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의 무상급식 갈등, 이러면 어떨까?

소모적 논쟁에서 상생적 협력으로

등록 2015.02.06 17:55수정 2015.02.06 17:55
0
원고료로 응원
2015년 신학기 시작을 한 달 앞두고 경남도청과 교육청간에 무상급식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학교 무상급식 보조금지원 중단 선언으로 촉발된 무상급식 논쟁은 지금까지 언론을 통하여 공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단체장 간의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홍준표 지사가 일선 시·군 순방 시에 무상급식 예산과 관련하여 지역 교육장에 막말을 하는 등 도지사와 교육감 간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마저 무너져버린 느낌이 든다.   

이 과정에서 홍 지사는 박종훈 교육감에 대하여 '탄핵'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박 교육감은 도교육청 월례회의 때 홍 지사를 염두에 두고 거짓말 공방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댐으로써 반격을 가하였다. 이러한 발언들은 결국 서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서로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는 말들이다.

경남도와 교육청간에 금방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공무원들은 불안하고 도민들은 갑갑하기만 하다. 도지사와 교육감이 서로 손을 잡고 도민을 위한 일에 적극 협력해 나가도 주어진 일을 다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판에 언제까지 대립하며 소모적 논쟁을 계속할 것인가?

이러한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해야 할 도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갈등해소는커녕 도의회는 지난해 경남교육청의 2015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급식예산에서 도청 부담 세입 부분은 삭감한 반면, 그에 대응하는 세출 부분은 그대로 남겨놓는 변칙 처리로 화근을 더욱 키워 놓았다.

경남교육청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채 홍 지사가 의도한 대로 경남도와 각 시·군의 2015년 예산이 이미 확정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무상급식에 지원하던 예산 전액을 서민과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교육복지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예산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와 시·군이 돈이 없어 교육청의 무상급식 사업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그렇다.


그렇다면 그 예산을 경남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선별적 복지 사업에 지원하면 아쉬운 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남교육청이 2015년에 저소득층 기초교육비 지원비 등으로 쓰고자 하는 선별적 복지 사업비 총 소요액은 565억이다. 2015년에 도와 시·군이 부담할 무상 급식지원 예산은 모두 643억이므로 우선 이 돈을 교육청의 선별적 복지 사업비에 지원하고 차이 나는 부분은 교육청과 시·군의 협상을 통하여 조정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경남교육청은 선별적 복지 사업비를 아낄 수 있으므로 그 예산으로 당초 계획했던 무상급식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무상급식예산의 우회적 지원으로서 어떻게 보면 조삼모사 같으나, 홍준표 지사에게는 정치적 소신을 지켰다는 명분을 주고 경남교육청은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서로 손잡고 웃는 모습은 이번 설날에 경남도민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신문에도 기고하였습니다.
#무상급식 갈등 #경남도청 #경남교육청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을 위해 애쓰는 경남교육청 소속 공무원이었으며, 지금은 경남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댄스스포츠를 국민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무도예술인임.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