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화법', 정치권에서도 사용하면 어떨까요?

초등 6학년 학부모 참관 수업후기

등록 2015.04.09 14:39수정 2015.04.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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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묵초 6-2반 친구들이 '나-전달법'을 상황극과 함께 재밌게 배우고 있다. ⓒ 임효준


벌써 30년이 훌쩍 흘렀지만, 저에게도 초등학교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민학생'으로 불렸던 그 당시에는 매일 설렘을 안고 학교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풋풋함과 반항아 기질을 다분히 품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그 시절 그 모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초등 6학년 아들놈 수업참관을 위해 지난 8일, 신묵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찾았습니다. 사실 '특별한 차이가 있을까' 기대하지 않고 아들놈만 생각하며 급히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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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한 반 인원이 총 22명 초등학교 교실풍경 ⓒ 임효준


그런데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였습니다. 제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60명이 넘을 정도로 바글거렸는데, 이제는 쾌적함을 넘어 한가롭기까지 했습니다. 학생 22명이 오순도순 앉아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좋아 보였는데,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외롭게 크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인구 수가 줄어들고 있어 난리인데, 제가 '국민학생'일 때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쳤는데... 참 세상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수업 내용도 과거와 많이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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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달법 나-전달법 대화를 자세히 설명하고 계시는 박상훈 선생님 ⓒ 임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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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질문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답해 주는 선생님 ⓒ 임효준


'우리가 대화하는 법'이라는 큰 타이틀 밑으로 '나-전달법'을 이용해서 상대와 대화해봅시다'라는 학습문제를 여러 가지 상황극으로 연출하는 것이었는데요. 학생 스스로 표현하고 배워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평소 아이들이 학교나 집에서 부모님과 선생님, 형제 자매와 친구들과의 대화법에서 흔히 실수하는 남 탓, 기분 탓 등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너 대화법'을 설명했습니다.

"너가 장난을 쳐서 우리 모둠이 선생님께 혼났잖아. 잘난 체 그만하고 좀 조용히"라고 친구끼리 나쁜 감정으로 대화를 했다면 '나-전달법'은 전혀 다르게 접근합니다.

먼저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로 인한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설명한 뒤 친구에게 개선된 행동을 바라는 형식이었습니다.

"친구야 네가 장난을 쳐서 우리 모둠이 수업에 집중 못하고 다른 모둠에 방해를 줘서 선생님께 지적을 받고 혼이 났잖아. 그래서 나도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났어. 그러니 다음부터는 조용히 수업에 집중해서 칭찬받는 모둠이 되자."

이런 식으로 상황과 자신의 감정, 기분을 지켜보고 설명하는 대화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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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엉덩이를 흔들며 상황극에 집중하는 학생 ⓒ 임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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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상황극을 연출하는 친구들 ⓒ 임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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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학부모님들이 아이들 발표에 즐거워하는 모습 ⓒ 임효준


30년 전과는 너무 다른 소재였고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가장 필요한 대화법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이렇게 대화하지 못했기에 우리 애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을 잘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극을 벌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툼이 많고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정치권이나 사회전반에 '나-전달법'을 전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복도 창가로 내려다보이는 운동장과 태극기가 더욱 선명해지는 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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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교실 뒷면 게시판 풍경 ⓒ 임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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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참관 창밖으로 바라본 운동장 ⓒ 임효준


덧붙이는 글 청춘매거진 게재예정
#신묵초 #수업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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