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흰눈썹뜸부기', 내년에도 다시 만나려면

금강에서 흰눈썹 뜸부기를 관찰하다

등록 2014.12.29 14:16수정 2014.12.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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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금강을 찾았다. 얼마 전 지인에게 희귀한 새가 금강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현장을 간 것이다. 1996년부터 탐조(새를보는 행위)를 시작한 필자도 본 적이 없는 새라서 떨리는 마음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찾아갔다.


현장에 도착해서 관찰지점을 확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1시간여를 현장에서 기다렸다. 지인에게 위치를 꼼꼼히 확인하며 나와주기를 희망했다. 이런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꼬리를 까딱이며 어디선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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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 나타난 흰눈썹뜸부기 매우 귀한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관찰이 되지 않는다. ⓒ 이경호


얼핏보면 풀이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위장이 뛰어나 숨어 있으면 찾기는 어려운 녀석이 다행히 모습을 드러내준 것이다. 금강에서 월동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은 최초이다. 이렇게 귀한 모습을 보여준 새는 갈대 등이 서식하는 습지에서 생활하는 '흰눈썹뜸부기'이다.

서산 등의 일부 지역과 도서지방에서 최근 관찰기록이 있지만 금강에서는 기록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귀한 철새로 탐조인들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새이다. 29cm의 작은 흰눈썹뜸부기는 습지가 잘 발달된 곳에서 서식한다. 시베리아 등의 습지에서 번식하고 남하하여 월동하는 모습이 가끔 목격될 뿐이다. 매우 귀한 새를 만난 필자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사진을 찍는 것도 잃어버린 채 행동을 관찰했다.

꼬리를 까딱거리면서 수초 주변에서 채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 참새와 노랑턱멧새 등의 산새들이 떼로 함께 채식하다 심기를 건드리면 화를내며 쫓아내기도 했다. 채식하는 동안 인기척을 느끼자 빠르게 갈대밭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이내 다시 나타났다. 이렇게 넋을 놓고 보다가 숨는 모습에 급하게 사진을 몇 장 찍고 짧게 동영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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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썹뜸부기 수초사이를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는 흰눈썹뜸부기 ⓒ 이경호


이번에 흰눈썹뜸부기가 관찰된 곳은 작은 둠벙이다. 저런 곳에 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웅덩이에서 이렇게 귀한 새를 발견한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4대강 사업으로 둔치공원이 조성되어 습지들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다행히 4대강 사업을 범위에서 벗어나 본래 습지로 유지되고 있는 작은 웅덩이에서 흰눈썹뜸부기가 찾아왔다. 작은 웅덩이는 금강에 지천이 유입되는 부여군 은산면에서 위치해 있다. 이런 작은 웅덩이에서 금강에서 최초로 월동하고 있는 흰눈썹뜸부기 한쌍을 목격한 것이다.


흰눈썹뜸부기가 월동지로 택한 곳은 사람들의 접근이 거의 없는 곳이 었다. 기본적으로 천적인 사람들의 접근이 없어 월동하는 데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작은 웅덩이에는 다양한 수초들이 있었고,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어 숨을 곳이 많았다.

흰눈썹뜸부기는 60여 분간의 채식을 마치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분명히 숨어들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찾을 수는 없었다. 위장 자체가 너무 탁월하다보니 찾을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두 마리를 목격했지만 숨은 뒤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짧은 관찰 기간이었지만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을 정도이다. 올 겨울 무사히 겨울을 나고 다시 북으로 이동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내년에 같은 곳에 찾아와 월동해준다면 더 기쁠 것이다.

하지만, 부여 둔치에 조성된 공원의 모습을 보면 흰눈썹뜸부기의 월동이 걱정되었다. 습지는 사라지고, 잔디밭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 모습은 습지새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모습이다. 흰눈썹뜸부기를 본 후 사람조차 다니지 않는 산채로를 보니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만약 산책로가 아닌 습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금강에 갈 때마다 느끼는 분노 같은 것이다. 금강에 다양한 습지들이 사라지면서 새들도 함께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곤포사일리지(짚풀 등을 둘둘말아 하얗게 쌓아놓은 것)의 등장으로 농경지의 낫알이 돈이 되면서, 새들은 먹을 것을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먹이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하천에 새들의 공간인 습지마저 훼손한 것은 그야말로 새들에게는 설상가상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강을 찾아준 흰눈썹뜸부기가 대견했다. 이번에 관찰된 흰눈썹뜸부기는 아마도 훨씬 이전부터 금강에 매년 찾아오던 것을, 최초로 목격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귀한 새들이 찾아오는 습지가 남아 있다는 것에 우선은 감사하다.

때문에 귀한 새들이 찾아오는 금강에 습지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인위적 간섭을 줄였으면 바람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지역을 복원 지역으로 설정하고, 둔치공원의 관리(제초작업+보수 등)를 중단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관리를 중단한 지역은 자연이 스스로 습지나 비오톱의 역할을 하게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생물의 중요한 서식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무리한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 금강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새를 만난 기쁨이 내년에도 아니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관리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이지도 않고 생태적이지도 않다. 방치는 생태계를 회복시켜줄 것이다. 이렇게 방치 할 수 있는 구간과 사람들이 이용할 곳을 설정하여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은 습지가 남아 있는 곳은 방치에 가까운 관리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보잘 것 없이 작은 둠벙도 흰눈썹뜸부기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서식처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들의 서식처인 금강은 스스로 복원할 힘이 있다. 인위적 간섭만 줄인다면 습지와 비오톱으로 자연적으로 생겨나고 생명도 깃들게 될 것이다.

4대강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줄이고 생명을 위한 강이 되기 위한 2015년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흰눈썹뜸부기가 내년에도 찾아올 것을 기대하며….
#흰눈썹뜸부기 #금강정비사업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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