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사민주의와 북한인권법 사이에 서다

[전망]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안보 행보 강화... 진보정치 재편 이끌 수 있을까?

등록 2015.01.21 08:18수정 2015.01.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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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유일하게 남은 '원내 진보정당'이다. 비록 5석에 불과하지만 원내와 원외의 영향력 차이는 크다. 총선까지 남은 1년 동안 진보정당의 재편에서 정의당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상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의당 행보는 주목해볼만하다. '북한인권법'까지 거론되는 '안보 행보'와 사회민주주의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안보'와 '사민주의' 강조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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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등이 7일 인천시 백령도 해병대 807OP에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2015.1.7 ⓒ 연합뉴스


지난 7일 정의당 지도부가 '남북분단'의 상징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전방 섬, 백령도를 방문했다.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등은 해병대 6여단 흑룡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문했고, 천안함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탑에 참배했다. 언론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정의당의 '안보행보'에 주목했다. 진보당 세력과 대북 관점에서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정의당 지도부는 지난해 연초에도 전방부대를 방문했다. 당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정당을 향한 종북세력 공세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2012년 창당한 이후 지속적으로 '안보' 이미지를 키우고 있는 것. 특히 이번 백령도 방문은 진보진영 내에서 여전히 논란이 있는 천안함 사태에 태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다 확실한 '우클릭'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은 북한 인권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해부터 이를 언급하기 시작한 정의당은 이제 '북한인권법'을 거론하는 수준까지 왔다. (관련기사 : 정의당, '북한인권법 발의' 논란... 사실은?) 정의당 측은 법안 발의 논의를 부정했지만, 북한인권과 관련해 오랫동안 논의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관련기사 :정의당 "북한인권법 초안 마련한 적 없어" )

또 한 가지 정의당은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 역시 정의당의 '안보 행보'처럼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부분이다. 천호선 대표는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실천하겠다"라고 천명한 것에 이어, 올해도 "사회민주주의를 강령에 포함시키자는 안을 제안하고 당원 토론에 붙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민주의는 유럽의 좌파정권에 의해서 구현됐다는 점에서 다소 이념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복지'라는 당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거대양당이 모두 '복지'를 강조하면서 차별성이 약화됐다. 복지가 더 이상 진보정당만의 의제가 아닌 것이다. 사민주의 노선은 당의 '복지 중심성'을 다시 부각시켜 줄 수 있다.


"통합진보당과의 차이 점점 부각될 것"

이와 관련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북한에 대한 관점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창당 때부터 계속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라며 "정의당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당으로, 현재도 6·15선언과 10·4선언을 바탕으로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그 체제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상적인 체제로서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은 당연히 지적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진보는 안보를 등한시한다는 의식과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그걸 불식시킬 필요는 있다"라며 "국민이 가지는 보편적 시각을 수용하고, 나아가서 보수의 안보관이 더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보수정권의 안보 행보를 따라갈 의향은 추호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천암함의 실체적 진실규명과 이 사건으로 숨진 장병을 추모하는 건 별개"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당의 사민주의 노선과 관련해 "특정 '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념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사회주의 이상을 추구하다가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동시에 있다"라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이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북유럽복지국가를 국가모델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정의당의 행보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이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진보당과의 차별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핵심 당 관계자는 "단지 진보당과 거리두기를 위해서라고 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걸 또 무시할 수도 없다"라며 "정의당이 진보당에 반발해 창당된 만큼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 차이는 점점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행보는 진보재편?... "인위적 통합은 곤란하다"

정의당의 이러한 행보는 진보정당의 통합과 재편에도 곧바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천호선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당과 국민모임 그리고 '노동정치연대' 등 진보정치의 재편과 강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룹 전체에게 앞으로 만나자는 제안을 드린다"라고 밝힌 것이 그렇다. 진보당과의 거리두기, 기성정당과 차별화 이후 정의당의 행보는 진보정치의 재편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의당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자연스러워 보인다, 진보라고 해서 국방이나 안보를 무시한다면, 진보일 수는 있지만 정당이 될 수는 없다"라며 "정당은 미래의 정부를 운영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 시민에게 진보가 집권해도 체제의 혼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슬기로운 태도"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이어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남은 진보정당의 역할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되기 때문에 움츠려들지 말고 준비가 조금 덜됐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다른 세력과 진보재편에 나서는 일에는 "인위적으로 재편하는 건 옳지도 않고 성과도 없을 것"이라며 "세를 불려서 뭔가를 해보려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운동'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 사이 서로 협력하거나 연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세력을 띄우고 그 세력끼리 합쳐지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시민들의 지지를 놓고 경쟁해서 어느 정당이 다수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느 쪽으로 흡수되는 게 정상이지, 대표자들끼리 모여 통합을 하는 건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부터 늘려, 본인들 실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천호선 #심상정 #천안함 #사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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