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철학자들, 행복을 골칫거리라고 소개했다

[리뷰] <한 문장의 철학>을 읽고

등록 2015.03.10 15:58수정 2015.03.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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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한 문장의 철학>이다. 부제가 <This Book Will Make You Think 이 책이 당신을 생각하게 도와줄 것이다>인 것으로 보아 책의 저자 알레인 스티븐은 독자들이 생각 없이 살아간다고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저자가 언급한 생각은 철학에 기반한 생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이란 무엇인가?

<한 문장의 철학> 표지 ⓒ 황소자리

신간 <한 문장의 철학>은 행복, 종교와 신앙, 이성과 경험, 삶과 죽음, 인간과 사회 등 다섯 개의 장(障)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면서 한번쯤은 고민해 보는 것들이다.


간디가 말하는 행복

저자는 행복이라는 관념이 오래 전부터 모든 철학자들의 골칫거리였다고 소개한다. 개인적 욕망과 타인의 불행으로 연결된다면 심각한 윤리적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행복의 대전제는 개개인의 평화와 안녕일 테니 사회 또는 국가의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웃는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말을 소개한다. "정의롭고 올바른 마음으로 부동심을 유지하며 유쾌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행복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찾아온다"고 한 간디의 명언과 함께.

종교에 관한 키르케고르의 생각

키르케고르는 인간에게는 세 가지 실존 영역이 존재하는데 첫째, 심미 영역, 둘째 윤리 영역, 그리고 종교 영역이라고 한다. 심미 영역은 쾌락과 지적 욕구 등을 의미하고 윤리 영역은 도덕, 약속, 규범 등을 의미한다. "종교 영역서는 신에게 헌신하는 삶을 위해 윤리적 기준과 보편적 공익을 포함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결단이 요구된다."(p.75)


한편,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종교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이성만으로 진리를 알기에는 너무 약하다."

모든 지식과 지혜 위에 신의 말씀이 있다는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젊은 시절 술과 섹스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다 지쳐 있던 어느 날 "책을 들어 읽어라"라는 어린 아이의 음성이 들려왔다고 한다. 그가 마니교를 섬기며 방황하다 다시 기독교로 돌아온 이유다.

이성과 경험에 관하여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이다. 언뜻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성적 판단과 오랜 경험에도 불구하고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은 항상 존재한다. 개인의 경험과 이성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논리와 합리적 추론이라는 미명하에 공중에 떠도는 말들 중에 밑도 끝도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삶과 죽음에 관하여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남기고 독미나리 즙을 마셨던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마지막 변론 중에 "검토되지 않은 삶이란 살 가치가 없다"라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이런 말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는 것을 몸소 실천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삶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날파리의 삶과 죽음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듯이 인간들 또한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타인의 삶과 죽음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도로시 파커가 자신의 묘비명으로 "먼지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한 것이나 버나드 쇼가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한 것은 풍자와 익살로 세상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독일의 극작가 브레이트가 한 말도 명언이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삶을 두려워하라."

인간과 사회를 위한 철학

"개인으로 보면 광기는 드물다. 하지만, 집단, 정당, 국가, 시대로 보면 광기는 일상이다"라는 말은 독일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100년도 훨씬 전에 한 니체의 말은 현재도 유효하다. 집단과 정당 간에 난무하는 협잡과 사기, 거짓 등으로 이루어진 광기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그보다 100년 더 거슬러 올라간 18세기에 장 자크 루소가 이런 말을 했다. "조물주는 만물을 선하게 창조했다. 그러나 인간의 손길이 닿는 순간 타락한다"고 말이다. 비슷한 시기,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가 빈민층의 인구과잉과 그로 인한 기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빈민의 아이들을 부자를 위한 식량으로 사육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물론, 썩어빠진 당시 정계와 재계에 던진 기발한 풍자였다.

"평소에 철학이 뭔지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지만, 평소의 삶이 개인의 철학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철학이란 사고방식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간디의 말은 다시 새겨 볼만 하다. 행복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찾아온다."
덧붙이는 글 <한 문장의 철학> 알레인 스티븐 지음, 김재성 옮김, 황소자리, 2015년 2월 25일 펴냄

한 문장의 철학

알레인 스티븐 지음, 김재성 옮김,
황소자리, 2015


#도로시파커 #간디 #키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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