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반려견 찾고 싶다면, 이 방법이 최선

[주장] 동물보호단체에서 바라보는 반려동물등록제 일원화 정책

등록 2015.02.06 14:34수정 2015.02.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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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형 칩 시술 장면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이 내장형 칩 시술을 받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지난 1월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기동물 감소 ▲동물복지 축산의 확대 ▲불필요한 동물실험의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고 유기동물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동물유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 불가피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국가가 인수하는 동물인수제 도입 등의 세부 정책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이 중 유독 논란이 되고 있는 계획이 있다. 바로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반려동물등록제의 등록 방법을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 방법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13년 1월부터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2014년 1월 1일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반려동물등록제는 반려목적으로 3개월령 이상의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전국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4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까지는 내장형 무전식별장치 삽입,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 등록인식표 부착 등 세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동물 소유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방침이 등록제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이를 내장형 칩 한가지로 일원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와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는 발표한 지 며칠 만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잃어버린 동물 쉽게 찾고, 의도적 유기 방지하는 '동물등록제'

반려동물 소유자와 동물의 정보를 정부에 등록하는 반려동물등록제는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 호주, 일본, 대만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보통 광견병 예방 접종과 함께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개를 대상으로 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고양이를 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제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주인을 잃은 동물, 즉 유실동물이 발생했을 때 등록된 정보를 통해 소유자에게 쉽고 신속하게 반환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기르던 동물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유기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부 국가에서는 투견이나 범죄에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개를 기르는 행위를 막는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구적으로 체내에 삽입되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아닌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는 동물등록제의 근본적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내장형 칩 등록한 동물, 귀가율 현저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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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성남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동물. 유기되면서 목줄에 달린 인식표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 동물자유연대


주인의 실수로 동물을 잃어버렸을 경우,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는 유실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분실될 가능성이 있다. 길에서 저절로 떨어지거나, 누군가에 의해 제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인식표를 부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동물을 잃어버린 사람들 중 '집 문이 잠깐 열린 틈을 타 집을 나갔다'거나, '택배기사가 문을 열어놓고 나가서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외출할 때만 목줄과 함께 인식표를 부착하는 개라면, 이럴 경우 인식표로 등록한 정보는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보호소에서도 내장형 칩으로 등록한 동물들이 유실되었을 경우 가족에게 반환되는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9년 미국 수의사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ian Medical Association)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53개 보호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호소로 유입된 동물 중 내장형 칩이 없는 동물은 22%만이 주인을 찾는 데 반해, 내장형 칩을 삽입한 경우에는 52% 이상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대전시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왔다가 등록정보를 확인해 주인에게 반환된 동물 101마리 가운데 내장형 칩으로 등록된 동물은 98마리였고, 외장형 칩을 부착하고 있었던 경우는 3마리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지난 3일 "등록된 동물이라 할지라도 외장형이나 인식표로 등록한 경우 발견되었을 때 인식표를 하고 있지 않아 정보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등록 정보를 확인해 주인에게 반환되는 경우는 대부분 내장형 칩을 삽입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외장형 인식표, 의도적인 유기 막기에는 역부족

외장형 칩은 의도적인 유기 방지에는 더더욱 효과가 없다. 동물을 버리는 사람 대부분은 동물 유기가 불법이고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휴가철에 시골까지 가서 인적이 드문 곳에 버리거나, 고속도로변에 몰래 내려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 유기가 불법으로 규정된 이래로 동물을 버려 처벌받은 사람은 고작 4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먹고 기르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자신의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가 달린 채로 동물을 유기할 리는 만무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점점 많은 국가에서 반려동물(개)에 대한 내장형 칩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내장형 칩을 의무화한 나라는 약 30개국에 달한다.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북아일랜드 등 다수의 유럽연합 국가에서 내장형 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스위스, 이스라엘, 뉴질랜드에서도 의무화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21개 주에 소재한 도시들이 의무화 규정을 두고 있고, 동물복지제도가 가장 발달했다고 평가받는 영국에서도 2016년부터 의무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안전한 칩 위생적으로 시술하면 부작용 발생 확률 낮아

2013년 기준으로 동물등록률은 54%에 지나지 않으며, 이중 내장형 칩 등록 비율은 20% 선에 그치고 있다. 내장형 칩 등록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내장형 칩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려동물 체내에 이물질을 삽입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영국소동물수의사회(British Small Animal Veterinary Association)에서 13년에 거쳐 370만 마리 이상에서 마이크로칩 부작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 391건, 즉 1만 건당 한 건 정도의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중 370건이 인식실패, 없어짐, 체내이동 등 동물의 신체에 나타난 부작용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황철용 교수는 지난 4일 "사양에 적합하게 제조된 마이크로칩이 수의사에 의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시술된다면 부작용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는 내장형 칩의 경우 국내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18만 마리 중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는 14건에 그쳤으며, 이는 0.008%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부작용도 대부분 단순부종으로, 세간에 알려진 대로 악성종양 등 동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부작용은 아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예방접종이나 약품에 비해 부작용 발생률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2년이 지난 지금 시점까지 내장형 칩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장 큰 원인은 시행 초기부터 정부가 제도의 취지와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도 시행이 논의될 때부터 일부 특정 산업이나 이권단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놓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3일 "부작용에 대한 왜곡된 정보로 내장형 칩 선택비율이 낮다"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내장형 칩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기존에 이미 외장형으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방안이나 개체별 특성 등으로 의무화가 면제되는 동물 등에 대해서는 제도 시행 전 논의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해 발생하는 유기동물 10만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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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동물자유연대에서 구조한 동물들. 주인을 잃은 동물을 지자체 보호소에 보호하는 기간은 10일이다. ⓒ 동물자유연대


'나는 책임감 있게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원하지도 않는데 의무적으로 내장형 칩을 삽입해야 한다니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일부 산업계에서는 제도의 취지나 유기동물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들의 이권만을 내세우며 반대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은 연간 10만 마리에 달한다. 길에서 죽거나 일반 시민이나 민간단체가 구조하는 숫자까지 생각하면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는 이를 웃돌 것이다. 현재 집계되는 반려동물 숫자가 200만 마리임을 감안할 때, 과연 내장형 칩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과 내 가족인 동물이 잠깐의 실수로 길을 잃거나 집을 나갈 확률 중 어느 쪽이 높은 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로 동물을 잃어버리고 애를 태우며 찾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우리 개는 이전에 한 번도 집을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거나 '우리 개만은 잃어버리지 않을 줄 알았다'고 말한다.

동물은 자신의 몸에 내장형 칩을 심을 것인지, 인식표를 달 것인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가족'이라면 내 가족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에는 혹시라도 나의 부주의로 반려동물이 길을 잃었거나 사고가 생겼을 때,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10일 만에 죽음을 맞기 전에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유기동물 문제는 비단 동물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을 구조, 보호하고 처리하는 데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반려동물의 숫자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동물을 유실하거나 유기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 동물등록제의 일원화는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등록제 일원화 외에도 공장에서 찍어내듯 새끼를 생산해 판매하는 반려동물 생산업에 대한 규제부터 중성화 수술 권장까지 다각도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 시행 전 선행되어야할 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는 등의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동물을 쉽게 사고, 기르고, 잃어버리고, 유기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꾸는 데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반려동물 등록제에 적극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동물과 사람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 전체가 힘을 합쳐 발판을 마련할 때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입니다.
#반려동물등록제 #유기동물 #내장형칩 #동물자유연대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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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예방 및 구조,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농장동물, 실험동물, 오락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중인식 확산과 연구 조사, 동물복지 정책 협력 등의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이다. 홈페이지: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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