불장난 세력' 운운한 정윤회 경고발언을 보도하는 <조선일보> 12월 11일자 3면 ⓒ 조선일보pdf


10일 검찰에 출두한 정윤회씨는 "국정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 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변신이 눈부시다. 불과 열흘 전 그는 KBS, <조선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 출범 후 어디서 뭐했느냐는 질문에) 집에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할 수도 없고요"라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정씨는 "제가 무슨 힘이 있나. 너무 무력하다"고까지 언급했다.

당당한 정윤회, 불편한 보수언론

그랬던 그가 이날은 최고 '실세' 대우를 받으며 검찰에 출두했다. 검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도착한 그는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발언 속 자신감은 평범한 일반인이 검찰에 소환된 상황에서 결코 보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앞서 출두했던 다른 두 명의 태도와 비교해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두 명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행정관 출신이다.

지난 5일 검찰에 출두했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검찰 출두 당시 발언은 "전혀 부끄러운 짓을 한 적 없다.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했을 뿐"이라며 "검찰에서 제가 아는 진실을 성실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앞선 4일 검찰에 출두했던 박관천 경정은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말을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정윤회의 '불장난' 발언에 보수언론은 일제히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1일자 사설 '"불장난 밝혀질 것" 정윤회 발언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에서 "정씨는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확신한 듯하다"며 "정씨는 불장난 운운하기에 앞서 지금의 상황을 불러온 것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거나 고개를 숙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 신문은 "정씨가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을 통해 "(불장난 발언은) 정씨의 위세가 느껴지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감찰 결과 공개 '조응천 자작극'... 근거는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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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부 감찰 결과는...'조응천 자작극'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 내부 감찰 결과 내용을 보도한 <동아일보> 12월 11일자 1면 ⓒ 동아일보pdf


정윤회-조응천 양측의 진실공방이 격화되는 시점인 11일 청와대는 전격적으로 자체 감찰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는 단순 명쾌했다. '(문건 유출은) 조응천 그룹의 자작극'이라는 정황을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참여하는 이른바 '양천 모임'에서 '정윤회 문건' 등 허위 문건을 작성하고,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오아무개 행정관에 대한 감찰 사실을 확인하면서 "(오 행정관이 신고한 사진의) 출처에 대해 한마디를 했는데 조 전 비서관의 이름이 나왔다" 고 밝혔다.

청와대의 감찰 결과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최근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정윤회 국정개입 동향 문건'은 박 대통령이 규정했던 것처럼 '찌라시'일 뿐이고, 정윤회를 음해하기 위한 조 전 비서관과 그 일당의 '불장난'이 되는 셈이다. 검찰에서는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데, 박 대통령과 정씨의 발언에는 이미 정답을 아는 듯, 문건의 실체를 규정하는 태도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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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언급뒤 청와대 공개한 '조응천 7인회' 검찰에 출두한 정윤회씨가 '누군가의 불장난'으로 언급한 다음날 청와대에서 내부 감찰결과를 공개하며 '조응천 7인회'를 언급했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12월 12일자 4면 ⓒ 조선일보pdf


그러나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감찰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감찰을 받은 오 행정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비서관 자작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11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감반은 '문건 작성과 유출은 조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진술서에 확인 서명을 강요했지만 끝까지 거부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 역시 감찰 내용을 전해 듣고는 "참 나쁜 분들"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2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건 유출 사실을 전달하니)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의도가 뭐냐'고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내가) '청와대 문서가 다량으로 돌아다니는데 그냥 두는 건 직무유기다'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불장난'이라는 정윤회, '조응천이 자작극 벌였다'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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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유출 문건 넘겼는데 의도 물어' 조응천 전 비서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시중에 유출된 문건을 전달했는데 청와대에서는 오히려 의도를 물어왔다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동아일보> 12월 12일자 4면 중 ⓒ 동아일보pdf


'정윤회 문건' 관련해서 청와대가 오 행정관을 특정해 내부 감찰을 진행한 과정을 들여다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적잖이 존재한다.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오 행정관이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을 찾아가 청와대 내부 문건 100여 쪽의 사진을 보여주며 청와대 문건 유출 사실을 전했고, 감찰을 해서 문건을 신속하게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후속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이 대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당시 감찰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의사결정은 정호성 비서관이 내린 것인가, 아니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해서 결정된 것인가. 이 대목은 청와대 내부 감찰 대상이 아니었나?

이해되지 않는 세 가지, 왜 청와대는 지난 6월에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는가. 왜 '정윤회 문건'으로 정국이 뒤집힌 다음에야 청와대는 오 행정관을 불러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했는가. 오 행정관의 강력한 부인에도 왜 청와대는 '조응천 그룹의 자작극'이라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고 이를 공개했는가.

10일 정윤회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누군가의 불장난'이라고 말했다. 16시간의 조사를 받은 정씨가 11일 새벽 검찰을 떠나면서 남긴 말도 되새겨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불장난 배후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청에 들어갈 때도 당당했고, 떠날 때도 뭔가를 암시하는 태도였다.

정씨의 '누군가의 불장난' 발언이 나온 다음 날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감찰 결과를 공개하며 '조응천'이라는 이름을 언론에 밝혔다. 이는 단지 우연의 결과인가.  

결과적으로 공은 또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면서 '찌라시'라며 검찰을 압박한 박 대통령이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 중인데 '조응천 자작극'이라며 내부 감찰결과를 검찰에 넘긴 청와대비서실이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검찰 수사를 조용히 지켜보지는 않고 있다는 대목이다.
#불장난 #정윤회 #감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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