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40, 휴가 달랑 4일... "우린 육지판 염전노예"

목포시 음식물쓰레기 처리 위탁업체 논란... 회사 "휴가, 본인들이 안 쓴다 해"

등록 2015.02.08 14:49수정 2019.09.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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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음식물 쓰레기 수집·운반 위탁계약을 맺은 한 업체 노동자들이 근무 장비를 개인비용으로 구입하고, 자신의 결혼식에도 휴가를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려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 업체는 불법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자를 해고했으며,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일부만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는 허술한 위탁계약서 작성과 부실한 관리 감독으로 화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A사는 지난 2003년부터 목포시 음식 쓰레기 수집 운반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다. 대표를 포함해 전 직원이 24명이며, 관리직 4명은 이 회사 B대표의 친아들과 집안 손주, 사돈 딸 등 모두 친인척이다. 

관리직을 제외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 운전기사(9명), 수거원(11명) 등 20명의 직원 가운데 회사 대표 친인척 1명을 제외한 19명은 지난해 12월 13일 노조를 설립하고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임금 현실화와 일요일 날 쉬겠다는"것이 요구였다. 그러자 사측은 지난 1월 17일과 24일에 4명을 해고했다.

B 대표는 6일 통화에서 "2명은 식당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처리 해주고 돈을 받아 해고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은 "6시간(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만 일하고 일요일도 쉬겠다고 해서 해고했다"고 말했다. B 대표는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수거는 6시간만 일하면 다 처리할 수 없고, 일요일 날 쉬겠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밝힌 내막은 다르다. 상가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된 C씨는 "A사에 근무하는 B대표의 집안 손자로부터 '친구 가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치웠는데, 그 손자가 목포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시청은 현장 점검 뒤 경찰에 수사의뢰 했고 회사는 이를 근거로 해고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고된 나머지 1명은 정확한 물증도 없이 돈을 받고 음식쓰레기를 불법처리 했다며 경찰에 수사의뢰 한 후 해고했다"고 말했다.

"작업복과 장화도 노동자가 구매"... 사측 "장갑은 사준다"


지난 5일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들은 A사의 비인간적 행태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개했다. 노동자들의 휴가는 1년에 딱 4일이다. 설과 추석 때 이틀씩 쉬는 것 외에는 그 흔한 여름휴가나 월차도 없다. 심지어 결혼식을 하는 직원도 휴가가 없었다.

한 직원은 결혼식을 앞두고 개인 돈으로 대체인력을 고용해 일을 맡기고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C씨는 "사장이 '결혼식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량 기사의 경우 한 달에 딱 하루 쉬지만, 이 역시 동료 직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대체 투입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근무 장비도 모두 개인 돈으로 구매해 사용했다. C씨는 "음식물 쓰레기 수집·운반 특성상 작업복과 장화, 마스크 등의 수요가 많지만 모두 개인이 구매해 사용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B 대표는 "월차 휴가도 본인들이 안 쉰다고 했으며, 직원 결혼식은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근무 장비 개인 구매에 대해서는 "장갑은 사준다"며 "다른 장비는 몇 시간 일하지 않는데 굳이 필요하나"라고 반문했다.

평소 대표의 반말과 폭언도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야 OO들아 시키는 대로 안 할 거면 그만둬", "너희들은 최저임금만 줘도 된다. 일하는 것에 비해 많이 주는 것이다" 등 반말과 폭언은 일상적이었다고 노동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B대표는 "그런 말을 어떻게 했겠나. 그런 말 한 적 없다. 다만, 최근 노조 결성 후 교섭요구를 하니 하던 대로 일을 하라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인건비 8억8천만 원 중 4억 원만 지급... 횡령 의혹

A사가 노동자 임금을 일부만 지급해 횡령 의혹도 나온다. 목포시가 지난해 A사 측에 지급한 위탁비용 14억3400만 원 중 노무비 항목은 8억8천만 원이다. 그러나 A사 노동자들이 실제 받은 인건비는 총 4억 원이 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받아야 될 약 5억 원의 인건비가 사측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목포시는 결정적인 행정처리 실수를 저질러 결과적으로 노동자 임금을 박탈하고, 사측에 특혜를 줬다.  

정부 방침은 위탁계약시 원가계산서에 따라 인건비 등을 지급하도록 하는 근로조건 이행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어기면 계약해지 사유다. 하지만 목포시는 이를 누락하고 음식물 쓰레기 톤(Ton)당 단가만 책정해서 계약을 마쳤다. 이를 근거로 A사 측은 "목포시와 위탁계약서를 작성 할 때 사업계획서와 직원 급여명세서 등을 목포시에 제출한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목포시에서 그때 지적해야 맞다"며 목포시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 

이밖에 A사는 공동주택 중간 수거용기 세척비용으로 매월 756만 원씩 연간 9천여만 원을 지급했으나 여름철을 빼고 세척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연장, 휴일, 추가 근무를 하면서도 수당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저녁 9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해서 새벽 4시께 모든 일을 끝낸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월 임금은 공제 전 기준으로 수거원 140만 원, 일반주택 음식쓰레기 수거차량 기사 170만 원, 아파트 수거차량 기사는 200만 원이다.

노동자들은 "여름철에는 새벽 4시에 일을 마치고 곧바로 6시 30분 배를 타고 외달도(목포 앞 섬, 관광지)에 들어가 저녁 때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출장비나 수당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C씨는 "명절 후에는 하루 20시간 정도 일하지만 이때도 수당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입사한 지 4년 8개월이 지났지만 임금인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목포시 "위탁방식 변경... 근로자 피해 없도록 할 것"

A사 노동자들은 "염전 노예 문제가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 적이 있는데, 감금과 육체적 폭력을 겪지 않는 것만 빼고 인권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우리가 마치 '육지판 노예'같다는 비애가 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은 "시에서 예산은 지원하면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사측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사측이 민원을 제기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경찰에 수사의뢰 해 부당해고를 조장하고, 면담과정에서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철저히 사측 입장에서 문제를 안일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들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진정과 목포시장 면담요구 등을 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근로자들이 말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몰랐다"며 "음식물 쓰레기 수거라는 목적에 집중하다보니, 위탁업체 내부 일에 대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A사의 위탁계약 기간은 6월 30일까지다. 위탁방식 변경을 포함해 근로자에게 피해 없는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목포시의회 여인두, 위수전(정의당)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탁계약 해지와 횡령혐의 형사고발"을 촉구했다.

여인두 의원은 "A사가 고의로 인건비를 편취했다면 이는 횡령"이라며 "형사고발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공동주택 수거용기 세척비용은 명백히 부당이익금에 해당하므로 즉시 환수조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 의원은 또 "목포시는 즉시 협약서 제17조에 의거 협약해지를 통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수전 의원은 "계약 해지 후 음식물류 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목포시가 직접 고용해 관리해야 한다"며 "민간위탁 방식은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서 기업가들의 배를 불리는 대단히 천박한 방식이며 예산절감효과도 없다"고 밝혔다.
 
권익위 "근로자 인건비 부적정 집행 업체 계약 해지" 권고
목포시의 경우처럼 생활쓰레기 처리 대행업체의 문제는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4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생활쓰레기 수집·운반 대행업체의 대행료 허위청구 환수와 임금편취 대행업체 퇴출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생활쓰레기 수집‧운반업무를 대행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곳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73곳(76%)이다. 전국적으로 생활쓰레기 수집‧운반에 소요되는 돈은 연간 약 1조 3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목포시의 경우처럼 처리의 효율성만을 중시하고 대행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한 게 현실이다. 권익위가 지난 201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2개 지자체(71%) 조례에는 대행료 정산규정이 없었다. 또한  135개 지자체가 행정편의 등의 사유로 수의계약으로 대행업체를 선정하고 있었다. 지자체 119곳은 목포시의 경우처럼 줄곧 한 업체와 10년 이상 장기 계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행실적에 대한 평가가 부실하고 평가위원회 운영도 미흡했다. 평가조례를 규정한 143개 지자체 중 평가기준을 규정한 곳은 9개, 평가항목 및 배점을 명시한 지자체는 29개에 불과했다.

권익위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 오는 11월까지 조례 개정을 권고했다. 주요 내용은 ▲대행료 지급시 정산 의무화, ▲계약관리와 평가관리 활성화, ▲대행료 허위·부당 청구 ▲근로자 인건비 부적정 집행 대행업체 계약 해지, 대행계약 대상 배제 등이다.
 
#목포시 #음식물쓰레기 #위탁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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