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수익성 악화는 하나금융지주 경영실패 때문"

전성인 교수 "모뉴엘, KT ENS 부실대출로 경영진 징계받을 가능성 커"

등록 2015.01.22 17:46수정 2015.01.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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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환은행 노조 주최로 열린 '외환·하나은행 합병의 타당성 검증 공개토론회'에서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가 조기합병의 문제점에 대해 밝히고 있다. 당초 토론자로 나설 것을 요청받은 하나금융지주쪽 관계자들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 김지혜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적절치 않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우선 노사정이 서명한 2·17합의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두 은행이 연루된 모뉴엘과 KT ENS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인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환은행 노동조합 주최로 하나·외환은행 합병의 타당성 검증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2년 2월 17일 노사정 합의서는 단순히 외환은행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1조 1항에 최우선 합의사항으로 원칙적인 독립법인 유지 및 명칭 사용을 규정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합의서를 보면 5년 전에는 합병 논의조차 못하도록 돼 있다"라면서 "특히 당사자(노사)간 합의가 없을 경우엔 더더욱 (통합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까지 사인을 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직함을 갖고 온 중요한 의미였다"라면서 "근데 최근 금융위원회가 약속을 어기고 예비 인가신청서를 지주 측으로부터 받은 것은 마땅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무리한 대출확대로 모뉴엘 사태까지... 김한조 행장 독려 때문?

또 전성인 교수는 외환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2년 간 외환은행의 수익률이 떨어졌는데 이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시기"라며 "하나금융의 새로운 경영진은 수익성을 무시한 채 무리한 외형 확대만을 고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영진이 수익성을 무시한 무리한 대출확대를 했다고 지적했고 '총 대출증대 특별 캠페인'을 벌인 것을 예로 들었다. 전 교수는 "경영실패의 책임을 반성하는 대신 이를 합병의 빌미로 삼는 것은 어불 성설"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연루된 모뉴엘과 KT ENS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경영권을 장악한 2012년부터 모뉴엘에 대한 외환은행의 여신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라면서 "여신 급증의 이면에는 기업사업그룹장이 독려했던 '총대출증대 캠페인'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당시 외환은행의 기업사업그룹장은 김한조 현 행장이었다"라면서 "현재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부실대출과 관련한 감독당국의 검사 대상이고, 추후 양행 및 관련 임직원의 제재가 불가피한데 이는 합병에 대한 법률적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당대출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그대로 합병기업의 경영을 담당하는 것은 은행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경제적 위험과 법률적 무리수를 감수하고 통합을 추진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는 금융환경에 도움이 안 되고 감독행정에도 이상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한은행에 득이 없는 졸속 통합을 하면 손해는 결국 고객이 본다"라면서 "당장 통합 진행을 중단하고 원래의 신중한 금융경영인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평균 2~5년... 하나·외환 "9개월 안에 끝"

이날 토론에서는 하나·외환 IT통합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장낙환 삼성 SDS SIIE센터 전문위원은 10월 9일로 잡힌 IT통합일을 '사실상 무리한 일정'이라고 꼬집었다.

장 위원은 "은행에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평균 2~5년 정도가 걸린다"라면서 "그러나 하나·외환은 9개월 만에 테스트까지 모두 완료하겠다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국민은행, 기업은행부터 심지어 지방은행인 대구은행도 2년이 걸렸다"라고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특히 IT통합은 양행 직원의 화합과 단결이 필요한 일"이라며 "명확한 합병 여부에 대한 마무리도 없이 IT통합을 진행하는 게 상당히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정의연대와 민변·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추진 반대 및 금융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 도중 지난 19일 조기합병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일방적으로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라면서 "이를 제지해야 마땅한 금융위원회는 예비인가 처리를 하겠다며 사실상 이런 일탈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예비인가를 철회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라면서 "또한 금융위원회도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하나외환은행 #김한조 #전성인 #금융위원회 #모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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