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느끼는 당신, '계절 감수성' 돋네요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50] 춘분·추분 태양 고도 변화폭 동지·하지 때보다 2배 커

등록 2015.02.02 17:16수정 2015.02.02 17:16
0
원고료로 응원
"뭔가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니?"
"맞아, 햇살이 왠지 봄 느낌이 나."

지난 1월 하순 정부대전청사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두 여성의 대화에 '훈풍'이 살랑인다.

1월 하순이면 절기상으로는 겨울의 한복판이다. 헌데 봄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두 여성의 계절 체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계절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1월 하순에도 지평선 너머로 어른거리는 봄빛을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1월 하순에 느껴지는 '봄빛'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무엇보다도 하늘로 제법 높이 떠오른 태양이 봄빛을 느끼게 했을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한 예로 지난 1월 27일 대전 지역 정오의 태양 고도는 35도 정도였다. 약 한 달 전인 12월 동지 때의 30도에 비해 5도가량 높이 해가 솟은 것이다.

5도 정도면 대다수 사람이 변화를 감지할 만한 각도다. 대전 등 중부 지방에서 태양의 고도는 겨울에서 여름으로 갈 때 한 달 평균 8도 가량씩 높아진다(타임앤데이트 닷컴 참고) 그러나 실제로는 겨울(동지)과 여름(하지)에 고도는 한 달에 대략 5도 가량 변한다. 반면 춘분 즉 3월 하순을 전후로 한 시기에는 한 달에 10도 이상 고도가 치솟는다. 추분 즉 9월 하순을 전후로 한 시기도 마찬가지로 고도의 변화가 크다.

계절 별로 다채로운 빛에 대한 묘사는 시나 소설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힘 없는' 겨울빛이라든지, 생동감과 활력의 상징이 되곤 하는 봄빛 같은 게 한 예다. 빛에 대한 작가들의 여러 표현은 문학적 감수성의 발로겠지만, 실은 상당 부분이 과학적 사실들과 맞닿아 있다.

'봄빛' 속에 숨어있는 과학


a

봄은 왜 여름, 겨울보다 더 빨리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질까? ⓒ pixabay


예를 들면 이론상 12월 하순 구름 없는 날, 서울 지역 1평방미터의 대지에 내리쬐는 햇빛의 파워 레벨은 500와트로 6월 하지 때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반면 3월 중순에는 햇빛 에너지 수준이 700~800와트까지 올라간다. 바깥 온도가 섭씨 5도로 똑같을지라도 자동차를 남쪽을 향해 주차해 놓았을 때 1월 초순에 비해 3월 초순의 차 안이 훨씬 따뜻한 이유다. 겨울빛의 힘(파워)이 봄빛보다 떨어지는 탓이다.

계절에 따른 빛의 변화를 느끼는 건 주관 혹은 체질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점 하나는 계절 빛의 변화 속도는 매번 일정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봄을 기준으로 한다면, 봄이 오는 속도를 얼마든지 계산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남쪽 제주의 봄빛은 서울보다 대략 2주 가량 빠르게 찾아온다. 제주의 위도가 서울보다 4도 가량 낮은데, 이런 까닭에 태양의 고도는 같은 날이라면 4도 만큼 높다. 구체적인 예로 정오 햇빛의 입사각이 40도에 이르는 날이 제주에서는 오는 2월 4일 무렵인데, 서울에서는 설 연휴 시작 직전인 오는 2월 16일은 돼야 태양이 이 각도에 올라오게 된다.

체감 기온이 서울이나 제주가 똑같은 2월의 어느 날, 서울 사람이 제주를 방문한다면 봄이 한층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제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산이나 목포, 여수, 통영과 같은 남쪽 도시들은 서울과 위도 차이가 2도 이상 나는 까닭에 적어도 1주일 이상 봄빛을 빨리 느낄 수 있다.

지구의 공전 특성상, 춘분이 가까워질수록 해는 매일 보다 성큼성큼 큰 폭으로 고도를 높여가게 돼 있다. 꽃샘 추위나 이상 한파의 심술은 있겠지만, 봄은 한 번 오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봄 #춘분 #겨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