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쏟아부은 4대강사업, 이런 '성과'도 있었다

[주장] 식수원 오염과 홍수피해 등 악영향... 생명의 강 되찾는 계기 만들어야

등록 2015.01.06 09:57수정 2015.01.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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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강을 돌아다니나요?"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듣곤 한다. 그러면 4대강의 아픈 현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6년 전에 본 사진 한 장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낙동강 물줄기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여러 가지가 연상되면서 묘한 끌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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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수계 하천 지도 사진 ⓒ 지율


당시 필자는 대구 앞산 터널 공사 반대 운동(지난 2008년 대구시가 대구 4차 순환도로 공사 당시 대구 앞산을 동서 4.3킬로미터로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고자 해 이를 막아선 싸움)에 전념하던 때였다. 그 싸움의 막바지에서 본 이 사진은 산줄기를 그린 산맥의 사진처럼 보이도 했고, 인체의 혈관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 그것은 이 땅의 혈맥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혈맥이 막힌다고 하니 어찌 강에 가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시작된 낙동강 탐사는 내 발걸음을 6년째 잇고 있다.

그것은 '인드라망의 세계'를 암시하기도 했다. 인드라망은 "우주 만물이 한 몸으로 다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세상은, 삶은, 알 수 없는 신비와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우리 주변의 생명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믿음에 기인한다. 필자는 4대강 사업의 결과를 통해 그것을 확인했다. 4대강 사업은 22조 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하고 강을 망친 사업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4대강 사업에서 우리가 얻은 것도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말미암은 강의 파괴가, 우리가 잃어 버린 강을 되찾게 하는 노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강에 모래가 너무 많아 강이 죽는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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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핏빛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 낙동강지키기부산경남본부


'강에 물 대신 모래가 많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이들의 대표적 주장이다. 4대강 사업 초기 가장 많이 제기된 주장이기도 하고, 실상 그렇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인해 본 낙동강은 죽기는커녕 너무나 아름다웠다. 6년 전 낙동강의 드넓은 모래톱은 부드럽고 깨끗했다. 낙동강은 모래의 강이었다. 어찌 보면 강의 주인이 모래라 생각될 정도로.

그 모래 위에는 또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기러기와 같은 철새들과 백로, 왜가리 등등의 텃새가 살고 있고, 이름도 특이한 곤충인 참길앞잡이, 개미귀신, 모래색 메뚜기, 자라 등이 살았다. 이들은 모래의 색깔에 맞게 진화하기도 했다.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서 신의 숨결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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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을 찾은 고니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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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과 모래톱에는 여러 다양한 생명들도 살아간다. 이름도 특이한 곤충인 참길앞잡이, 개미귀신, 메뚜기, 자라 등등. 이들은 모래의 색깔에 맞게 진화하기도 했다. 그 모습은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 모습에서 신의 숨결이 느껴지기도 한다. ⓒ 박용훈, 정수근


이런 모래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수질 정화 기능이다. 일부 오염원이 들어오더라도 강물이 모래톱을 통과하며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모래강은 첫째, 마실 물을 공급해 준다. 둘째, 야생 동물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셋째, 아이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놀이공간을 제공한다. 넷째, 국토의 혈관 역할을 한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강을 '살리겠다'며 4대강 사업을 벌였다. "강물은 없고 모래만 너무 많다"며 대대적 준설 작업을 벌였다. 강을 6미터 깊이로 파고, 일정하게 모래를 파낸 것이다. 낙동강은 핏빛 울음을 토해냈다. 그 결과 4대강에 16개의 댐이 만들어졌다. 낙동강에만 8개의 댐이 생겨났다.

4대강 사업,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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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전의 경천대 모습. 2009년 5월. ⓒ 박용훈


강을 6미터 깊이로 파고, 그 위에 8개의 댐을 만들면서 내세운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수질 개선,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건전한 수변 환경 조성,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낙동강에서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 목적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질 개선이라는 말은 잘못된 주장이었다. 오히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확인해 줬다. '녹조 라떼'라 불린 녹조 현상은 이를 잘 설명한다. 22조를 탕진하고 배운 '비싼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어 나타난 큰빗이끼벌레라는 낯선 태형 동물의 창궐은 조류를 먹이로 삼는 이들의 습성상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이것은 물고기의 산란 및 서식처를 잠식함으로써 수 생태계마저 교란하고 있다(관련기사 : 쌀쌀한데도 창궐하는 낙동강 큰빗이끼벌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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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에 그득 담긴 녹조라떼. ⓒ 정수근


연이어 강에서 물고기, 자라, 새, 뱀과 심지어 수달까지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은 도대체 왜 죽었을까? 여름이면 창궐하는 남조류(식물성 플랑크톤)의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미량에도 치사량에 이른다는 이 물질을 양산하는 남조류가 낙동강에 넘쳐나고 있다.

이런 물을 과연 마실 수 있을까? 1300만 경상도민이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고도 정수처리만 하면 먹는 물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알지는 못하는 심각한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때다(관련기사 : 의문의 물고기 폐사... 경상도 식수도 위험하다).

두 번째로 내세운 목적은 홍수 피해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수 피해는 원래 4대강 본류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주로 산간벽지에서 많이 일어나는 피해였다. 그런데 4대강 사업 후 낙동강의 지천에서 신종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 보로 막힌 낙동강의 수위가 올라가자 지천의 수위도 동반 상승했고, 따라서 지천의 하류에서는 물이 잘 빠지지 않아 강물이 역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대로 홍수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지천의 둑이 펑펑 터지고 만 것이다.

낙동강에서는 오히려 제방이 붕괴될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낙동강은 홍수시 수문을 열면 직강화한 강이 무서운 속도로 내달려 제방을 들이치게 되고, 모래로 된 연약한 제방은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달성군의 제방의 일부가 침식으로 무너질 뻔했다. 응급 복구 작업이 없었다면 그대로 붕괴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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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걷어내고 있다. 2011년 2월의 경천대. 이것이 4대강 준설공사였다. 아름다움을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하는 4대강사업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 정수근


수자원을 확보해 가뭄을 극복하겠다고 했는데 이 목적도 빗나갔다. 4대강 주변은 원래 물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4대강 보 때문에 이들 지역의 농경지 침수 사태가 빈발했다. 강의 수위가 너무 올라가니 제방 안쪽 농경지(제내지)의 지하수위가 동반 상승해 농경지 침수 사태가 빈발한 것이다.

지천에서는 오히려 역행 침식 현상이 자주 벌어졌다. 역행 침식 현상은 6미터 깊이로 준설한 낙동강 바닥과 준설을 하지 않은 지천의 하천 바닥의 단차 때문에 생기는 지천 바닥과 양 측면 제방의 침식 현상을 말한다. 역행 침식이 무서운 것은 지천의 제방을 무너트리고, 지천의 교량까지 붕괴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역행 침식 현상은 'MB캐년'과 'MB야가라폭포'와 같은 명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결과 지천의 모래가 최소 2, 3미터 이상 빠져 지천의 모래톱 아래 깔려있던 각종 관로가 드러나 붕괴되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막대한 혈세가 탕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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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캐년 용호천의 역행침식으로 만들어진 협곡?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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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야가라폭포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만들어진 폭포? 이런 심각한 침식이 발생했다 ⓒ 정수근


생태계도 교란

4대강 사업은 생태계도 교란 시켰다. 생태 하천과 생태 공원을 조성해 건전한 생태 환경을 만든다고 했지만, 생태 공원은 잡풀만 무성한 잡초 공원 또는 그 잡초도 자라지 못하는 사막 공원으로 변했다.

생태 하천은 이름뿐이고 오히려 낙동강은 수심 6미터 깊이의 아무도 건널 수 없는 강, 강 주변의 나무가 고사하는 강이 되었다. 그 결과 강 좌우의 생태계 단절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 흐르지 않은 강은 작은 추위에도 강이 꽁꽁 얼어 겨울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초겨울 아사 직전의 고니를 구하기 위해 긴급히 먹이를 공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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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구미 동락공원에서 목격한 물고기 떼죽음 사태 ⓒ 정수근


그렇다면 보는 안전한가? 아니다. 강물이 줄줄 샌다. 아직도 그렇다. 수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12년 여름 합천보는 우안에서 첫 번째 수문이 열리지 않아 그 상류 구조물이 강한 물살에 휘어진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폭우가 내릴 때 수문이 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 일대는 물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강을 더 위험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명백히 실패한 사업이다. 지난 23일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조사 결과 발표에서 4대강 사업이 일부 성과가 있다고 했으나,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 같은 발표는 4대강 사업의 심각한 하자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사평가위원들의 조사 결과처럼 유지 보수나 하면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강이 죽고, 그 안에 사는 생명들이 죽고, 결국 인간마저 죽음의 행렬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줘야 한다. 강물을 다시 흘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수문을 열거나 보를 순차적으로 해체해야만 하는 이유다.

4대강 보를 해체해야만 하는 이유

22조 2천억을 들여 만든 저 4대강 보를 아무 성과도 없이 어떻게 없애냐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두면 강물이 썩고, 강이 죽고, 강의 생명들이 죽고 결국은 인간마저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강을 되찾는 일이다. 어찌 보면 4대강 사업은 우리에게 강을 되찾게 해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실제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강을 다시 찾게 됐다. 그동안 필자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강과 완전히 유리된 채 살아왔다. 

그러데 4대강 사업이라는 이 말도 안 되는 사업이 사람들을 강으로 불러 모았다. 이 미친 사업을 막아야 했기에, 그 현장을 알아야 했던 것이고, 그래서 강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이라면 업적이겠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삶과 세상은 기적으로 가득 차 있고, 생명 그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얽혀 있는 생명 그물이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꿀벌이라는 한 종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식량 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인류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종 다양성은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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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유종 흰수마자 모래에서 살아가는 흰수마자는 모래가 있는 흐르는 강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낙동강에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고유종이다. ⓒ 정수근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흰수마자'라는 물고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모래에서 사는 이 물고기는 모래가 사라진 강에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종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단 한 종이 사라져도 그 얽힌 생명의 그물이 끊어질 것인데, 이 땅의 젖줄이자 근간이 되는 4대강이 막혀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이 땅의 혈관이 막혀 있다는 것이고, 강이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이고, 이 국토가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그 위에서 사는 인간들은 괜찮을까? 4대강 재자연화가 시급한 이유다.

금호강의 부활, 4대강 재자연화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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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다슬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많는 조개와 다슬기가 돌아왔다. ⓒ 정수근


4대강 재자연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금호강의 부활에서 그것을 확신할 수 있다. 금호강은 산업화 시절 완전히 시궁창을 방불케 했다. 대구 섬유 산업의 시궁창으로 말이다. 금호강은 썩기 시작했고, 악취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떠났고, 강은 죽었다. 그러던 금호강이 다시 살아났다. 금호강이 부활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오염원만 차단해 자연에게 맡기니 강이 되살아난 것이다. 물고기가 돌아오고, 다슬기와 조개가 돌아오고, 새가 돌아왔다.

그렇다. 강의 자연성을 되찾아 주면 강은 스스로 치유한다. 그러니 강은 그렇게 흘러가야만 한다. 우리 인간과 야생의 공존을 위해서, 세상의 신비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땅의 기운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흘러야 한다. 결국 우리가 살기 위해서 말이다. 2015년이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될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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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 박진고개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의 모습. 4대강사업 전의 전형적인 낙동강 모습(좌)과 4대강사업 후 호수로 바뀐 낙동강의 모습(우)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해 다시 좌측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 남준기, 정수근


덧붙이는 글 지역 인터넷 매체 <평화뉴스>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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