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판' 신영철 퇴임... "법관 존중하는 사회돼야"

'약자 외면' 비판에 "약자 배려가 다른 약자 침해"

등록 2015.02.17 14:12수정 2015.02.17 14:12
30
원고료로 응원
a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 참석해 법원관계자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은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신 대법관은 "취임 당시의 포부를 이뤘는지 의문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장기간 법관으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 유성호


a

신영철 대법관 퇴임식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으로부터 기념품을 건네받고 있다. ⓒ 유성호


a

환송 받으며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양승태 대법원장과 동료 대관법으로부터 환송을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법관 독립 침해 논란 속에 취임해 6년의 대법관직을 마무리한 신영철 대법관이 "법관의 고뇌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신 대법관은 "취임 당시의 포부를 이뤘는지 의문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장기간 법관으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업무수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신 대법관은 또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한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사고할 뿐 아니라 치열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가로서도 손색 없는 재판을 하기 위해 제가 가진 시간을 온전히 다 썼다"고 자부하면서 "정책 결정자의 시각으로 약간 다른 각도에서 사안을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관심과 기대와 함께 비판도 눈에 띄게 증가했고, 재판이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원의 신뢰가 손상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그렇지만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신 대법관은 자신이 주심을 맡은 사건에 소수자와 경제적 약자를 외면한 판결이 많았다는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또 법관의 판결에 승복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법원이 소수자와 경제적 약자를 더 배려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사건에 따라선 관련되는 이익이 서로 얽혀 있어서 어느 것이 소수자와 경제적 약자를 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 약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판결이 다른 약자의 권리 신장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사회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는 재판을 하기 위해선 법률지식뿐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천착을 계속해 시대정신을 간파할 수 있는 폭넓은 시야와 식견을 갖춰야 한다"며 "아울러 법관의 이와 같은 고독한 결정 과정에서의 고뇌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퇴임사에 앞서 상영된 짤막한 영상에선 신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표적인 판결이 소개됐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판결'로는 2013년 5월 부부라도 폭행과 위협을 동원해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가 된다는 판결이, '엄정한 판결'로는 2014년 4월 15년간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인 흡연자와 유족에게 내린 패소 판결이 꼽혔다.

이날 대법원 직원들과 가족에 꽃다발을 받으며 33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감한 신 대법관은 지난 2009년 2월 18일 강력한 반대여론과 현직 법관들의 반발 속에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내던 2008년 7월부터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참여 연행자에 대한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네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보내 재판 진행을 독촉하고 특정 판사에 촛불재판을 몰아서 배당한 일이 드러나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은 사실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엄호로 대법관 탄핵소추만은 면했다.

6년 뒤 퇴임식이 진행되는 날도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촛불시위 참여자로 1심에서 유죄를 받고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강민욱씨가 대법원 정문 앞에서 신 대법관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각각 벌였다.

a

'재판 독립 침해한 신영철 대법관, 잊지 않겠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신영철 대법관을 규탄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 교수는 "신영철 대법관이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고 반헌법적인 행동을 했기에 대법관으로 기억하지 않는다"며 "대법관 자격이 없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인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유성호


a

'신영철 대법관, 당신께 절망합니다'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민욱 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신영철 대법관을 규탄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씨는 "신영철 대법관이 수많은 촛불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위에 대해 법관의 윤리성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퇴임할 때까지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다고 말하다니 대법관 자격에 의문이 든다"며 1인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 유성호


a

'우리는 당신을 대법관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2008년 촛불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을 규탄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신영철 #대법관 #퇴임 #촛불재판 #법관 독립
댓글3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