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보편적급식', 언론의 역할을 보여주다

등록 2015.04.03 11:02수정 2015.04.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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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우리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을 배웠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말이 지닌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속담이다. 이 둘을 조합하면, 사용하는 언어의 어감 차이가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이 반이나 있다', '물이 반밖에 없다.'

똑같은 잔을 보고 우리는 이렇게 두 가지의 표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느낌은 180도 다르다. '물이 반이나 있다'는 말은 긍정적인 느낌을, '물이 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우리는 똑같은 하나의 사실을 보고 이렇게 두 가지의 느낌을 모두 전달할 수 있으며, 많은 집단이나 개인이 자신의 이들을 위해 이런 기술을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다.

언론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공정성이다. 다양한 집단이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하나의 사실을 유리하게 바꿔 표현할 때, 적어도 언론은 그 사이에서 그런 표현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물이 반이나 있다', 혹은 '물이 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집단들의 이야기 대신, '물이 반 있다'라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의 참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JTBC의 보편적 급식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다. JTBC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고민했고, 용어를 변경해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어째서 이 용어를 사용했는지까지 시청자에게 밝혔다. '무상급식'과 '의무급식'이라는 양쪽의 언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단어로 '보편적 급식'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언어의 사용으로 인해 이전에 주로 사용됐던 '무상급식'이 지니고 있는 용어의 문제점을 없애고 시청자에게 조금 더 객관적인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세금'을 충실히 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고 하면, 국민 세금의 용도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세금 내고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에게 마치 적선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보편적 급식'은 이러한 문제점을 용어 자체로 깔끔하게 수정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언어의 힘은 강력하고. 그리고 언어는 그 어감 하나로 대단히 많은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비록 용어 하나의 수정이지만, 이 수정이 갖는 의의는 매우 클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더욱 객관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JTBC는 언론이 지녀야 할 매우 기본적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아마 이런 점이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이 된 이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trjsee.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석희 #뉴스9 #언론 #무상급식 #보편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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