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국채보상운동'... "또 돈 달라고?"

국가보훈처, 경품 걸고 이벤트... "서민 경제 고려 못해" 비판

등록 2015.02.24 14:45수정 2015.02.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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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의 '2015 국채보상운동 이벤트' 국가보훈처가 경품을 걸고 진행 중인 '2015년 국채보상운동 이벤트'가 누리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가계 부채로 시름하는 서민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이벤트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 국가보훈처


국가보훈처가 경품을 걸고 진행 중인 '2015년 국채보상운동 이벤트'가 누리꾼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과거 일제에 진 빚을 갚자며 민족운동으로 전개됐던 국채보상운동이 2015년에 재현된다면 무엇을 기부하겠느냐는 질문에 누리꾼들은 "나라를 팔아 기부하겠다"며 응수했다.

지난 23일 국가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에서 "국채보상운동은 1904년 일제의 고문정치가 시작되면서 경제가 파탄에 이르자, 1907년 대구에서 서상돈, 김광제 선생 등이 중심이 되어 의연금을 모아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이라고 소개한 뒤 "남녀노소, 빈부귀천, 종교를 뛰어 넘어 한말 최대의 민족운동으로 전개된 국채보상운동이 2015년에 재현된다면, 어떤 것을 기부할 수 있을지 댓글로 달아 달라"고 공지했다. 경품으로는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내걸었다.

또한 "헤어진 남자친구와 했던 커플링을 기부할게요", "아내 몰래 감춰두었던 비상금을 모조리 기부할겁니다"를 예시로 든 다음 "예시 내용처럼 톡톡 튀는 여러분만의 기부내용을 댓글로 달아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누리꾼들, "X뜯을 생각 말고 세금이나 제대로 걷어라"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즉각 반발했다. 가계부채로 시름하는 서민들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이벤트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누리꾼들은 댓글에서 "이런 미친 발상을 기획하고 승인한 국가보훈처의 통장부터 올인(모조리) 기부해달라", "국가보훈처로 들어가는 세금부터 기부하자", "내가 낸 세금 어디다 쓰고 또 돈을 달라고 하는 거지?", "내 학자금 대출 빚을 기부하겠다"라며 반발했다.

현재 해당 글에는 25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기부를 요청하기 전에 세금부터 제대로 걷으라'는 내용이 한 축이다. 페이스북 이용자 'Kyun*******'는 "자유도 공짜가 아니듯, 애국심도 공짜가 아니라는 걸 모르나?"라고 꼬집으며 "그동안 윗사람들의 과오로 인한 손실을 순전히 국민들의 애국심으로 메웠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가 왔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들도 "국민들 X뜯을 생각하지 말구 친일 재산 환수나 잘해라", "정상적으로 세금 징수하고 탈세하는 애들이나 잡아들여라"라고 호응했다.

관련 소식이 트위터에도 알려지면서 해당 이벤트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졌다. 연이은 국가 기관들의 시대착오적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었다. 트위터 이용자 '@Real**********'은 "아침에 나올 때는 태극기 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봤고 국가보훈처에서는 금모으기 운동이 어쩌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2일에는 행정자치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 공동주택 동별 출입구 국기꽂이 의무화 ▲ 초중고교생 국기 게양 후 인증샷 제출 ▲ 부실 게양 신고 ▲ 국기 게양 후 일기·소감문 발표하기 등을 추진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태극기 게양까지 강제하는 것을 보니, 유신시절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국가보훈처 #행정자치부 #국채보상운동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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