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종편-고사 직전 OBS... 그 원인은?

방통위, OBS에 조건부 방송 재허가... 자본잠식률 97%로 급증

등록 2015.04.08 11:23수정 2015.04.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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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입'으로 불린 나치당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이 한국에서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때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방송법·신문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등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2009년 7월 22일 전후다.

이때 탄생한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신문사와 대기업이 종편의 지분을 30%까지, IPTV는 49%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고, 지상파가 하루 19시간 방송으로 제한을 받는 데 반해, 종편은 24시간 방송하며 중간광고를 허용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는 2010년 12월 31일 종편 채널사용사업자로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TV를 선정해 발표했다.

당시 종편 채널사용사업자와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는 언론의 다양성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을 종편 허용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종편 출범 전부터 예상한 선정성과 극단적 정치편향성이 드러났고,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까지 언론 광고시장 교란 등의 문제점을 지속하고 있다.

방통위는 종편에 지상파 채널과 인접한 '황금'채널을 배정해줬다. 지상파와 달리 출범 후 3년 동안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을 거치지 않고 광고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해줬다. 참고로 미디어렙은 방송사나 포털 사이트 등, 매체기업의 위탁을 받아 광고를 수주하고, 대행수수료를 받는 회사다. 이와 같은 대행체제로 운영하면 미디어 매체는 편성과 제작을 광고영업과 분리해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종편 채널을 '의무 전송' 채널로 지정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방송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럼에도 방송발전기금 납부를 유예해 줬다. 이 모두 특혜라 할 수 있다. 여기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종편에 수신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도 명백한 차별적 특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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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경인TV 본사.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종편 특혜 받는 동안 OBS 경영 악화일로

정권 차원의 특혜를 받아서일까? 종편의 시청률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고, 광고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우리나라 방송 광고 매출 총액은 2012년 3조 5626억 원에서 3조 4763억 원으로 863억 원 줄었다. 지방파의 광고 매출액은 2조 675억 원으로 2012년보다 1158억 원 감소했다. 종편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의 광고 매출 또한 489억 원 감소한 1조 281억 원에 그쳤다.

반면, 종편은 2012년 1709억 원에서 646억 원 증가한 2355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방송채널사용사업자 광고 매출액의 37.8%를 차지했다.

경인지역 시민 1300만명을 시청자로 두고 있는 OBS경인TV(아래 OBS)의 광고매출액은 어떻게 됐을까? OBS는 경인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사이며, 방송 프로그램 100%를 자체 편성하고, 자체 제작 비율도 50%를 유지한다.

출범 후 광고매출액 추이를 보면, 2009년 160억 3000만 원, 2010년 253억 1000만 원, 2011년 280억 9000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2012년 274억 1000만 원, 2013년 281억 원, 2014년 251억 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이는 경연진의 무능 탓도 있지만, 정권 차원의 차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아래 미디어렙 법) 개정안이 2012년 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OBS의 2013년 광고매출액은 2012년보다 2.5% 추락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아래 OBS노조) 등은 "SBS 민영 미디어렙인 'SBS 미디어크리에이트'는 OBS에 '결합판매'를 지원하는 데 인색하다. OBS가 수도권에서 SBS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왔다. '결합판매'란 미디어렙이 지상파 3사(KBS·MBC·SBS)와 중소 방송사의 광고를 묶어 파는 것을 뜻한다. 경인지역 시민사회는 미디어렙 도입 때부터 OBS 광고판매를 'SBS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배정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방통위는 끝내 외면했다.

여기다 방통위는 OBS의 서울지역 역외 재송신 확대에 비협조적이었다. OBS는 방송권역을 경인지역으로 허가 받았다. OBS 방송을 서울에서 시청하려면 종합유선방송사들이 방송해줘야 한다. 이것이 역외 재송신이다. 역외 재송신을 위해서는 자체 편성비율이 50%이상이어야 하며, 방통위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옛 방송위원회는 2008년 2월 19일 서울지역 종합유선방송사 13개 의 OBS 역외 재송신을 승인하고 기간을 2년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2010년 2월 9일 방통위는 기존 종합유선방송사 13개의 OBS 역외 재송신을 3년간 연장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서울지역 종합유선방송사 17개의 OBS 역외 재송신은 불허했다.

당시 방통위는 '역외 재송신 시 방송시장에 무한 경쟁이 우려된다'며 부정적 의사를 밝혔지만, 정확한 수치 등의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아울러 기존 지상파들이 OBS의 '전국방송화' 진입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종편 선정을 앞둔 것도 OBS에 불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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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생존과 경인지역 시청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해 11월 5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OBS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OBS 경영진의 오판?

개국 7년차인 OBS는 결국 경쟁력을 잃고, 자본금을 모두 잠식한 상태에 놓였다. 숙련된 프로듀서와 기자들은 종편과 지상파 3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세울 만한 콘텐츠 하나 없고, 메인 뉴스 평균 시청률이 몇 년째 0.7~0.8% 수준이다.

OBS 경영진의 가장 큰 오판은 미디어렙 대응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많다. 2012년 미디어렙 선택 시 OBS 경영진은 광고매출액이 320억 원 보장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소 연 11% 성장하던 광고매출액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방통위가 미디어렙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한다고 한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OBS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자본금의 97%나 잠식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OBS는 재송신료(CPS)를 수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 TV조선, 채널A 등 종편 4사는 매해 100억 원 정도, 지상파 3사는 연간 1600억 원(가입자당 월 280원씩)을 받고 있다.

재송신료를 주지 않는 것은 일종의 콘텐츠 도둑질이자 '갑'질에 해당한다.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7월 "유선방송사업자가 신호를 수신한 다음 이를 사업권역에 있는 수신자에게 재송신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스카이라이프나 대기업인 IPTV 등은 OBS에 재송신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OBS 사측, 노조에 정리해고 통보

OBS 경영진은 지난 설 연휴 직전인 2월 17일 정리해고를 실시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정리해고 대상자는 45명이다. 또한 경영진은 급여 20%를 삭감하고,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OBS노조는 먼저 미디어렙을 개선하고 재송신료 문제를 푼 뒤에 정리해고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주 등을 설득했다. 미디어렙과 재송신료 문제는 OBS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에 실시되는 '방송 재허가'도 중차대한 과제다. 방통위는 2013년 12월 9일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 재허가'를 심의했는데, 당시 심의 대상 사업자 38개, 방송국 162개 가운데 OBS만 재허가를 받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자본 잠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2007년 개국한 OBS의 자본 잠식률은 2009년 53%에서 2013년 95%로 급증했다.

그해 12월 27일, OBS는 다행히 '방송 재허가'를 받았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방통위는 ▲ 2014년 상반기 50억 원 증자 ▲ 2014년 흑자 전환 등 경영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2015년과 2016년 각각 50억 원 추가 증자 ▲ 2014년 말 기준 현금 최소 87억 원 보유 ▲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현 수준인 311억 원 투자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OBS는 현재까지 이 조건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매출액을 늘리기 위해 미디어렙을 개선하고, 재송신료를 확보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렙 #OBS #SBS #SBS미디어크리에이트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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