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문제, 학교 보건교육에도 해법이 있다

[주장] 보건교육과정, 보건의료 제도 개선의 요체

등록 2015.02.11 17:32수정 2015.02.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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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육과정 자료를 찾다가 외국의 보건교육과정을 보면서 깜짝 놀랐었다.


미국의 보건교육과정이 주로 개인이 건강 증진 행위나 태도, 신념을 익혀 스스로 건강증진 능력을 기르도록 구성된 데 반하여 핀란드,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는 개인보다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하고 문화를 바꾸는 데 보건교육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바른 건강 정보를 선택하고, 참여와 옹호를 통해 건강증진 문화를 만들어 나가며, 주요한 건강 정책 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등 사회적 보건교육과정으로 이행하고 있었던 것.

사회적으로 보건의료제도가 판이하게 다른 미국과 유럽은 보건교육과정의 내용에 있어서도 전혀 달랐다.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미국 보건의료 제도의 기본 전제가 보건교육과정에 반영되었고, '건강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유럽 보건의료제도의 철학이 고스란히 보건교육과정에도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선생님들과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2007년 12월 14일, 보건교과 설치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2009년 3월 1일부터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보건교사에게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받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교육부장관은 초등 5, 6학년, 중·고등학교 각각 1개 학년 이상에서 연간 17시간 이상의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국가 수준의 중·고등학교 보건교육과정을 고시하였다.

우리나라 최초 보건교육과정의 주요 내용은 흡연·음주 예방, 성교육, 질병의 예방과 치료, 응급처치, 정신 건강 증진 등과 관련하여 개인의 건강증진 능력을 향상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후 2009 보건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보건교사들이 우리나라 보건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개인 건강증진 능력 향상에만 보건교육의 목표를 두면, 모든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게 하면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게 주요 쟁점이었다.

2009 개정 보건교육과정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개인의 건강증진 능력의 향상은 물론 건강과 관련된 사회·구조적인 통찰력을 갖추도록 구성되었다. 건강권의 개념을 폭넓게 이해하여 건강 정보를 선택하고, 참여와 옹호 활동을 강조하면서 주요한 건강 정책에 대한 분석, 건강문제의 쟁점화 과정의 이해, 건강증진 의사결정의 방법과 실천, 건강 관련 소수자 및 약자에 대한 배려, 다문화 사회와 관련된 건강 문화의 이해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현재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 연구가 진행되면서 앞으로의 보건교육과정에 대하여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 개정 보건교육과정에 기반한 보건교과서를 본 어느 선생님께서 농담처럼 "보건교과서가 아니고 사회 교과서 같아요. 술, 담배, 성문제 이런 것은 가정이나 체육, 과학에 합쳐서 가르치면 어떤가요?"라고 말했다. 외국의 보건교육과정 현황, 보건의료제도와 학교의 보건교육을 연계하여 장시간(?) 설명했더니, 자신의 주장을 바로 철회했다. 보건교육의 철학과 의의를 몰랐다고 미안해하면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그런데 관련 전문가의 주장과 언론은 당장이라도 휘발할 것처럼 타오르는데, 어디서도 건강보험료 납부 당사자인 시민들이 이에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먹고 살기가 바빠서일까. TV를 켜면 온통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보건의료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데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보건교육의 부재도 한몫하는 것은 아닐까.

선진국처럼 학교에서부터 건강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건강증진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각종 보건의료정책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토론하는 방법을 익히는 보건교육과정이 개정 교육과정에도 부디 반영될 수 있기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교보건 #보건교사 #보건교육 #보건교과 #보건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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