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소방관이 본 의정부아파트 화재, 이게 문제였다

[주장] 외기 노출된 1층 주차장이 피해 키워... 헬기 투입 전술도 재점검해야

등록 2015.01.23 15:06수정 2015.0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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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에 이어 양주, 남양주 등에서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전체 이재민 289가구 374명을 낳았고, 사상자 128명 사망자 4명이 발생했다.

필자는 32년간 화재 현장에서 소방 일을 해왔다. 의정부 화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화재 후 이틀이 지난 12일에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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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화재가 난 후 이틀 뒤에 찾아간 현장. ⓒ 김주환


1. 아파트가 맞나?

주차장 1층에서 화재가 난 대봉그린아파트는 주택법상으로 아파트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 공급을 늘리고 소규모 가구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추진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공급 증가를 위해 건물 사이의 간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 내용은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같지만 아파트로 이름 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비해서는 각종 안전 및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대폭 줄었다. 기존 아파트는 건물 간 거리 기준이 6m 이상인데 비해 도시형 생활주택은 1m 이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번 화재가 발생한 3개 건물은 각각의 건물 간격이 1.5~1.7m에 불과했다.

특히, 10층짜리 '쌍둥이' 건물 형태로 지어진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건물 간격이 1.5m 정도 밖에 안 됐다. 사이가 좁은 건물 간격이 마치 연통 역할을 해, 드림타운으로 불이 쉽게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건물 간 공간은 연통 구실을 하게 됐고 화염과 연기를 빨아들여 대다수 주민이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상자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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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가 발생한 3개 건물은 각각의 건물 이격 거리가 1.5~1.7m에 불과했다. ⓒ 김주환


2. 왜 인명 피해가 컸나?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은 사방이 외기와 직접 닿아 있다. 1층 주차장 사방은 마치 필로티(외벽,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시킨 구조)처럼 노출돼 있다. 때문에 주차장을 관통한 대기의 풍속은 매우 빨라진다. 여름에 비해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급격한 연소 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그리고 주차된 차량 연료의 폭발 연소, 연소 온도 상승에 따른 빠른 공기 유입으로 화염과 짙은 연기는 내부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런 현상은 불과 수분 내에 발생했을 것이다. 때문에 비상경보벨이 울리고 입주민들이 '방에서 무슨 일이지'하고 정황을 살피고 심각성을 깨달을 즈음에는 이미 지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사상자 규모가 커졌다.

또 도시형 생활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 형태라 베란다가 없다. 때문에 외기에서 상승해 외벽을 통해 들어오는 화염과 연기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 쉽게 공포와 패닉에 빠지게 돼 정상적인 피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때문에 당시 입주민들도 창문을 열고 직접 지상으로 뛰어내리려는 심리가 발생한 것이다.

3. 제도적 허점은 없었나?

소방 시설의 문제는 두말할 것이 없다. 허점 투성이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규제완화로 건물 규모가 작아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10층짜리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게다가 외벽에 가연성 스티로폼 단열재(드라이비트)를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돼 불이 쉽게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 건물 뒤편은 수도권 전철 선로여서 소방차가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기자가 현장에서 소방관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스티로폼 단열재로 인한 화재를 적지 않게 경험했다. 이 단열재는 화염과 열기를 만나면 가연성 물질로 변한다. 이번 화재가 그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4. 소방 전술에는 문제가 없었나?

기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소방 전술상의 문제다.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서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정답이 없다. 물론 현장 지휘관의 판단과 그렇게 행해진 작전은 항상 '최선'을 지향한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화재가 확대됐다면 당시 전술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이번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에서, 많은 입주민들이 대피하는 데 혼선을 빚었다. 그 결과 직접 외벽으로 뛰어내리거나 아예 대피를 포기하고 질식사한 사례도 있었다. 소방대 도착 전 소방 활동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이날 소방대가 옥상에 소방 헬기를 투입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일부 주민들은 헬기 프로펠러가 발생 시킨 바람이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소방당국은 헬기 때문에 불이 확산된 건 아니라며 화재에서는 인명 구조가 최선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소방 전술의 최우선 원칙은 인명 구조다. 하지만 헬기의 풍하 속도와 압력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소방 헬기가 하버링(hovering, 제자리 비행)할 때 풍하 압력과 풍속은 헬기의 기종과 중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은 산불 화재진압에서 하버링 높이를 최소 150~200m로 정하고 있다. 헬기 투입이 인명 피해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도 연소 범위 확대와는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김주환 기자는 소방공무원으로 33년을 근무하고 서울소방학교 부설 소방과학연구소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2014년 정년퇴직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전술론', '화재예방론', '화재조사론' 등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소방 #화재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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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으로 33년을 근무하고 서울소방학교 부설 소방과학연구소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2014년 정년퇴직한 사람입니다. 주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전술론' '화재예방론' '화재조사론' 등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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