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가는데 진정?"... 주치의가 도망갔다

[나의 암 극복기 ⑬] 항암치료보다 두려운 방사선 치료

등록 2015.03.18 17:14수정 2015.03.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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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관심 밖의 분야였었는데 내 몸이 아프니 관심을 끌게 된 것 중의 하나가 방사선이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내가 두려움에 떨었던 치료 중의 하나 역시 방사선이다. 항암치료를 받다가 죽은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방사선치료 도중이나 치료를 받고 난 후에 그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입소문으로나 뉴스를 통해서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암 앞에서 죽음 앞에서 초연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지만, 막상 그런 상황과 맞닥뜨리니 두려움이 먼저 스멀스멀 온몸을 감쌌다. 따라서 생각도 많아졌다. 하여 항암치료가 끝나고 방사선치료를 시작하자는 소리를 듣고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서 방사선에 대해 알아보았다. 역시 방사선은 위험물질이 틀림없었다. 이런저런 정보가 많았지만, 가장 짧고 이해하기 쉬운 것들을 몇 줄 요약해 봤다.

원소 : 물질의 기본 요소. 지구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100여 종류나 된다고 한다. 산소, 질소, 수소 등등. 핵이 붕괴되면서 안전한 원자인 H1으로 원자량이 변화한다. 이때 방사선이 방출되며 많은 에너지를 내놓는다.

방사성(放射性) : '방사선을 방사할 수 있는 성질'을 뜻하는 것으로 '방사성물질(원소)' 혹은 '방사성을 띠는 물질'의 형태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X선 : X선도 방사선의 일종으로 파장도 짧고 멀리까지 도달하며 투과 능력도 대단히 강하다.

따라서 에너지 함량도 높아 생물세포에 치명적이다. 사람의 몸을 쉽게 투과할 수 있어 렌트겐(개발한 사람 이름) 촬영(X-Ray 촬영)에 사용할 정도다. 가슴에 필름을 붙이고 등 뒤에다 X선을 방사하면 순식간에 몸통을 통과하여 필름을 감광해 버린다. 필름을 현상하면 빛이 덜 통과한 뼈 부분은 희게나오고 살 부분은 검게나와 그 음영으로 병소(病所)를 판별한다. X선도 세포내의 물질을 파괴하고 DNA에도 손상을 입힌다.

이것도 많이 쪼이게 되면 생명을 잃는다. 필름을 감광할 정도의 소량에 노출하기 때문에 보통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세포내 물질이 조금은 손상을 받더라도 질병의 치료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나쁜 줄 알면서도 하는 수 없이 찍는다. 자주 할 것은 못 된다.
- 출처 : 네이버 지식인에서 발췌 요약


특진 방사선과 일반 방사선의 가격차이 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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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내가 두려움에 떨었던 치료 중의 하나 역시 방사선이다. ⓒ pixabay


방사선실 앞 의자에서 기다리는데 어떤 환자 한 분이 말을 건다.

"방사선 하러 오셨어요? 누구한테 받으세요?"
"과장님한테요."
"비싸지요? 설계를 하면 방사선 쪼이는 부위는 똑같고, 과장님이 직접 쪼여 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쪼이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너무 비싸요. 그래서 나는 일반으로 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좀 비싸겠지요? 그래도 불안해서."

그 환자는 "자기라고 왜 경험 많고 유능한 과장님한테 치료를 받고 싶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흥분했다. 그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모르는 사실을 또 한 가지 알게 됐다. 특진 방사선과 일반 방사선의 가격 차이가 무려 열 배 가까이 났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특진을 신청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자기 위안이 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참 씁쓸하다.

옛말에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했는데... 방사선 치료라고 해서 무조건 방사선을 쪼이는 것은 아니다. 방사선 치료를 하는 데는 세 단계를 거쳐야 했다. 첫 단계는, 방사선 치료를 총괄하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다. 이 의사는 어디에 어떻게 방사선을 쪼일지를 처방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의사가 처방을 내리면 두 번째로, 방사선 쪼일 부위를 표시하는데 그것을 설계라고 했다. 설계는 방사선 치료가 끝날 때까지 한 번만 한다.

세 번째는 진짜로 방사선을 쪼이러 방사선 실에 들어가는 것이다. 방사선을 쪼일 때는 5분에서 7분 가량을 쪼이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쪼이는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쪼이는 셈이 된다. 이 세 곳은 장소도 다르고 담당하는 사람도 달랐다.

첫날은 설계를 한답시고 피부 속에 먹물 같은 것으로 점을 찍어서 방사선 쪼일 부위를 표시했는데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고 점처럼 남아 있다. 설계비는 방사선 치료비와 별개였다. 이 또한 꽤 비싸다. 불안한 마음을 최대한 진정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심호흡을 했다.

'모든 의술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주치의는 28번 방사선 시술을 한다고 했는데 담당자는 33번을 해야 된다고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같은 환자를 두고 무려 다섯 번이라는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한 해명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여러 곳에 질문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내게 돌아온 대답은 '방사선 담당의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의료 방면으로는 너무 무식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따르기로 했다.

도망간 주치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불안한 마음을 겨우 진정하고 치료를 받던 도중 기어이 병원에서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아마 33번의 방사선 치료 중에 열 번 정도 남은 시기였던 것 같다. 그날은 마침 담당의와 면담하는 날이어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서너 명의 남녀가 흥분해서 씩씩거리며 바쁜 걸음으로 내 담당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한 무리의 병원 직원들이 따라 들어갔다. 곧이어 큰소리와 함께 집기를 밀어붙이거나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와 보지도 않고 앉아서 뭐하는 거냐?"
"진정하시고 나가서 말씀하시지요."
"진정하게 됐어? 사람이 죽어 가는데 진정하라고?"

그 밖에도 많은 말이 오갔지만 담당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참 동안 고함치는 소리가 마구 나고 여인이 악 쓰는 소리도 났다. 잠시 후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담당의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와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항의하던 사람들은 허망한 얼굴로 망연자실 서 있었다. 나머지 직원들이 그 분들을 달래서 그 방을 나왔다.

잠시 정적이 감돌고 환자들 얼굴에는 궁금증과 함께 불안함이 교차했다. 누구 하나 간호사나 직원을 상대로 질문하는 이도 없었다. 숨소리만 겨우 들리는 대기실의 정적을 간호사가 깼다.

"오늘 OO 선생님의 방사선 진료는 없습니다."

그날 병원에서의 사건은 가뜩이나 불안한 나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나머지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얘기했더니 의견은 둘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하지 말라는 쪽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이유는, 사고는 어쩌다 그야말로 어쩌다 일어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그 위험 부담의 대상이 너라는 보장은 없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나는 18년 전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언니에게 전화해서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었다. 얘기를 다 들은 언니는 뜻밖의 말을 했다. 자기는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고 물었다. 그 대답 또한 뜻밖이었다. 나로서는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방사선 치료 #불안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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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시원한 청량제,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쓴 책 : 김경내 산문집<덧칠하지 말자> 김경내 동시집<난리 날 만하더라고> 김경내 단편 동화집<별이 된 까치밥> e-mail : ok_0926@daum.net 글을 써야 숨을 쉬는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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