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의 자화자찬·황당 고백... 어처구니 없다"

정 총리 "밀양 송전탑 해결 기초 닦았다"... 반대대책위 "거짓말 심하다"

등록 2015.02.11 10:24수정 2015.02.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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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2013년 9월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반대 주민들이 "국무총리님, 우리는 보상을 원치 않습니다"고 쓴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정홍원 국무총리가 밀양 송전탑 등 오래된 갈등 현장을 찾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의 기초를 닦은 일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밝히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황당한 고백'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재임기간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으로 "밀양 송전탑 등 오래된 갈등을 직접 현장을 찾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의 기초를 닦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2013년 9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했다. 당시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에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었다. 정 총리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책위 김준한 대표와 경과지 4개면 주민대표들과 면담했다.

그런데 이날 정 총리와 주민대표의 면담은 10여 분 만에 결렬됐고, 면담 결렬 뒤 주민들은 정 총리가 탄 버스를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주민들은 정 총리에 같은 날 밀양시청에서 열리는 '밀양 태양광밸리 사업 MOU 체결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지만, 정 총리는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말 밀양 송전탑 공사를 완료하고 시험 송전도 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115번 송전철탑 아래에서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며, 50일 가까이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밀양 송전탑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했다고?"

11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떠나는 정홍원 총리의 황당한 고백, 밀양송전탑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했다고?'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허위 사실에 기초한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천막농성 중인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정 총리의 이러한 발언을 전해 듣고, '일국의 국무총리가 거짓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자화자찬도 그 정도면 노망 수준'이라며 한목소리로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 총리의 밀양 방문을 두고 대책위는 "반대 주민들과의 대화는 당시 다수의 주민들이 반대하던 '밀양 태양광밸리 사업 MOU 체결식'에 정 총리가 참석한 것이 확인됨으로써 무산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홍원 총리는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반대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고립시키고, 주민들을 갈라놨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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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2013년 9월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해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렬된 뒤 일부 주민들이 항의하며 도로에 드러눕고 있다. ⓒ 윤성효


대책위는 "정 총리는 밀양시에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약속했고, 이는 밀양시민들의 여론이 송전탑 찬성으로 돌아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반대 주민들은 여론에서 고립됐다"라면서 "이를 두고 주민들은 밀양시의 발전을 위해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현대판 고려장'을 당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 총리가 다녀간 이후 가구당 평균 400여만 원의 현금 지급 보상안이 확정됐고, 이 보상금 수령 여부로 마을 공동체는 완전히 분열돼 지금도 거의 모든 마을에서 찬성·반대 주민들이 서로 갈라서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정 총리가 밀양을 다녀간 이후 2013년 10월 1일부터 공사가 재개돼 주민들은 매일 3000명의 공권력에 둘러싸였다, 사실상 계엄과 같은 상황에서 말할 수 없는 압박과 수모를 겪었으며 그해 12월 2일 한 어르신이 음독자결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는 '현장을 방문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떠들고 있으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라면서 "국무회의 자리에서 정홍원 총리가 열어젖혔다고 자화자찬한 '국민행복시대'는 밀양 주민들에게는 '국민 절망시대의 국가폭력'일 뿐이었다"라고 부연했다.

대책위는 "엉터리 자화자찬으로 밀양 주민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안긴 정홍원 총리의 자숙과 겸허한 반성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정홍원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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