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의원 15건 대표발의 한 법률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4월 2일 보궐선거를 통해 대구 달성군에서 당선되어 2012년 국회의원직을 사직할 때까지 15년 동안 15건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첫 상임위를 산업자원위원회로 배정받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대표발의 한 법률은 바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왜 심혈을 기울였는지 다음 표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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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의원 시절 대표발의 법률안 유일하게 세 번을 대표발의 한 법률안이 있었다.
ⓒ 의원정보시스템
그간 이 법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함으로써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 및 국가안전보장과 국민경제에 이바지해 왔다. 그런데 이 법에는 산업기술의 정의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위원회의 기능조정 등 운영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발생했다. 또 인수·합병 등을 통한 국가핵심기술의 유출방지가 곤란한 부분 등 현행 법률에 미비점이 있다. 이를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다.
- 2011년 2월 11일 의안 번호 10802,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제안 이유 再構成
밑줄 친 부분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인수합병(M&A)로 기업이 넘어갈 때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아~~주 바람직한 법률입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네요.
론스타 먹튀 잇는 하이디스 먹튀
하이디스테크놀로지(아래 하이디스) 경영진은 연초 1월 6일 공장폐쇄를 통해 377명의 종사자 대부분 해고할 것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7일 400여 명의 전체 노동자 중 350명을 해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제 2의 쌍용차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합니다.
하이디스는 현대전자가 부도나면서 정부 주도하에 2002년에 중국의 BOE에 매각되었고 2008년에 다시 대만의 E-Ink에 매각되었습니다.
10년 전 1700여 명이었던 하이디스 노동자는 이 과정에서 수차례 구조조정을 겪으며 5분의 1로 줄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정당한 시장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위의 법률안에 나타난 우려, 즉 인수합병을 통한 핵심기술의 유출과 해외 먹튀 자본에 대한 정부규제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진통을 겪는 이유가 바로 론스타의 먹튀에 있다는 것을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론스타 먹튀는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하이디스 먹튀는 국부유출 이상의 국내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의 문제까지 얽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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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디스 설비투자비, 설비투자비율. 하이디스의 현실은 매우 냉혹했다.
ⓒ 노동자운동연구소
중국 BOE와 대만 E-Ink에 연이어 인수되면서 하이디스의 첨단 LCD 기술을 홀랑 먹어버렸습니다. 참고로 중국 최초의 현대식 LCD 생산라인은 2003년 하이디스가 직접 중국에 가서 지어준 것이고, BOE는 검찰수사 결과 2005년부터 4331건의 기술을 아예 통째로 불법적으로 빼갔습니다.
현재 하이디스의 광시야각기술(FFS) 원천기술은 Sharp, AOU, CMI, BOE 등 삼성과 LG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세계 LCD 업체에 제공되고 있지요. 세계적으로도 유망한 기술을 빼간 BOE는 2006년 하이디스를 부도내고 철수했고, 대만의 E-Ink는 원천기술을 경쟁사들에 팔아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잉크의 2013년 순익은 10억 원에 불과했지만 기술료 수입은 무려 580억 원에 달했습니다.
하이디스가 이들 경쟁사들에게 2024년까지 체결한 특허공유 계약 수익금은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눈을 뜨고 고스란히 코 베이고 있는 겁니다.
노동자가 지키려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반대 외치는 까닭?
하이디스의 기술료수입과 설비투자, 그리고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율을 비교한 그림입니다. 터무니없는 설비투자액과 투자비율을 보노라니 한숨만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그대로 안고 현재 끙끙 앓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표상 현황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하이디스 노동자와 이를 대표하는 금속노조가 '정리해고' 반대의 주장보다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반대의 주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입니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해고가 되면서 금속노조가 더 바빠졌다고 합니다. 노조원의 해고도 해고지만 더 가슴 아픈 것은 이 해고의 문제가 사람들의 시야에서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엄미야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과의 통화를 통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노동자 자신들에게 가장 큰 문제인 '정리해고'의 문제보다 스스로 '국가핵심기술 유출'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한 전술적 고육지책이라는 말에서 한 동안 말을 못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노동자 이익을 대변한다는 노조의 캐치프레이즈를 스스로 바꿨을까?' 그래요!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의원시절 15년 동안 15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하셨는데 그 중 세 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국가핵심기술 유출' 문제가 지금 버젓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지금 노동자들이 나서서 싸우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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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보일배 행진 하이디스 노동자 대표단 6명이 대만 YFY 그룹 본사를 향해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 참세상(타이페이타임스 화면캡쳐)
자신의 정리해고 문제보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의 문제를 내걸고 대만으로 원정을 떠나 삼보일배하면서 싸우고 있답니다. 적어도 대통령께서 의원직 시절 가장 고민하셨던 문제라고 한다면, 대통령직에 계신 지금! 가장 큰 관심을 보이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장 큰 이익이 걸린 '정리해고' 문제보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문제를 앞세운 그 정성을 보아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이러한 경제사건의 상황을 제대로 보살핀다면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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