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밀어붙이기? 노조-시민단체 반발

외환-금융당국 "노사합의 없이 진행할 수도"... 시민단체 "약속 버렸다"

등록 2015.01.12 20:26수정 2015.01.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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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측에 "대화 기구 발족 없이 본협상에 들어가 통합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 외환은행 노조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한 발 물러서 본 협상을 제안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협상이 길어지면 일방적으로 통합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노사합의 없이 통합을 진행할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하는 분위기. 이에 시민단체는 통합을 반대하고 나서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2일 오후 2시 명동 외환은행 본점 노조 사무실에서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김 행장에게 서신을 통해 향후 60일 이내인 3월 13일까지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통합여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에 바로 돌입하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하나금융)지주사 쪽이 정당한 것처럼 포장되고 약속을 지켜달라고 하는 우리는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가 논의의 장에 먼저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주사 쪽도 대화를 위한 진실한 노력을 해 달라"며 "금융위원회(아래 금융위)도 양측 대화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균형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 그리고 금융위 등 노·사·정은 2012년 2월 17일 향후 5년간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2·17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하나지주가 지난해 7월부터 합의서를 어기고 통합을 강행하며 노조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하나지주는 반발하는 노조원들에게 대규모 징계처분을 내리면서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후 같은 해 10월 노조가 하나지주 쪽에 '외환은행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대화가 시작된 이후 협상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위의 중재 하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체결이 추진됐다.

대화는 시작됐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통합절차 잠정중단여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둘러싼 노사의 이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

노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사측이 1년 넘게 지키지 않아"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김 위원장은 "지주 쪽에서 이를 통합의 전제조건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전환 문제는 이미 2013년 10월 노사가 합의하고 지난해 1월 시행하기로 한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경영진들이 약속을 어기고 1년 넘게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이 되기 위해서는 인사원칙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요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본 협상도 개시하지 못하고 대화가 경색되는 상황이라면 신속하게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조의 제안에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행장은 "60일 기한을 못 박을 필요 없이 가능한 빨리 협상을 진행하자"며 "협상이 길어지면 (금융위에) 통합승인신청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합의가 진전을 보이지 않더라도 통합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외환은행이 공시한 합병기일은 오는 3월 1일이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노조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에 다시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도 통합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노조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노사합의 없이 진행할 수도" 시민단체 "약속과 신뢰 버린 부적절한 발언"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노사합의 없이 통합승인 절차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하나지주 쪽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는 "(신 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조기통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신 위원장은 "(조기통합 논의가 시작됐던)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아직까지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충분한 노사 협의 기간을 줬기 때문에 엄격한 법과 원칙에 따라 합병 문제를 처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단언했다.

이달 안에 하나금융 측이 통합승인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냐는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어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노사합의 없는 통합신청 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신제윤 금융위원장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통합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 시민단체는 "금융위는 노사합의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종전의 입장을 번복하고 2.17 합의서의 존재의의 자체를 부정했다"며 "약속과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것은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김한조 #금융위원회 #신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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