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의 230쪽짜리 '세월호 반성문'

방송기자연합회, <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 발간

등록 2015.01.07 16:26수정 2015.01.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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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송기자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 연구보고서 발간을 알렸다. ⓒ 방송기자연합회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국가적 재난'이었지만, 저널리즘 역사에도 남을 '재앙'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는 취재진들의 태도와 반복된 오보 등으로 인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가 회자됐고, 이는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참사를 보도한 언론인들의 230쪽 짜리 '보고서 반성문'이 나왔다.

지난 5일 방송기자연합회(아래 방기연)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보도, 저널리즘의 침몰' 연구보고서 발간을 알렸다. 230쪽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다. 방기연은 당시 세월호 보도 행태를 "대한민국 재난방송의 민낯"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며 "이번 연구보고서는 대한민국 방송저널리즘이 두 번 다시 침몰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마음과 다짐의 소산"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방기연 산하 저널리즘 특별위원회에서, 따로 지상파 방송 취재·영상 기자 등 8명이 모인 재난보도 분과위원회를 꾸려 약 6개월간 분석한 결과물이다. 특별위원회는 "세월호 참사는, 한국방송 언론의 수준과 시청자들의 기대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극명히 드러낸 사고"라며 지난 세월호 참사 보도 중 가장 큰 오보로 '전원구조'를 꼽았다.

보고서는 크게 네 부분으로 이뤄졌다. 받아쓰기 보도, 자극적 보도, 권력 편향적 보도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된 '세월호 보도참사의 유형과 문제점', 세월호 보도를 통해 본 재난 영상취재 문제 등 '재난시 영상취재 현실과 개선 방안', 세월호 보도 취재기자들의 트라우마를 조사한 '재난보도와 심리적 외상', 세월호 이후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고민한 '반성과 다짐, 제언'이 그것이다.  

"죄송하다"는 취재기자의 반성... 그러나 현재진행형인 '보도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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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타결된 '세월호 사고 배·보상 특별법' 합의 보도에서 는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를 제목으로 뽑으며 이를 주요하게 다뤘다. ⓒ MBC 온라인 화면캡쳐


특히 위원회는 '전원구조' 오보가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받아쓰기 보도'라고 규정했다. 이런 성향은 취재기자들이 직접 적은 취재후기에서도 드러난다. SBS의 한 기자는 '기자라는 특권을 포기해 죄송하다'는 글에서 "기자에게는 '질문'이라는 특권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배웠다"라며 "당시 진도체육관에서 해경 발표에 대해 '현재 물 속 구조인원은 몇 명이냐' '실제 수중 수색 시간은 얼마냐' 등을 물었어야 했다"라고 반성했다. 

보고서 말미에서는 보도참사의 근본 원인 네 가지와 재발방지 대책을 짚기도 했다. 원인으로는 ▲ 사실 확인과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기자 개개인의 '취재윤리 약화' ▲ 정치권력에 의해 임명된 지상파 사장 등의 개입으로 인한 '정치권력의 간섭' ▲ 보도국장 등 방송사 간부들의 내부적 굴종과 '권력 편향' ▲ '기자 집단의 저항정신 실종' 등이 꼽혔다.


그러나 당시 보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혔던 '본질 희석식 보도'(핵심 사안이 뉴스에서 축소 보도되는 경향)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6일 타결된 '세월호 사고 배·보상 특별법' 합의 보도에서 MBC는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를 제목으로 뽑으며 이를 주요하게 다뤘다.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고 유예은양 아버지)씨는 이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원구조 오보에서 시작해 이제는 '대입특례입학'이 타이틀이냐, 교묘하게 가족들을 매도하는 MBC"라고 적었다.  

위원회는 참사보도 대안의 한 가지로 지난해 9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등 5개 단체가 주관해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을 꼽았다. 그러나 "방송사와 기자들이 스스로 구속력을 가지고 충실히 따를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번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김호성 YTN 기자(YTN웨더 본부장)는 이에 대해 "(준칙은) 지키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라며 "현장 기자들보다 데스크가 먼저 책임을 가지고 (준칙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이어 "<BBC>에는 '희생자의 신원을 취재했어도 방송에서 구체적으로 보도하지는 않는다'는 강력한 취재윤리가 있다, 우리도 그런 게 필요하다"라면서 "(MBC가 6일 보도한) '대입특례입학'은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데 이를 제목으로 뽑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유가족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보도 반성문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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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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