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어린 가수 때문에... 49살 빠순이가 어때서

[올드걸의 음악다방 23 ] 박효신 '이상하다'

등록 2015.04.03 11:52수정 2015.04.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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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데 내 모습이 어색해 . ⓒ 반지윤


딱 1년 전이다.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있던 '야생화'를 무심코 눌렀다가 박효신의 노래에 푹 빠진 게 작년 3월이다. 그 무렵, 내가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속된 말로 '삽질' 같아서 우울했다. 나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싶어 울적했다. 처연하고 깊은 슬픔을 담담하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나를 위로했다. 이 노래처럼 차가운 바람에 숨어 있는 거였으면, 달가운 바람이 불고 한줄기 햇살에 몸 녹이게 되었으면, 그러다가 꽃피우기를 바랐다.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위로하는 힘을 가진 박효신이 궁금해졌다. 방송에서 볼 수 있었으면 충분히 만족했을 텐데…. 노래만 발표하고 방송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그를 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번 빠지면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개미지옥이라더니, 그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노래 잘하는 거야 두말 하면 입만 아픈 거고, 발라더라고만 생각했는데 기대이상으로 춤을 잘 준다. 웃으면 두 눈이 다 감겨버리는 모습은 한없이 귀엽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재치와 다정함이 가득하다. 가수가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도 그가 보여주는 성실함과 열정은 유독 매혹적이다. 오죽하면 함께 녹음 작업을 하던 음향감독이 지쳐 쓰러졌을까.

사랑이 그런 건지 나 혼자 이러는지
어색한 내 모습들이 불안해
이상하다 난 너무 행복한데
이상하다 난 웃고 있긴 한데
'이상하다' 노랫말 중 일부

박효신이 참 좋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나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티케팅'도 아닌 '피케팅' 끝에 힘들게 간 공연이어서 자랑하고 싶었고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받은 감동에 취해 올린 사진이었는데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아직도 소녀 감성이 남아있구나', '즐겁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철딱서니 없기는', '네 나이가 몇인데….', '큭큭 네가 박효신 빠순이였어?' 등등

그 뭐라더라, 빠순이라니? 내가? 당혹스러웠다. 빠순이는 오빠와 순이를 합쳐서 만들어진 말이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운동선수나 가수, 배우들을 쫓아다니면서 응원하는 여자들을 의미한다는 이 말에는 약간의 경멸이 담겨있다. 나는 모든 일을 제쳐두지 않는다고, 그의 음악을 듣고 콘서트를 가는 정도지 쫓아다니지는 않는다고 스스로 변명을 대어보아도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들의 반응을 알기 전에 나 스스로도 당혹스러웠다. 친구들의 말이 내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10대, 20대도 아닌 40대에 가수의 팬클럽에 가입하고, 공부 중인 딸아이를 PC방까지 데려가서 공연예매를 하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내 마음과 행동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야 했다.

박효신이 왜 좋으냐고 묻는 아들에게 그의 노래 덕분에 너의 고3시절이 그나마 편안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 이거야. 이유 하나를 찾았다. 그의 노래는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진통제라는 것. 'Gift','야생화','Happy together' 의 노랫말은 그가 진심으로 하는 말로 들린다. 이전 소속사와 결별하면서 그가 겪었던 고통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그는 자신처럼 성실하고 겸손하고 노력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라고 나를 자극한다. 내가 14살이나 어린 가수 때문에 스스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될 줄이야. 이게 두 번째 이유다.

널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나봐
미안하다 사랑에 서툴러서
미안하다 사랑을 못 믿어서
'이상하다' 노랫말 중 일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에 생각이 다다르자 이유를 찾고 있는 내가 우습게 보인다. 좋으면 좋은 거지, 일일이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하나. 남들이 40대 빠순이라고 조롱한들 어떠리. 그가 준 행복한 기운으로 나는 열심히 살고, 그는 우리 팬의 사랑으로 무대에서 노래 부르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박효신의 '이상하다'는 6집 앨범 'Gift Part.1'과 'GIFT E.C.H.O' 수록곡이다. 노랫말이 내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 이번 '올드걸의 음악다방' 노래로 선택했다. 가수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달하지만 쓸쓸함이 느껴지는 노래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공유합니다
#박효신 이상하다 #올드걸의 음악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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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주부입니다. 교육, 문화, 책이야기에 관심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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