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차귀도
이홍로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한발짝 걸으면 반 발짝은 뒤로 밀리기도 합니다. 친구와는 대화를 나눌 수도 없습니다. 제주 방언이 앞뒤를 생략한 언어가 많다 하는데 그 이유가 바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신도 포구를 지나 수월봉에 오르는 길에는 띠풀밭이 있는데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주의 사진만을 담아오던 감영갑님의 사진이 생각 났습니다. 수월봉 정상에는 멋진 기상 관측소가 있고 여기서 내려다 보는 차귀도와 해안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세게 불어 파도까지 멋진 풍경을 만드는 데 한 몫을 합니다. 당산봉 아래 어촌 마을에 도착하여 추위도 피할 겸 작은 슈퍼에 들렸습니다. 따뜻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추위에 올레길을 걷느냐"며 걱정을 하십니다.
잠시 몸을 녹인 후 당산봉을 오릅니다. 당산봉을 오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올레길 12코스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것을... 바람은 세차게 불어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이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열심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수월봉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차귀도 모습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우린 당산봉에서 용수 포구를 걷는 동안 이 길은 가족들과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며 즐겁게 걸었습니다. 비록 파도에 카메라 렌즈가 젖고, 옷도 젖었지만 이런 풍경과 경험이 우릴 더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