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겪던 그, 히말라야에 오르다

[인터뷰] 히말라야 임자제 등정 성공한 김남섭 남동구 혁신팀장

등록 2015.03.19 09:04수정 2015.03.19 09:0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산맥. 히말라야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는 눈(雪)을 뜻하는 히마(hima)와 거처(居處)를 뜻하는 알라야(alaya)의 합성어로 눈의 거처, 즉 '만년설의 집'이라는 뜻이다.


네팔 동부의 쿰부(Khumbu)라는 지역엔 임자체라는 산이 있다. 히말라야산맥의 일부이며, 높이는 6189m다. 1951년 영국의 탐험대가 이 산봉우리의 모습이 얼음바다에 뜬 섬과 비슷하다고 해 아일랜드피크(Island Peak)라는 이름을 지었다. 1983년, 그 이름을 임자체로 바꿨지만 여전히 아일랜드피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6일, 인천 남동구 혁신전략추진단의 김남섭(52ㆍ사진) 팀장을 만났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 27년차인 그는 지난 2월 12일 인천공항을 떠나 임자체 등정에 성공한 후 3월 1일 돌아왔다.

황홀하고 감동적인 세계, 눈으로 담다

a

김남섭 남동구 혁신팀장 ⓒ 김영숙


"신비의 세계에 온 것 같았어요. 정말 황홀하고 감동적이었죠.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 제대로 묘사하지 못해 아쉽지만, 날씨도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정이 다시 솟았는지, 김 팀장은 격양된 표정이었다. 6189m 정상에 오른 날은 2월 21일 오전 11시 40분께였다.


바람을 맞으며 설산을 맘껏 구경했고, 남동구청에서 같이 근무하는 아내의 친구들이 챙겨준 현수막을 펼쳐 사진을 찍기도 했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김 팀장은 임자체에 오르기 위해 2년 동안 준비했다. 지난해 추석 이후 몸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금주를 했고,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셨다. 그런데 떠나기 직전 감기에 걸렸다.

"조심하느라 애썼는데 감기에 걸려 약을 계속 먹었어요. 같이 간 동료들도 제가 낙오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의사도 만류하더라고요."

하지만 휴가 일정까지 어렵게 조정했는데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막상 산에 오르니 감기에 고산병까지 겹쳐 쉽지 않았다. 고산병이란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낮아진 기압 때문에 일어나는 병적 증세로 두통ㆍ식욕 부진ㆍ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날마다 두통약을 먹었어요. 4000m까진 괜찮았는데 그 이상 올라가니까 그냥 멍하더라고요. 내려올 때는 다리도 풀려 고생을 많이 했죠"

이러다 죽을 수도... 하지만 또 도전

산에서만 머문 일정이 14박 15일이었다. 보온 기능이 거의 없는 임시 거처 오두막에서 주로 보냈고, 텐트에서도 3일간 머물렀다. 너무 추워 씻지는 못하고 물티슈로 세면을 대신해야했다. 새벽에는 영하 15도 정도의 기온이었는데, 평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칼바람이었다. 햇빛이 비치는 대낮에도 방한용품으로 눈만 빼고 얼굴을 감싸도 살갗에 닿는 바람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한번은 너무 피곤해 숙소에 도착해 바로 잤어요.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이러다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따뜻한 물 한잔 마시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잔 상태라 온몸에 한기가 느껴져 죽을 뻔했죠."

생과 사의 갈림길을 경험했지만, 김 팀장은 다음에는 히말라야산맥 3대 미봉(美峯)의 하나인 아마다블람을 오를 계획을 마음에 담고 있다. '어머니와 진주목걸이'라는 뜻의 아마다블람은 높이가 6812m다.

"산이 멋있어요. 거기에 가려면 등산학교도 다니면서 연습을 많이 해야겠죠. 휴가를 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언젠가는 갈 계획입니다."

이번 임자체 등정도 주변 동료들의 배려가 없었으면 갈 수 없었다는 김 팀장은 다녀와서도 동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했다.

교통사고와 전화위복

a

김남섭 남동구 혁신팀장이 히말라야 임자제 등정에 성공한 후 플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김영숙

김 팀장은 1992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동료직원 네 명과 승용차로 이동하다 버스와 부딪힌 것이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갈비뼈 세 개가 부러지고 무릎과 머리 등, 온몸을 다쳤다. 동승한 직원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그 뒤로도 골병에 든 것처럼 계속 아팠다. 뼈는 붙고 병원에 가면 달리 나타나는 증상은 없었지만,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전에는 계단을 내려올 때 난간을 붙잡지 않으면 못 내려왔어요. 관절이 좋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니 살은 찌고 점점 게을러지기 시작했죠.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2005년부터 근력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 겸 헬스와 수영을 시작한 김 팀장은 집 주변에 있는 소래산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산을 좋아하긴 했지만 잊고 있다가 그렇게 다시 산과 만났다.

"인터넷 사이트 '한국의 산하(www.koreasanha.net)'에 '인기 명산 100'이라는 코너가 있어요. 100대 명산을 인기 순으로 정리해놨는데 70여개는 다녀온 것 같습니다. 아내하고는 50개 정도 다녔고요."

김 팀장 혼자 등산하는 게 걱정돼 등산을 시작한 그의 부인도 이제 산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김 팀장 가족은 지리산ㆍ설악산 종주에 이어 2012년 말에는 가족 4명이 함께 안나푸르나 푼힐 트레킹을 다녀오기도 했다.

겨울 덕유산, 봄 한라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에 간다는 김 팀장 부부는 올해는 경상도에 있는 산에 다녀볼 계획이라고 했다.

"처가가 영암이라 오며가며 전라도나 충청도에 있는 산은 다녔는데 경상도에 있는 산은 많이 못 갔습니다. 특히 올해 가야산을 꼭 가볼 생각입니다."

등산 마니아인 김 팀장에게 추천해줄 산을 물으니, 온 천지가 솜사탕처럼 눈으로 쌓인 겨울 덕유산과 꽃이 만발한 봄 한라산을 추천했다.

산에 오를 때면 잡념이 없어지고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김 팀장은 "매주 산에 가는 이유는 일주일간 있던 일을 반성하기도 하고 돌아오는 일주일을 편하게 준비하면서 체력 회복도 하기 위해서예요"라며 "산에 가면 기분이 좋고 머리가 맑아져요. 천천히 시작해보세요"라고 등산을 권했다.

등산ㆍ원정ㆍ등정이란 표현보다는 '산에 간다'는 표현이 더 좋다는 그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산이 허락하지 않기에 사람이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산이 받아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설 명절에 히말라야에 가느라 충청도 보령에 계시는 어머님을 못 뵈었다는 김 팀장은 이번 주말에는 어머니와 대전 현충원에 모신 아버지를 뵈러 내려간다고 했다. 올라오는 길에 계룡산에 갈까, 생각 중이라는 김 팀장에게 산은 없어서는 안 될 산소 같았다.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김남섭 #임자체 #히말라야 산맥 #인천 남동구 #혁신팀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