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 '틀밭', 이렇게 따라 해보세요

[짱짱의 농사일기 18] 쿠바 도시농업의 상징 <오가노포니코> 따라하기

등록 2015.02.02 11:34수정 2015.02.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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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도시농업의 상징이 된 오가노포니코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s)는 쿠바의 도시 농업을 상징한다.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생태적 유기 순환 농업을 하는 유기농 농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특이하게 생긴 밭의 모양을 지칭하는 의미도 있다. 오가노포니코는 한국의 밭 농사에서 익숙한 '이랑'으로 볼 수 있으며, 오가노포니코처럼 생긴 밭을 우리말로 바꿔서 '틀밭'이라고 한다.

쿠바의 농업은 원래 사탕수수, 담배와 같은 수출용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단작 농업이었으며, 석유에 의존한 농기계와 화학 비료, 농약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1991년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식량 원조가 중단된 이후, 식량 위기를 해결할 방법으로 도시 농업을 시작했다. 석유 또한 부족해졌기에 유기 농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자동차와 농기계를 실제로 이용하지 못했다.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 이전에 하던 농업 방식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다. 먼저 농기계 사용이 어렵다면 이랑을 무너지지 않게 고정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도시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거나 직접 농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위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흙을 담을 수 있는 틀을 생각해 냈다. 그렇게 목재와 시멘트 블록으로 틀을 만들고, 흙을 채운 '오가노포니코'가 만들어졌다.

농기계 없이 지속 가능한 토양 생태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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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콘크리트 위에 설치된 틀밭 ⓒ 오창균


일반 농업에서는 농사를 지을 때마다 흙을 갈아 엎고 이랑을 만들었다면, 틀밭은 그럴 필요가 없다. 한 번 만들어 두면 해체할 때 까지 이랑의 형태를 보존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작은 농장이나 텃밭에 알맞은 방식이며, 농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노동 시간을 줄이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며 농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여러 장점들이 있다.


흙을 갈아 엎지 않으면 토양 생물들은 지속 가능한 생명 유지와 번식을 할 수 있어 토양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또한, 빗물에 흙이 쓸리는 침식을 막아 유기물과 양분이 유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듯, 틀밭 농사는 흙을 보존하며, 식물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토양생물들의 안전한 서식처가 되어 다양한 생명이 공생하는 농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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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위에 만든 틀밭에서 작물이 자라고 있다 ⓒ 오창균


흙 속으로 밑거름(퇴비)을 넣지 못 하는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흙 위에 올려주는 웃거름으로 대신할 수 있으며, 토양 생물의 활발한 유기물 분해로 양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틀밭은 토양 생물이 농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틀밭에 작물의 잔사(작물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부분)와 풀과 같은 유기물을 지속적으로 덮어주면 겉흙은 햇볕에 노출되지 않아 토양 생물의 활동을 돕는다. 이처럼 흙 위에 유기물을 덮어주는 멀칭(mulching)은 햇볕을 막아서 풀자람을 억제하고, 가뭄을 예방해 흙 속의 수분을 유지해 준다.

흙을 담는 틀밭의 재료는 목재를 주로 사용하는데,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방부 목재를 사용하지만, 시멘트 블록을 쓰는 경우도 있다. 나무의 변형을 막으려면 방수 오일을 칠하는 것이 좋다. 목재의 변형은 나무가 물을 흡수해 건조되는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모서리 연결 부분은 철물이나 알루미늄 프로파일 등의 부품을 사용하거나, 목재를 이중으로 결속해야 벌어지지 않는다. 목공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틀밭을 만들 수 있다.

도시, 콘크리트에서의 틀밭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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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땅 위에 만든 틀밭에서 작물이 자라고 있다 ⓒ 오창균


옥상에 틀밭을 만들 때는 건물 안으로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닥에 물이 고이거나, 습기로 방수가 약해질 수 있으니 비닐이나 방수를 할 수 있는 재료를 바닥에 깔아주는 것이 좋다. 콘크리트 지면과 맞닿는 부분은 배수와 통풍이 잘 되도록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배수판을 설치해야 한다.

물 빠짐 전용 배수판을 사용해도 되고, 지게차로 물건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팔레트(pallet)를 사용해도 좋다. 규격은 가로세로 1m 제품이 무난하다. 경험으로 보면 팔레트를 추천한다. 배수판을 설치 후에는 흙이 빠지지 않도록 부직포를 깔아주고 흙을 채우면 된다.

틀밭에서 중요한 것은 흙이다. 농사에 적합한 점토의 흙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옥상에 설치할 경우는 하중 때문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벼운 원예용 상토나 흙이 포함된 배양토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토만 할 경우에는 작물 생육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배양토나 점토와 같은 진짜 흙을 절반 이상의 혼합 비율로 섞어주는 것이 좋다. 부엽토나 지렁이가 만든 분변토를 넣어주는 것도 미생물 활성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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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틀밭을 만들수 있다. 시계방향으로 배수판,부직포,모서리 결속, 목재의 변형을 막기 위한 꼼꼼한 작업이 필요하다. ⓒ 오창균


틀밭 흙의 깊이는 30cm 이상 해주는 것이 작물 성장에 도움이 되며, 폭은 최소 30cm 이상 1m를 넘지 않는것이 관리에 편리하다. 길이는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목재의 변형을 막기 위해서는 2m가 넘어갈 경우는 중간 지점의 양 옆에 목재를 고정하는 지지대를 해줘야 튼튼하다. 목재상에 주문하면 원하는 크기로 절단해주며, 기타 필요한 재료는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다.

틀밭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장소를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팔레트를 배수판으로 사용한 경우는 지게차로 옮길 수 있으며, 바퀴를 장착해도 장소 이동이 가능하다. 넓은 면적으로 옥상에 틀밭을 만들 때는 안전이 중요하므로 흙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안전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농업 #오가노포니코 #틀밭 #배수판 #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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