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아니어도 대접받는 사회', 불가능한가

[주장] 홍준표 경남지사의 빈곤한 교육철학... 도민 가슴 멍든다

등록 2015.03.19 17:46수정 2015.03.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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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 9일 경남지역 초·중·고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그 돈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명분은 선별적 복지사업으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이란 정책을 급조한 것도 문제지만 '신분상승'이라는 명분 또한 시대착오적이어서 더욱 실망스럽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미천한 신분의 사람이 매우 높은 지위에 올라 성공하는 경우를 이르는 속담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으나, 대체로 여기서 말하는 용은 훌륭한 사람이란 의미보다는 돈과 권력을 가진 소위 출세한 사람을 지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즉, 이 말에는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출세지향주의라는 근본문제가 함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세 과거제도의 유산인 출세지향주의가 신분적 계급질서가 폐지된 현 시대에도 여전히 활개 치는 이유는 출세한 소수의 사람에게 돈과 권력이 집중되고 너무나 많은 사회적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세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무한경쟁의 대열에 뛰어들고, 상대방을 밟아야 내가 일어설 수 있으므로 때로는 불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우리사회의 병폐와 부조리는 이러한 출세지향주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용이 되면 온갖 특권을 누리고 용만이 대접받는 사회에서 누군들 용이 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며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우리가 소망하는 바람직한 사회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아니라 개천의 미꾸라지라도 그 나름의 좋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경남교육청은 존중과 배려의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복학교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차별 없는 학교급식도 그러한 교육정책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에 적극 협력할 책무를 가진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불통 소신으로 인하여 발목이 잡혀 있으니 여간 낭패가 아니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밥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교육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좌파정책 운운하며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무지로 밖에 볼 수 없다. 

경남도민은 이렇게 교육철학이 빈곤하고 서민을 비천한 신분으로 인식하는 홍지사가 교육감이 아닌 것을 천만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벽을 보고 하소연하는 것 같은 답답한 현실이 너무 슬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 독자투고란에도 기고하였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 #홍준표 #무상급식 #출세지향주의 #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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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을 위해 애쓰는 경남교육청 소속 공무원이었으며, 지금은 경남학교안전공제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댄스스포츠를 국민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무도예술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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