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 마을에 늦은 오후가 스며든다.
일찌감치 포구로 들어온 배들은 내일의 수확을 위해 잠시 쉬고 있다.
흔들리는 파도, 흔들리는 향기.
투망을 고정시키는 둥그런 구슬이 하오의 햇살을 받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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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구의 오후 ⓒ 김대갑
밧줄은 바다를 꿈꾼다. 그 꿈 사이로 하얀 등대
엿보이고 삶의 진득함이 파도를 흔든다.
잠시 걸음을 옮겨 마을로 들어간다.
오래된 풍경, 오래된 마을. 청사포 마을의 속살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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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줄, 등대 그리고 기다림의 배들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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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마을, 오래된 담벼락의 정겨움 ⓒ 김대갑
정겨운 우물터. 오래 전부터 이 마을을 수호신처럼 지켜왔던
펌프에는 사람의 향기가 넉넉하게 물들어 있다.
그 향기를 따라 펌프는 예전의 영화를 꿈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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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풍경의 우물터 ⓒ 김대갑
해풍 따라 유유히 흔들리는 미역줄기
어느 여인의 머리채를 닮았는지
은은하게 풍겨오는 짭짤함이 혀끝을 자극한다.
오늘도 청사포에는 미역이 바다 바람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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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풍에 날리는 미역줄기 ⓒ 김대갑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다리가 빠진 목의자 하나. 가나긴 그리움을 안고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옛날 주인이 제 몸 위에 앉아
책을 읽던 전설을 상기하며. 비를 맞고 바닷바람을 맞아도
의자는 꿈을 꾼다. 재회의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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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의자, 버려진 풍경 ⓒ 김대갑
그물망 속으로 사라지는 것들. 아니, 살아오는 것들.
다시 포구는 내일을 준비하며 조용히 그물을 다듬는다.
오래된 풍경이 남아 있는 청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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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망 사이로 꿈은 피어난다.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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