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거리 누비는 희망카, 더 많아졌으면...

광명교통약자지원, 희망카 동승 체험기

등록 2015.02.08 10:40수정 2015.02.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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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희망카. 광명시가 올해 교통약자특별수단인 희망카 20대를 확보했다. 법정대수 기준은 16대로, 경기도 최다 확보이다. 희망카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다. 시는 최근 휠체어 이용자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운영규정을 개정했다. ⓒ 강찬호


지난 1월 27일 '광명시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하고 희망카(장애인/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 요건을 강화했다. 희망카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장애1 ,2등급자, 장기요양인정서 1-3급을 제출한 사람이다. 이외에  65세 이상 중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제출한 사람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여기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을 추가해, '우선권'을 부여했다. 휠체어 이용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에 대해 종전 3일 전 예약에서 하루 전 예약 및 당일 예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비휠체어 이용자는 당일예약만 가능하도록 했다.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사전 예약 기회를 넓혀준 것이다. 이용 상담예약 시간대도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했다.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로 운영하던 상담시간에, 법정공휴일도 포함했다.

광명시와 구로, 금천은 일상생활 운행구역으로 하고, 양천과 영등포는 편도로 운행하되, 휠체어 이용자는 왕복예약 운행하도록 개정했다. 20킬로미터 이내에서 특수학교와 대학교 등교목적에 대해서도 운행하도록 개정했다. 광명역에서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 희망카 이용이 가능하다. 희망카를 이용해 광명역과 공항의 환승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도록 했다.  

역사는 급격하게 진보하기도 하고, 서서히 진화하기도 한다. 제도의 변화는 이러한 역사를 담는다. 희망카는 휠체어를 탄 교통약자들, 거동이 불편한 이동약자들을 위한 교통수단이다. 광명시는 지난 2011년 7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에 위탁을 주어 희망카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요구는 많은데, 대응하기에는 늘 부족함이 따른다.

광명시는 희망카에 대해 비교적 빠르게 대응한 곳이다. 몇몇 정치인의 요구, 그리고 경기지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 그리고 양기대 광명시장의 결단이 희망카를 조기에 확보해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졌다. 시는 법정대수 16대를 약속대로 확보해 운영했다. 2015년 현재 희망카 수는 20대 규모가 됐다. 경기도에서 법정대수 기준 가장 많은 수를 확보했다.


수요에 맞게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또한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광명시가 최근 해당 위원회를 열고 중증 장애인,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편익을 우선하도록 제도 개선이 가능한 것은 이러한 여건의 변화, 즉 희망카 증편이 따라줬기에 가능했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다만 그 방향은 바람직하다. 또한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 여건을 감내하고 있다. 가장 불편을 감수하는 이들은 교통약자들인 당사자들이다. 이용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최적상태이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기에, 그동안 감수해 온 어떤 몫을 앞으로도 감당해야 한다.

또 다른 곳은 교통약지이동지원센터 종사사들이다. 이들은 사전 예약이나 이용 불편에 따른 민원 요구를 감수해야 한다. 운전 종사자들은 넉넉지 않은 처우와 고용조건에서 사명감으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때, 이용당사자들의 불만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서비스에 응대해야 한고,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은 감정노동자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희망카 도입 초기에 희망카 운전자들은 빡빡한 일정으로 식사시간이나 잠깐의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길거리에서 잠시 차를 세워두고 휴식이라도 취하면, 바로 민원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희망카에 대한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차가 멈춰서 있는 모습을 교통약자 당사자들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유를 두고 운영할 만큼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법정대수를 채우고, 20대까지 확보된 현재는, 조금의 여유가 생겨나고 있다. 그 여유가 휠체어 장애인 중심으로 운영체제를 개편하도록 이끌고 있다.

그러나 센터 입장에서는 종전 방식의 이용에 적응됐던 비휠체어 이용자들의 민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예약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불만 요인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약자들의 교통수단인 만큼 교통약자들 안에서 우선순위가 필요하고, 그 기준은 누가 더 불편한 약자인가가 기준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교통약자들 간에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고, 공공의 영역에서는 교통약자들 전체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 희망카 이용 동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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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카 이용 희망카 이용자들은 주로 병원을 많이 이용한다. 교통약자들의 이용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복지 수요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 강찬호


지인으로부터 희망카 이용이 개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희망카 종사자들이 여러 모로 애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떤 계기가 있지 않으면, 그 일에 관심을 두기가 쉽지 않은 터에 기회에 희망카 운영센터를 방문하고 잠깐이지만, 희망카에 동승하기로 했다.

2015년 2월6일(금) 오전 9시 희망카 문을 노크했다. 임정순 센터장과 차를 마시며 최근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차량이 4대가 늘어 1월부터 운전기사를 새로 채용했다. 1개월 동안 교육이 진행됐고, 신규로 증차된 차량 운행은 2월부터 시작됐다. 1개월 동안 기사교육이 진행되는 것은 경기도교육연수원 교육, 장애인활동보조원 교육, 2주간 동승과 이용자 특성 파악 등 체계적 교육이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행복한 동행, 편리한 이동'을 모토로 '친절, 청결유지, 안전' 등을 강조하고 있다. 기사들을 위한 편익공간이 생긴 것도 변화이다. 센터 사무실 옆에 휴식과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건물 한 칸 증축을 통해 마련됐다. 기사들이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만큼 이들의 휴식 공간은 반드시 필요했다. 기사들의 소속감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 지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자원봉사센터 기업봉사단체로 참여해,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희망나기에 기부도 했다. 기부된 금액은 장애인 휠체어 1대 구입 자부담분으로 사용됐고, 다른 장애인단체에도 사용됐다. 보람있는 직장이 되도록 나름대로 애쓰는 모습들이다.

임 센터장은 최근에 차량이 추가돼 '조금 더 당당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요구는 많은데, 대응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때론 서운하기도 했지만, 광명지역에서 이동권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동시에 고마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요구는 희망카 증차에 자극이 됐다.

또한 중증 장애인, 휠체어 장애인 중심으로 운행해야 한다는 이들의 요청을 한꺼번에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점진적으로 담아가고 있기에, 조금은 위안이 되고 있다. 교통약자들의 요구와 이를 담고자 하는 대응 사이에 늘 긴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부 개선, 혁신을 통해 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방안도 따라야 하고, 동시에 외적 여건 즉, 지속적인 희망카 증차와 제도개선을 통해 조건을 마련해가야 한다.

임 센터장과 차를 마시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승할 차량 기사가 들어왔다. 10시15분 예약된 차량이다. 동승해, 함께 광명5동으로 향했다. 이날 윤종호 기사에게 예약된 콜은 모두 8건이다. 희망카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베테랑 기사이다. 초창기에는 14~15콜을 소화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당시이다.

이날은 새벽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시간대를 조정해가며 하루 8시간을 일하고 있다. 기자가 동승하기 전에, 오전 6시 15분에 한 명을 태워 성애병원으로 이동시켰고, 다른 한 명은 광명동에서 양천구 소재 병원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광명장애인복지관으로 이동시켰다. 동승한 이용자는 네 번째 이용고객이었다. 광명5동 소재 아파트단지로 들어섰다.

희망카는 모든 아파트의 차단 장치를 무임 통과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다 해결해야 할 문제였지만, 희망카가 정착된 지금은 관내 모든 아파트 단지에 희망카 출입이 등록돼 문제가 없다. 윤 기사는 "희망카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이 있기에, 본인들의 자리도 있고, 희망카도 존재하기에 이용자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이들이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이 단지에 들어서자 휠체어를 탄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한 명이 아파트 입구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 입구에 차를 대기하고 휠체어 승차와 안전띠 등 조치를 취한 후, 차량은 바로 대림동 소재 모 병원으로 향했다. 희망카 이용자들은 주로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에 승차한 보호자는 희망카가 있어 너무 좋다며 기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올 때는 예약을 잡지 못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록 편도이지만, 이들에게는 큰 편익이라는 것이다.

희망카 요금은 1300원. 광명 희망카는 다른 곳에 비해 싼 편이다. 관내 기본료는 1천원이고, 시외는 킬로미터당 100원이다. 이용자를 병원에 내려주고, 차량은 센터로 귀가했다. 돌아오는 길에 담소를 나눴다. 윤 기사는 "서울 큰 병원 8곳을 이용하는데, 들어 올 때는 빈차로 오게 돼 아깝다. 장거리 갔다 오는 시간이면 지역에서는 몇 곳을 돌 수도 있는데....차량이 부족하다. 차량 유지하고 인건비 소요되고...세금을 많이 내야 가능할 텐데..."라며, 여전히 부족한 공급을 아쉬워했다. 

최근에 정치권에서는 '증세와 복지'가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야한다는 주장,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 확대로 가야한다는 주장까지. 그리고 '신자유주의, 양극화 사회'를 넘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가야한다는 주장까지.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야...제대로 내야...일자리 늘고, 복지도 좋아지는데...." 윤 기사의 말 속에는 최근 정치권의 '복지-증세' 논란의 해법이 담겨 있다. '더 내야 하고, 제대로 내야' 복지가 가능하다.

희망카의 부족한 수요로 인해, 교통약자들끼리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다툰다면 그것은 복지국가 사회가 아니다. 희망카로 상징되는 '시민복지'가 충분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만이 해법이다. 희망카가 확대되면서 교통약자들의 이동 편익이 증진되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복지 분야 예산을 확보하려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 희망카를 통해 복지국가와 지역복지의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오전 11시 센터로 귀가해, 2호차인 여성 운전자 희망카를 동승하려고 계획됐지만, 도착이 늦어졌다. 2호차는 약속된 장소로 이미 떠난 후였다. 2호차 동승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희망카가 거리 곳곳을 누비며, 교통약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광명시민신문에도 게재됩니다.
#광명희망카 #광명시 #교통약자 #복지국가 #희망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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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동가 전)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안전과장 전)광명시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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